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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자사고·외고·국제고 일괄폐지, 정책전환 부작용 최소화해야

(서울=연합뉴스) 교육부가 7일 '제2의 고교 평준화'라고 평가할 수 있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을 내놨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고교학점제가 전면 도입되는 2025년부터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외고)·국제고를 모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게 골자다. 전국 단위로 학생을 모집했던 49개 일반고의 모집 특례도 폐지한다. 다만 설립 취지에 맞게 운영되고 상대적으로 학생 수가 적은 과학고·영재고는 존치하기로 했다. 이로써 외고는 도입된 지 33년, 국제고는 27년, 자사고는 24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사실상의 '완전 고교 평준화'가 실현되는 것이다.

자사고·외고·국제고는 다양한 교육수요를 담아내기 위한 학교 모델이다. 그러나 도입 당시부터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입시 명문고가 부활하고, 이는 곧 고교 평준화 정책을 흔들 것이라는 지적이었다. 이런 우려가 일부 현실로 드러나면서 자사고 등의 폐지는 문재인 정부의 대선공약이자 국정과제가 됐다. 이들 학교가 우수 학생을 독점하고 고교를 서열화하면서 공교육 황폐화를 가속했다고 본 것이다. 여기에 이른바 '조국 사태'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 조 전 법무부 장관 딸의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져 사회적 논란거리로 확산하자 교육부가 자사고·외고·국제고의 단계적 폐지 방침에서 일괄 폐지로 방향을 튼 것이다.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주요 대학의 학생부종합전형 실태조사 결과 확인된 고교 서열화 '증거'도 명분을 줬다.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가야 할 길이지만 넘어야 할 부작용과 과제가 만만치 않다. 우선 자사고·외고·국제고가 사라져도 그 자리를 대신할 만큼 일반고 교육의 질이 높아질 수 있느냐다. 정부는 앞으로 5년간 2조2천억원을 들여 일반고의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학생 수준과 적성에 따른 과목 선택권을 확대하는 등 맞춤형 교육여건도 조성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조치로 크게 뒤떨어져 있는 일반고의 교육역량을 단기간에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자사고·외고의 반발 역시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부는 법적 다툼에 직면할 수 있다. 일반고 전환에 투입될 수천억 원의 재원도 어떻게 마련할지 아직 물음표다. 더 큰 문제점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착수하려는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이 사실상 차기 정부의 손에 달려 있다는 점이다. 시행령은 다시 바뀔 수 있기 때문에 2022년 상반기에 들어설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라 일반고 전환이 무산될 수도 있다. 고교학점제 역시 마찬가지다.

올해 우리 사회는 전주 상산고로 촉발된 자사고 폐지 논란으로 이미 큰 곤욕을 치렀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면서 사회 분열 양상으로까지 번졌다. 교육부는 백년지대계인 교육이 정파적 이익에 따른 논란과 혼란 속에 방치되는 것을 막아야 할 책임이 있다. "세계 곳곳에서 수월성과 다양성 교육에 역점을 두는데 자사고 등의 일반고 전환은 하향 평준화를 꾀하는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더 정밀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교육정책이 정권과 관계없이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설치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국가교육위원회도 하루바삐 출범 시켜 고교 서열화 해소 방안 등을 제도화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잦은 입시제도와 고교체제 개편으로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만 초래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1/07 15:2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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