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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호주 도축장서 구슬땀 흘리는 한국 워홀러 청년들

80명이 매일 양 3천마리 이상 도축작업에 참여
처음에는 힘들지만, 하루 이틀이면 적응해

(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 7일 (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서 남쪽으로 차로 2시간 달려 도착한 골번의 '파인 브랜드' 도축장에는 80명의 한국 워홀러(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 청년들이 구슬땀을 흘리며 도축 일을 하고 있었다.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일하는 한국 워홀러 청년들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일하는 한국 워홀러 청년들(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도시로 진입하는 도로에 세워져 있는 거대한 메리노 양(羊) 석상이 상징하듯 골번은 목양으로 유명한 지역이다.

1960년대에 시작된 '파인 브랜드'는 도축능력이 하루에 양 5천마리가 넘는, 뉴사우스웨일스(NSW)주의 대표적인 양 도축 시설이다.

호주 NSW주 골번 지역 진입로에 세워진 거대한 메리노 양(羊) 석상
호주 NSW주 골번 지역 진입로에 세워진 거대한 메리노 양(羊) 석상(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도축장 안으로 들어가자 천장 레일에 거꾸로 매달려 계속 밀려들고 있는 양들이 보였다.

직원들은 재빠른 동작으로 가죽과 내장 등을 분리한 후 씻어서 깨끗한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냉장 공간으로 보냈다.

작업장에는 열대를 방불케 하는 후덥지근한 공기는 물론 비릿한 피와 역겨운 내장 냄새가 진동했다.

여기저기 청색 안전모에 작업복을 입은 한국 청년들이 호주 직원들과 함께 도축 작업에 여념이 없었다.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청색 안전모를 쓰고 작업 중인 한국 워홀러 청년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청색 안전모를 쓰고 작업 중인 한국 워홀러 청년(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초기 도축 과정을 제외하면 나머지 작업은 다 냉방 상태에서 이루어졌다.

단계를 하나씩 거칠 때마다 양고기는 뼈와 살이 분리되기도 하고 절단된 부위는 따로 포장지에 담겼다.

두툼한 안전복을 착용한 직원들은 칼과 쇠꼬챙이 같은 도구로 컨베이어벨트에 놓인 양고기 부위들을 다듬어서 포장했다.

근육의 힘보다는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해서 여자들이 주로 담당하는 작업이다.

4인 1조로 갈비 포장 작업을 하는 한국 여자 워홀러들은 서로 웃고 떠들면서 즐겁게 일하고 있었다.

한국 워홀러 청년들이 골번 '파인 브랜드'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였다. 성수기에는 150명까지 일하지만, 요즘은 가뭄 등으로 일거리가 줄어 8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케니 콘로이(34) 인사담당자는 "한국 청년들은 예의 바르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라면서 "처음에는 도축 일의 강도에 놀라지만 거의 포기하지 않고 잘 적응한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도축 일은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지만, 작업지시만 따르면 누구나 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케니 콘로이(34) '파인 브랜드' 도축장 인사 담당자
케니 콘로이(34) '파인 브랜드' 도축장 인사 담당자(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파인 브랜드'의 현재 최저 임금은 시간당 24호주달러(약 1만9천원)다, 월~목요일까지 주 4일 근무제를 시행해 워홀러들에게 인기가 높다.

호주 정부는 워홀러가 도시에서 떨어진 지방에 있는 농장·공장에서 일하면 그 기간에 따라 비자를 연장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골번도 그런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파인 브랜드'에서 3개월 이상 일하면 1년, 다시 6개월 이상 일하면 추가로 1년 더 비자를 연장할 수 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연장 자격은 고임금과 함께 이곳 도축장을 선호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이다.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작업 중인 한인 여성 워홀러 조윤정(28) 씨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작업 중인 한인 여성 워홀러 조윤정(28) 씨(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2달째 근무 중인 워홀러 조윤정(28) 씨는 "처음에는 작업 속도가 너무 빨라 힘들었지만, 한국 공장에서 핸드폰 화면 검사하는 일을 한 경험이 있어 곧 익숙해질 수 있었다"면서 "3개월 경력이 채워지면 시드니에 가서 비자를 연장하고 다른 일을 알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일하는 한국 워홀러 조대영 (27) 씨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일하는 한국 워홀러 조대영 (27) 씨(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도축장 일을 시작한 지 이틀밖에 되지 않는 조대영(27) 씨는 "양이 레일에 거꾸로 달려오면 다리를 절단하고 가죽을 벗기는 일을 하고 있다. 비위가 상했는데 계속 집중하다 보니까 그냥 고깃덩어리처럼 둔감해졌다."면서 "나중에 요리사가 되고 싶은데 이 경험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일하는 한국 워홀러 장현식(29) 씨
호주 NSW주 골번 도축장에서 일하는 한국 워홀러 장현식(29) 씨(시드니=연합뉴스) 정동철 통신원

'파인 브랜드'에서 일하는 한국 워홀러 중 고참에 속하는 장현식(29)씨는 이미 비자를 한번 연장하고 2년째 호주에 체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모델·연기·요리 등 다양한 일을 했다는 그는 "이곳에서 호주 직원에게 양의 장기 적출 같은 기술을 배운 덕분에 시간당 40달러가 넘는 고임금을 받는다"면서 호주에 정착하는 것까지 고려한다고 말했다.

업무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보내느냐고 묻자 장씨는 "주말에는 한국 동료들끼리 홈파티도 하면서 친하게 지낸다. 금요일부터 3일을 쉬니까 시드니에 가서 쇼핑도 하고 놀기도 한다."고 답했다.

주시드니 총영사관은 골번 도축장을 주기적으로 방문해 한국 워홀러 청년들을 격려하고 있다.

7일 '파인 브랜드' 관계자와 함께 도축장을 둘러본 홍상우 총영사는 한국 직원들에 대한 안전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도 앳된 한국 젊은이들이 호주 땅에서 험한 일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짠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진취적인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어 대견스러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dcj@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11/08 18:2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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