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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녹취록'으로 본 트럼프…"변덕스럽고 아첨에 약해"

CNN "최근 익명 저자가 출간한 책 내용과 같아"
'트럼프 변덕'에 정부 관리들, 예고없는 정책 변경 대비에 집중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스럽고, 아첨에 약하며, 원한을 잘 품는 성향"이 미 하원의 탄핵 조사에 응한 증인들의 녹취록에서도 또 한 번 확인됐다고 CNN방송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하원이 지난주 줄줄이 공개한 증인 녹취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불만에 가득 차 있으며 대통령의 경솔한 결정으로 현 정부는 종종 혼란에 빠지는 현실이 드러난다.

이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익명으로 출간한 책 내용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이 CNN의 주장이다.

예컨대 트럼프 대통령은 주위의 설명에도 지난 미 대선 때 우크라이나가 자신의 당선을 막으려 했다는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있으며 지난 5월 백악관 집무실에선 우크라이나를 가리켜 "그들이 날 끌어내리려 했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지난 9월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와 통화하면서는 통화 중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 '전화 예절'을 보여줬다는 증언도 나왔다.

선들랜드 대사는 "대통령이 기분이 안좋았다"고 설명했지만 이외에도 수천장에 이르는 녹취록에 담긴 각종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면면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고 CNN은 강조했다.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트럼프 대통령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기자들과 이야기하는 트럼프 대통령[AFP=연합뉴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성향 때문에 행정부의 고위 관료와 외교관들은 대통령의 외교 정책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의 입장을 알아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예고 없이 중요한 정책 변경이 일어날 때를 대비하는 데만 집중한다는 점에 있다.

외교관들은 자신이 맡은 지역에서 대통령의 측근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를 알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애청하는 폭스뉴스를 시청하기도 하지만 이는 '헛된 노력'이라고 말한다. 자신들의 고용주인 대통령이 부하직원들을 깎아내리는 결과와 마주하게 될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경질된 마리 요바노비치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 대사가 대표 사례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하원에 출석해 "내가 모자란다고 생각하겠지만 지난 5~7개월간 일어난 모든 일들이 진짜 일어날 수 있다고 상상도 못했다"고 토로했다.

다른 증인들과 마찬가지로 요바노비치 전 대사도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별도로 진행하는 정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우크라이나 압박에 미온적 태도를 보인 요바노비치 전 대사는 결국 경질됐으며경질 과정에는 줄리아니가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바노비치는 본국으로 소환된 후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를 약화시키려는 줄리아니에게 맞섰으나, 이후 행정부 내에서 벌어진 일은 상충하는 메시지와 충동적인 의사 결정 속에 관료들이 근근히 버티는 혼란스러운 분위기만 고스란히 노출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국무부에 자신을 지지하는 성명을 내달라고 요청했으나 국무부가 오랜 검토 끝에 이를 거절한 것이다.

트럼프 탄핵조사 증언한 전 우크라 주재 美대사
트럼프 탄핵조사 증언한 전 우크라 주재 美대사(워싱턴 AP=연합뉴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마리 요바노비치(가운데)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대사가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 도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조사하는 하원 민주당은 요바노비치 전 대사 등 주요 증인 2명의 증언을 4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leekm@yna.co.kr

다른 증인들의 증언도 비슷하다.

피오나 힐 전 국가안보회의(NSC) 유럽·러시아 담당 선임국장도 "나는 굉장히 오랜 시간 일하기 때문에 밤에 집에 들어가 텔레비전을 보는 일만은 하고 싶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집에 가서 줄리아니가 뭐라고 하는지 보기 위해 뉴스를 봐야했다"고 말했다.

윌리엄 테일러 우크라이나 대사 대행은 "크림반도를 러시아 영토로 인정하기로 러시아와 합의하는 것과 같은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지 몰라 우려했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갈지자 정책에 불안을 느꼈음을 고백했다.

요바노비치 전 대사가 소환된 사건은 경험이나 전문성보다 진짜든 가짜든 충성심이 더 중시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것이 그의 외교관 동료들의 평이다.

특히 관리들은 우크라이나 문제에 있어 누가 책임자인지 몰라 혼란스러워했다. 여러 인사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며 우크라이나 사안에 개입해서다.

일례로 우크라이나는 EU 회원국이 아닌데도 선들랜드 EU 대사가 관여했다.

힐 전 NSC 선임국장은 하원에서 선들랜드 대사에게 "누가 당신이 우크라이나 담당이라고 했나?"라고 묻자 선들랜드 대사가 "대통령"이라고 답했다고 증언했다.

힐 전 국장은 "(대통령이라는데) 더 어떻게 말하겠나"라고 회고했다.

증인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변덕에 맞춰 백악관의 관심도 여러갈래로 분산됐다고 말했다.

테일러 대사 대행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원조 보류를 해제하기 위해 뛰던 중 워싱턴의 관심은 그린란드 매입에 쏠린 것을 알아차렸다며 "NSC가 이 문제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했다"고 말했다.

lucid@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1/11 11:4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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