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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형제복지원 돈벌이 해외입양도 했다니…사회적 해결 서둘러야

송고시간2019-11-10 13:26

(서울=연합뉴스) '한국판 홀로코스트'로 불리는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당시 돈벌이를 위해 아동을 해외 입양시키는 일까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은 국회의원과 정부 관계자, 정보공개 청구 등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토대로 형제복지원이 1979년부터 1986년까지 아동 19명을 해외로 입양 보냈음을 입증하는 직접 증거, 그리고 다른 51명의 해외 입양 사실을 보여주는 간접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수많은 인권 침해가 자행된 형제복지원이 아동들을 무자비하게 잡아들여 강제노역을 시켰고 해외 입양까지 시켰다는 증언이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이처럼 구체적인 증거가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당시 복지원을 이끌었던 박인근과 그 측근들의 반인권적, 반인륜적인 행위가 외신을 통해 추가 확인된 것은 수십 년이 지나도록 더디기만 한 이 사건의 법적, 사회적 해결 필요성을 더욱 절감하게 한다.

사회복지 사업가를 자처했던 박인근은 부산에 형제복지원을 설립한 뒤 1975년 부산시와 부랑인 보호 위탁 계약을 맺고 12년간 수천 명의 사람을 감금해 강제노역을 시켰다. 이 과정에서 학대, 폭행, 암매장, 성폭행 등의 반인도적 인권유린을 자행했다. 이곳에는 부랑아, 무연고 장애인, 고아 등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욱 세심하게 보호받아야 할 사람들은 물론 평범한 애먼 시민들까지 붙잡혀왔다. 인권침해가 얼마나 가혹했는지 이 기간 확인된 사망자만도 551명에 달한다. 그 시신은 해부학 실습용으로 팔려나갔다. 박인근 원장은 매년 20억원의 국고 지원까지 받았다. 1987년 3월 원생 35명의 탈출로 그 참상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가해자들은 항소심, 상고심, 파기환송심, 재상고심을 거쳐 1989년 7월 솜방망이 처벌만 받는 데 그쳤다. 당시 대법원은 불법 감금 등 횡령죄를 제외한 박인근의 나머지 혐의에 대해 정부 훈령에 따른 적법한 부랑자 수용이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박 원장은 1981년과 1984년 국민포장과 국민훈장까지 받았다. 박인근 일가는 희생자들의 피와 눈물로 일군 막대한 재산을 토대로 지금도 부산, 경남 일대에서 여전히 사회복지와 교육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이 사건을 대법원에 비상 상고했다. 비상상고는 확정된 형사 판결에서 위법한 사항이 발견됐을 때 검찰이 대법원에 다시 심리해달라고 요청하는 비상구제절차이다. 당시 문무일 검찰총장은 한종선 씨 등 형제복지원 피해자 30여 명을 만나 눈물을 떨구며 머리 숙여 사과했다. 국회에서는 지난달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 규명을 위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과거사정리법)이 진통 끝에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다. 하지만 대법원 심리는 1년째 계속되고 있고, 과거사정리법도 여야간 이견으로 20대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다. 여전히 심리적 후유증과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받고 있는 피해자들은 답답한 마음에 2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지만, 국가 차원의 진상 규명과 피해 보상, 가해자 처벌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30년이 넘어 이제 실질적인 피해 구제와 상처 치유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정부, 국회, 법원 모두 형제복지원 사건의 사회적 종결을 위한 노력에 더욱 속도를 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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