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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도로포장 입찰 '짜고 친' 건설업자·공무원 징역형

송고시간2019-11-13 06:15

5년 동안 공사 입찰 611건 '나눠먹기'…구청 공무원은 뇌물받고 '묵인'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정성조 기자 = 서울 시내 도로포장 공사를 수주하는 과정에서 입찰 담합을 주도한 건설업자와 이를 눈감아주며 대가를 받은 구청 공무원들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서울동부지법 형사4단독 박준민 부장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 위반과 뇌물 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건설업자 박모(57)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또 뇌물 수수와 직무유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 모 구청 도로과 공무원 박모(55)씨에게는 징역 1년과 벌금 600만원에 집행유예 2년을, 같은 부서 소속이던 이모(52)씨에게는 징역 8개월과 벌금 4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각각 선고했다.

건설업자 박씨는 2012년 1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서울시와 구청에서 발주한 도로 유지·보수 및 굴착 공사 611건의 입찰 가격을 다른 업체들과 공모해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2014∼2017년 모두 16차례에 걸쳐 공사를 발주 받은 업체로부터 명의를 빌려 자신이 경영하는 건설회사가 시공을 진행하도록 한 것으로도 드러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울 각 지역의 도로 공사를 둘러싸고 이뤄졌던 건설사들의 담합 형태를 상세히 소개했다.

구청이나 도로사업소, 수도사업소가 발주하는 도로 공사를 특정 업체(속칭 '관내업체')가 들러리를 세운 뒤 독식하는 것은 1990년대부터 존재해온 수법이었다.

관내업체가 주변 몇몇 회사(속칭 '연대회사')와 미리 입찰 금액을 맞춘 뒤 입찰에 참여해 연대회사가 낙찰받을 경우 공사대금의 8%를 주고 이름을 빌려 시공하는 식이다.

이들은 2000년대 들어서는 구 단위를 넘어 서울 시내를 8개 구역으로 나눈 담합군을 형성하기에 이른다.

서울 전역으로 범위를 넓힌 거대한 담합에는 모두 326개 회사가 참여했지만, 이렇게 따낸 공사를 실제로 시공한 관내업체는 50여 개에 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으면서 공존했다. 서울 시내 어디서든 도로 공사 전자입찰이 공고되면 해당 지역을 독점하는 관내업체가 낙찰 예상금액을 중복되지 않게 200∼300개 작성하고, 모든 담합 회사가 이 업체를 도왔다.

낙찰받는 회사가 매번 다른데도 결국 언제나 같은 회사가 공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대가를 받은 구청 공무원의 묵인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박씨는 구청 도로과 공무원 2명에게 2014년부터 1년여 동안 식사나 골프 등 400여만원 상당의 향응도 제공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재판부는 이들 공무원에 대해 "박씨가 낙찰업체에서 명의를 빌려 전체 공사를 시공하는 사실을 알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를 유기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건설업자 박씨에게 건설기술경력증을 불법으로 빌려준 김모(63)씨와 윤모(53)씨에게는 각각 벌금 200만원과 500만원을 선고했다. 박씨가 실질적인 대표자인 건설사 한 곳에는 벌금 3천만원이 선고됐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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