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옌롄커, 홍콩 발포에 "사람 목숨은 무엇보다 소중"

송고시간2019-11-12 15:16

"인류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력은 소중…어떤 이유든 폭력은 반대"

"대동소이한 소설은 실패…60세 이후 창조력 다 발휘한 작품 쓴다면 가치있을 것"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중국의 '반체제 작가'로 알려진 옌롄커는 12일 홍콩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실탄을 쏴 시민이 중상을 입는 등 초강경 진압이 계속되는 데 대해 "사람의 목숨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교보문고 초청으로 방한한 옌롄커는 이날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뉴스에서 홍콩에서 일어난 사건을 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그는 "인류의 자유와 존엄을 향한 노력은 소중하다"면서 "그 어떤 이유든 폭력이 자행되는 것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만 중국 정부의 시위 진압 방식이나 홍콩 민주화 시위의 정당성 등에 대한 구체적 평가는 자제했다.

그러면서 옌롄커는 지난 2008년 광우병 의혹 규명을 요구하는 촛불시위에는 참여해 가두행진을 했다고 밝혔다. 당시 자신의 책 번역자와 함께 "오랫동안 걸었다"고 전했다.

시위 참여 이유로는 "호기심 때문에 참석한 것 같다"고만 했다.

옌롄커는 광우병 시위와 홍콩 민주화 시위를 비교해달라는 질문에는 "광우병 시위도 그렇고, 홍콩 민주화 시위도 그렇고 인간의 자유를 위해 노력하는 영역"이라며 "두 시위 중 무엇이 가치 있는지, 무엇이 민주화, 인권과 관계있는지 비교하는 건 내 능력 밖"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정말 나약한 사람", "구경꾼"으로 정의했다.

그는 "중국 사회 여러 현상에 대해 비판한 적이 없다. 사실을 그대로 적었을 뿐"이라며 "내 인생과 문학을 성찰해보면 나의 나약함과 유약함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옌롄커
옌롄커

방한 중인 중국 작가 옌롄커가 12일 광화문 한 음식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옌롄커는 코소보 인종청소 문제에 대한 정치적 견해를 밝힌 페터 한트케의 노벨문학상 수상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서는 "참여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트케는 문학적 관점에서 매우 가치 있는 작품을 쓴 작가"라며 "중국 작가들과 비교하면 매우 다르다. 어떤 형태든 작가가 참여하고 의견을 내는데, 중국 작가는 침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 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내정 간섭 수준의 경제 보복을 한 데 대해선 "사드는 흘러간 문제일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한국에서 하는 게 이상하다"면서 "중국 사람은 다 잊어버렸다. 사드에 대해 기억하는 시민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옌롄커는 지금까지 자신의 문학 역정도 '실패'로 규정했다.

그는 "나는 인생과 글쓰기에서 실패한 사람"이라며 "글쓰기 면에서 나는 위대한 작품을 쓰지 못했다. 내 작품 중 진정한 독창성 갖고 창조력을 발휘한 작품은 없다"고 말했다.

특히 "나는 문학이 어떤 기능을 하길 원하지 않는다. 문학 최고의 경지에 이른 기능은 심미 기능"이라며 "우리가 대동소이한 소설들을 많이 보는데, 이런 소설들은 실패한 소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작가로서 인생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가장 독창적이고 개성 있고 모든 창의력을 동원한 작품을 써내는 것"이라며 "60세 이후 내 창조력을 모두 갈아 넣은 작품을 쓸 수 있다면 가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을 못 쓴다면 철저하게 실패한 인생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옌롄커는 "작가가 가질 수 있는 영감과 상상력을 훨씬 넘어서는" 새롭고 기이한 일들이 매일 일어나는 "중국에서 작가로 태어난 것이 굉장한 행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 소설을 신실주의(神實主義)라거나 황당 리얼리즘이라고 말하는데, 이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인 중국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980년대 이후 태어난 한국 청년 작가 중 김애란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고, 소설가 한강과 황석영도 평가한다고 밝혔다.

한국 출간을 앞둔 신작 소설 '빨리 함께 잠들 수 있기를'에 대해서는 "나를 포함해 모두 실존 인물들이 등장한다"면서 "굉장히 흥미로운 글쓰기 경험이었다"고 했다.

옌렌커는 위화, 모옌과 더불어 중국 현역 3대 문호 중 한 명으로 꼽히며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언제나 거론된다. 다수 작품이 중국 당국에 의해 금서로 지정될 만큼 문제 작가로 불린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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