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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징용배상' 문희상안, 한일갈등 출구찾기에 실마리되길

송고시간2019-11-27 14:48

(서울=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제 징용 배상 갈등의 해법으로 한일 양국 기업과 정부, 국민이 참여하는 '기억인권재단' 설립을 통해 피해 위자료를 지급하는 내용의 법안을 마련했다. 문 의장이 지난 5일 일본 와세다대 특강에서 밝힌 이른바 '1+1+α'(한국기업·일본기업·국민의 자발적 성금) 방안을 더 구체화한 해법이다. 국회의장실 관계자들이 26일 피해자들이 참석한 간담회에서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 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소개했다고 한다. 법안은 2014년 이후 운영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지원재단'을 기억인권재단으로 격상하고, 이를 통해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등의 피해자와 유족에게 위자료와 위로금 지급 등의 사업을 포괄적으로 추진토록 했다. 독일이 나치 시절의 강제 노동자 배상을 위해 연방정부와 6천개 이상 기업이 출연한 '기억·책임·미래 재단'을 세운 전례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과거사 반성과 청산에 모범적인 독일의 사례를 참조한 법안이어서 더욱 관심이 간다.

법안에 따르면 위자료·위로금 지급에 필요한 총비용은 3천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현재 소송 진행자 약 990명, 소송 예정자 약 500명 등 피해자가 1천500명에 이르고, 1인당 배상액은 지원금과 이자를 포함해 2억원 정도로 추산한 결과라고 한다. 기억인권재단의 기금은 한일 양국 관련 기업들과 민간인들의 자발적 기부금, 활동이 종료된 '화해치유재단' 기금의 잔액 약 60억원 등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심의위원회를 둬 위자료 지급 대상과 규모를 정하도록 했다. 기억인권재단을 통해 위자료가 지급되면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이 대리 변제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구상이다. 추모공간 조성 등 위령 사업, 피해 사료관·박물관 건립, 학술 및 조사·연구 사업을 병행한다는 내용도 들어갔다. 문 의장의 애초 제시 수준보다 훨씬 정교해졌다. 문 의장 안은 이미 양국에서 호응을 얻고 있어 고무적이다. 강경 태도를 보여온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거부하지 않는 등 일부 완화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지난 6월 정부가 제시한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기금 조성) 안보다 더 구체화한 문희상 의장안이 현실성 있는 유력 해법으로 떠오른 분위기다.

한일 갈등의 근본은 한국 대법원의 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첨예한 이견이다. 판결 갈등이 경제보복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로까지 번졌다. 그나마 다행으로 지소미아 조건부 연장으로 확전을 막았고 내달 말 한일 정상회담 준비 등으로 대화 국면을 맞았다. 수출규제 철회 협의가 우선이지만, 궁극적으로 배상 문제 해결 없이는 미봉에 불과하다. 문희상 의장안을 더욱 다듬어 한일이 접점을 찾도록 동력을 모아야 할 때다. 문 의장 측도 초안의 구체적인 내용은 각계 의견을 반영해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문제의 난도 만큼이나 앞은 험로다.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가 끝까지 일본 기업으로부터 배상금을 받겠다고 한다면 위로금 지급을 강제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당장 피해자 단체들이 문 의장 안에 "일본 정부와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 판결 취지를 부정한다", "진정한 사죄가 있어야 한다"고 반발한다. 이들의 동의를 구하는 문제도 급선무다. 최대 20만명에 이른다는 추산이 나오는 배상 대상자 선정 문제도 있다. 모든 것은 일본이 적극적으로 협의에 응해야 가능하다. 일본 정부가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로 호응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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