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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예술가 7인, 전주 성매매 집결지 한복판에 들어간 까닭

송고시간2019-11-27 15:31

선미촌서 예술책방 '물결 서사' 운영…사랑방으로 자리매김

(전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 찬 바람이 불던 지난해 이맘때 젊은 예술가 7명이 의기투합했다.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전경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전경

[전주시 제공.무단배포 및 DB 금지]

전주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문화·예술의 저력을 바탕으로 '어두운 공간'인 선미촌을 활력 넘치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싶은 열망에 전주에서 활동하는 시인, 화가, 성악가, 사진작가, 영상작가 등이 한배를 탔다.

1960년대 이후 서노송동 일대 주택가에 형성된 선미촌에는 한때 400여 명의 여성이 성매매 일을 했으나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성매매가 금지되면서 종사자가 100여 명으로 급감했다가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지금은 절반가량으로 줄었다.

이들은 전주시가 도시재생사업을 위해 사들인 옛 성매매업소의 낡은 공간(50㎡)을 고쳐 예술책방 '물결 서사'를 열었다.

이들 7인은 2017년 선미촌에서 열린 여성 인권 관련 전시를 준비하며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다.

이후 중노송동의 옛 이름을 따 '물왕멀' 팀을 구성해 활동했다. 물왕멀의 대표를 맡은 임주아 시인은 책방 기획자 경력도 있어 원활한 책방 운영에 큰 역할을 했다.

'물결 서사'에서는 지난 1년간 문학·음악·미술 등 다양한 예술 관련 서적을 판매해왔다. 이 서점에는 동네 주민 등이 기증한 헌 책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도 있어 '공유 책방' 역할도 했다.

이 7인의 예술가들은 각자 요일을 정해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책방을 지키고 있다. 운영 초기 손님은 하루에 한 명 올까 말까 했다. 하지만 한산했던 작은 책방은 시간이 흐르면서 입소문을 타고 어느덧 연간 1천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는 명소가 됐다.

시인 낭독회
시인 낭독회

[전주시 제공.무단배포 및 DB 금지]

물결 서사가 문을 연 이후 한 해 동안 30여 차례의 크고 작은 행사를 마련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한 덕분이다.

동네 책방 역할은 물론 문화예술 워크숍 등을 기획하고, 그 주제에 맞는 책이나 화제의 책을 선정해 소개하기도 한다.

때로는 동네 주민이 주인공이 돼 살아온 얘기를 풀어놓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 낭독회와 북 토크, 주민과 함께 하는 영화제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동네 야시장과 전주 독서 대전 등 주요 행사 때마다 책방 부스를 운영, 책을 팔고 물결 서사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올해 전주 독서 대전에서는 1천여명의 관람객이 이 부스를 방문해 책을 사고 책갈피 만들기 체험 등에 동참했다.

임주아 '물결 서사' 대표는 "이 책방은 주민과 함께 어둡고 피하고 싶었던 선미촌을 기억할 수 있는 공간, 나아가 남다른 이야기가 있는 특별한 공간이자 예술촌으로 자리매김하도록 거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계숙 전주시 사회적경제지원단장은 "'가장 아픈 곳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 핀다'는 말처럼 전주시의 아픈 손가락이었던 선미촌을 시민과 함께 문화·예술의 거점으로 만들겠다"면서 "'물결 서사'가 이미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고 덧붙였다.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전주 성매매 집결지에 들어선 예술 책방

[전주시 제공. 무단배포 및 DB 금지]

ic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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