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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극과 판소리의 어우러짐…창극 '패왕별희'

우싱궈 연출·이자람 음악…흡입력 아쉽지만 볼거리 풍성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한데 때가 불리하여 추가 나아가지 않는구나, 추가 나가지 않으니 어찌해야 하는가, 우여, 우여 그대를 어찌해야 하는가!"

항우는 수많은 전투에서 겨우 단 한 번 패했을 뿐이다. 하지만 모든 걸 잃었다. 사랑하는 우희도, 전장의 지기였던 오추마도. 패배와 달아나기를 반복했던 유방은 결국 역사의 승리자가 돼 자신의 왕조를 열었다. 역사의 주인공은 유방이 차지했지만, 극의 주인공은 오롯이 항우의 몫이었다. 예술은 어차피 패자에게 더 온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법이니까.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인 '패왕별희'는 진나라가 멸망하고, 초나라와 한나라가 대립하던 격동의 순간을 그린 창극이다. 중국의 전통예술인 경극에 정통한 대만 출신 우싱궈가 연출을 맡아 극에 경극 요소가 진하게 배어있다. 배우들은 경극 특유의 손놀림과 무협 영화를 상기시키는 다양한 동작으로 관객들을 중국 고전극의 세계로 초대한다. 여기에 국내의 판소리를 더했다. 이자람이 음악을 맡았는데, 한국의 판소리가 경극의 동작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패왕별희'
'패왕별희'국립극장 제공

극을 여는 첫 장면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맹인 노파가 등장하면서 시작되는 이 오프닝 시퀀스는 귀기가 서려 있다. 무대 중앙에 있던 맹인 노파(김금미)는 누워있다가 서서히 일어나며 창을 들려주는데, 그의 구슬픈 창은 잠자고 있던 무대를 서서히 일으켜 세운다. 곧이어 이어지는 격렬한 창은 무대의 온도를 순식간에 끌어올린다. '패왕별희'의 오프닝 시퀀스는 세 마녀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멕베스'의 오프닝만큼이나 신비한 느낌을 극에 전해준다.

오프닝에 이은 우희의 등장도 볼만하다. 전라남도 무형문화재 수궁가 이수자인 김준수는 여장하고 등장하는데, 여성보다도 더 우아한 몸짓으로 관객들을 매혹한다. 김준수는 손끝에 주목하는 경극의 동작들을 마치 어린 시절부터 익힌 것처럼 자연스러운 손놀림으로 보여준다.

맹인 노파와 우미인의 등장으로 시선을 끈 이 작품은 '홍문연' '전략과 전술을 배우다' '십면매복' '사면초가'까지 정주행한다. '사기'나 '초한지'에 친숙한 이들이라면 매우 익숙한 진행 순서다. 항우의 몰락과정과 유방이 인재를 등용하면서 승기를 잡는 순간까지를 담았다. 이야기가 단선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흡입력은 다소 떨어지나 칼싸움 등 볼거리는 풍부하다.

'패왕별희'
'패왕별희'국립극장 제공

'패왕별희'라는 제목답게 이 작품의 하이라이트는 항우와 우희가 헤어지는 '패왕별희' 장면이다. 패왕과 우희는 이인무를 추듯, 무대 곳곳을 움직이며 석별의 정을 나눈다. 패왕의 패배를 인식한 우희는 자살하고, 패왕은 회복하기 힘든 슬픔에 빠진다. 우싱궈 연출과 이자람 음악감독은 이 서글픈 '안단테'를 아주 천천히, 감정을 눌러 연출했다.

배우들의 호연은 손색이 없을 것 같다. 맹인 노파의 김금미와 우희의 김준수가 눈에 띄지만, 패왕 항우(정보권)의 당당한 모습, 범증(허종열)의 깐깐함도 눈길을 끈다. 다만 무대의 배경이 되는 동영상이 간간이 나오는데, 전체 극의 수준에 견줘 영상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국립극장이 제작했으며 극본과 안무는 린슈웨이가 맡았다.

관람료 2만~5만원, 8세 이상 관람가. 공연 시간 140분(휴식시간 15분 포함), 오는 17일까지

buff27@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1/13 10:24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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