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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세상] "설리의 상처 더는 없도록" 악플 고발 대행하는 변호사들

송고시간2019-11-16 07:00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주보배 인턴기자 = "덕질하는 팬들 다 모여라. 내 배우, 내 가수는 내가 지킨다! 악플은 장난이 아니라 범죄입니다. 내 연예인 아프게 하는 악플러, 내 손으로 잡아 봅시다."

최근 연예인이나 웹툰 작가 등 유명인에 대한 악성 댓글(악플)이 사회 문제로 지목되는 가운데 악플 신고를 모아 무료로 고발을 대행해주는 인터넷 서비스가 개설돼 화제다.

악플 고발 대행 캠페인을 시작한 이지은 변호사(왼쪽)와 최초롱 변호사
악플 고발 대행 캠페인을 시작한 이지은 변호사(왼쪽)와 최초롱 변호사

[이지은 변호사 제공]

공동소송 스타트업 '화난사람들' 대표인 최초롱(33·사법연수원 45기)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리버티의 이지은(47·사법연수원 32기)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디어를 먼저 낸 것은 최 변호사. 지난달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25)의 사망을 계기로 악플 폐해가 주목을 받으면서 보다 적극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일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유명 연예인이라 하더라도 사생활을 보호받고 인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네이버에 웹툰을 연재하던 한 만화가가 별점 테러와 네티즌의 악플을 견디다 못해 건강 문제를 이유로 휴재에 들어간 일도 "악플로 고통받는 이들은 늘고 있지만 이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여론이 여전히 많다"는 그의 문제의식이 깊어지게 했다.

최 변호사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평소 온라인 인권 문제에 관해 의견을 공유하며 친하게 지내던 이지은 변호사에게 재능 기부를 부탁했더니 흔쾌히 '함께 해보자'는 답이 돌아왔다"며 "수위가 넘는 악플로 유명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들의 팬도 함께 고통받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변호사의 조력을 받는 방법은 이렇다.

'화난사람들' 웹사이트에 개설된 '악플 아웃(OUT) 캠페인'(https://www.angrypeople.co.kr/events/detail/1)에 접속한다. 발견한 악플이 달린 날짜와 사이트 주소, 악플러의 아이디, 내용 등을 입력한다. 악성 댓글 원본을 캡처한 PDF 파일을 첨부해 사이트에 등록한다.

캠페인 마감일인 다음달 11일까지 신고 건수 100건을 넘긴 유명인에 한해 변호사가 고발 절차에 나선다. 수임료는 없다.

최 변호사는 "먼저 유명인의 소속사에 소송 의향을 물어보고 동의할 경우, 취합한 악플을 근거로 모욕 혐의와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장을 접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간을 한 달 정도로 정한 이유에 대해 "보통 악성 댓글 소송은 소속사 의뢰를 받아 진행하는데 이번처럼 팬들의 신고를 기반으로 진행한 적은 처음이라 시범 시행 차원으로 기간을 정한 것"이라며 "캠페인이 끝난 후에 관련 전문가와 팬들의 의견을 수렴해서 개선할 부분을 보완할 예정이며, 반응이 좋다면 정식 서비스로 구축할 계획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애'(최고로 사랑하는) 유명인이 악플에 시달리는 것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팬들은 도움의 창구가 생긴 것을 반가워했다.

팬카페를 통해 우연히 이 캠페인을 알게 된 신모(28)씨는 "악플은 연예인 뿐만 아니라 팬들도 똑같이 아프게 한다"며 "신고 절차를 모르는 팬들이 많은데 변호사가 대신 나서서 직접 고발을 해준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최근 이 캠페인에 참여한 뒤 팬카페와 커뮤니티 등에서 앞장서 홍보하고 있는 박모씨는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악플이 더 이상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신고했다"며 "악플러가 가벼운 생각으로 쓴 댓글 하나가 당사자에게는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 결국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 않겠나"고 말했다.

악플 고발 대행 캠페인 사이트
악플 고발 대행 캠페인 사이트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캡처]

이지은 변호사도 이런 의견에 공감한다. "보통 악플러를 보면 '그냥 한마디 툭 던진 것뿐이다'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당사자에게는 이런 툭 던진 한마디가 누적이 된다는 사실이에요. 권투 경기로 치면 가벼운 잽 수십 대가 쌓여서 그로기 상태까지 오는 거죠."

악플에 고통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상황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고 있다. 경찰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사이버 명예훼손·모욕 발생 건수는 1만5천926건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늘었다. 올해의 경우 8월에 이미 1만건을 넘어섰다.

최 변호사는 "익명이기 때문에 악성 댓글을 남겨도 별일 없을 거라고 여기기도 하고, 악플이 범죄가 된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며 "사실관계를 떠나서 타인을 모욕하거나 욕설을 퍼붓는 행위는 모두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도 "유엔인권이사회에 따르면 인권을 존중받을 범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동일하다"면서 "온라인이라고 해서 타인을 비난하거나 욕설을 퍼부어도 된다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악플도 표현의 하나'라는 의견에 대해 이 변호사는 이렇게 반박했다. "표현의 자유도 분명히 존재해요.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권리가 있죠. 그러나 그 이전에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봅니다."

shlamazel@yna.co.kr

jootreasu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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