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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베를린 장벽 붕괴 30년…우리도 초당적 대북정책 절실하다

(서울=연합뉴스) 20세기 후반 세계사 최대의 정치적 변혁으로 평가되는 베를린 장벽 붕괴가 30주년을 맞았다. 장벽 붕괴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한 동서 냉전의 종착역인 동시에 다극화한 세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독일의 45년 분단 체제는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채 1년이 안 돼 해소됐고 철옹성 같았던 동유럽의 공산주의 블록은 금세 해체됐다. 장벽 붕괴와 통일은 이후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 부작용을 충분히 상쇄하고 남을 정도로 독일과 독일 국민에게는 큰 축복이 됐다. 그런데 시선을 한반도로 돌려보면 착잡함을 금할 수 없다.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벌써 한 세대가 지났지만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철책선은 여전히 70년 넘게 강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제까지 독일을 부러워만 하고 있을 것인지 정치권을 포함한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베를린 장벽은 건설 28년만인 1989년 11월 9일 여행 자유화에 관한 포고령을 발표하던 한 동독 정치국원의 실언성 발언 한마디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당시 폴란드를 방문 중이었던 헬무트 콜 서독 총리를 비롯해 전 세계 누구도 이날 저녁 베를린 장벽이 무너질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만큼 돌발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런 해프닝은 시대의 종말과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재촉한 도화선일 뿐 변혁에 대한 압력은 충분히 높아져 있어 이 일이 없었더라도 독일 통일과 동유럽 공산권의 붕괴는 시간문제였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이런 이유로 베를린 장벽 붕괴를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 묘사하기도 한다. 독일은 1970년대부터 동방정책을 수립해 실천했고, 대외적으로는 통일 독일이 주변국과 세계 평화에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끈질기게 설득했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 않았고, 통일을 이뤘다. 이런 우연은 한반도에서도 언제든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스스로 이를 필연으로 이끌 준비가 돼 있는지는 모르겠다.

과거 서독에서도 대동독 정책을 둘러싸고 숱한 논쟁과 우여곡절이 있었다. 심지어 동방정책을 추진했던 빌리 브란트 총리의 비서가 동독의 스파이로 밝혀지는 일까지 있었다. 하지만 정치권의 노력으로 대동독 정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이뤄졌고, 이를 통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정책의 연속성이 담보됐다. 반면 우리 상황을 보면 대북정책이 정쟁의 도구로 전락함으로써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기조가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초당적 차원에서 큰 틀의 합의를 이뤄내고, 그 기조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국민이 혼란스럽지 않고, 북한에도 명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으며, 영구적 평화의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다. 대외정책에서도 한반도 평화ㆍ통일에 시선을 고정해야 한다. 허리가 잘린 한반도 남쪽에서 이룬 번영은 초강대국 미국과 지구촌의 새로운 강자로 등장한 중국의 자기장이 교차하는 공간의 한가운데 자리한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수성을 고려하면 모래성에 불과하다. 정치권은 한민족의 운명을 가를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고,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면 씻을 수 없는 역사의 죄인이 된다는 각오로 초당적 대북정책 수립에 머리를 맞대길 촉구한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1/08 14:0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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