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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오른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연극 '휴먼 푸가'

송고시간2019-11-06 07:00

6∼17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서울문화재단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관객이 마주 보는 구조의 사각 무대에 배우들이 등장한다. 바닥에 털썩 엎드리고, 벽에 기대고, 입을 틀어막고, 강박적으로 목을 문지른다.

"비가 올 것 같아."

"어떻게 하지?"

"너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청 앞 은행나무를 지켜본다."

1980년 5월 도청에서의 마지막 날, 사람들은 괴로운 몸짓을 하며 정신없이 나무 벽을 두드린다.

"아무것도 용서하지 않을 거다!"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서울문화재단 제공]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받은 작가 한강의 장편소설 '소년이 온다'(2014)를 원작으로 한 연극 '휴먼 푸가'가 6일부터 17일까지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무대에 오른다.

소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계엄군에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된 중학생 동호와 주변 인물들의 참혹한 운명을 그린다.

지난 5일 중구 예장동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에서 마련된 전막 공연에서 배우들은 저마다의 격정적인 몸짓과 표정, 동작으로 국가가 행사한 폭력으로 죽은 자와 살아남은 자의 고통을 극적으로 표현했다.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서울문화재단 제공]

배우들의 대사는 소설 속 텍스트를 그대로 따르지만, 소설을 단순하게 재현하지 않고 움직임과 밀가루, 빈병, 종이, 테이프, 천 등 각종 오브제를 통해 고통을 기억하고 각인한다.

배요섭 연출가는 전막 공연 후 마련된 질의응답에서 "원래 텍스트를 신뢰하지 않지만 '소년이 온다' 글자 하나하나에서 받은 감각이 강렬해 이번만은 소설 속 텍스트를 그대로 사용했다"고 밝혔다.

서사의 맥락이 끊어져 있어 관객은 등장인물의 기억과 증언을 단편적으로 따라가야 하지만 고통, 슬픔, 연민의 감정은 화살처럼 가슴을 파고든다.

'푸가'는 주제 하나를 자유롭게 모방하는 음악 형식을 말한다. 극은 푸가처럼 하나의 사건으로부터 생겨난 '고통'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해 변주되고 반복된다. 각 장면은 독립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교차하면서 새롭게 나타난다.

배 연출가는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연기하지 않고, 춤추지 않고, 노래하지 않는다"며 "배우가 관습에서 벗어나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연극 '휴먼 푸가' 전막공연

[서울문화재단 제공]

배우들은 폭력의 모습을 제대로 마주보기 위해 많게는 3∼4차례 광주를 방문해 옛 전남도청, 상무관, 505보안부대 옛터 등지를 찾았다고 한다.

배 연출가는 "광주를 피상적으로 알고 있는 분이 많다. 실제 어떤 일이 있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모른다"며 "광주를 찾은 것은 그곳에서 경험이 배우 몸에 남아 있지 않으면 무대에서 발화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배 연출가는 "처음에는 광주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벌어지는 학살을 참고하려고 했지만, 작업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며 "광주만으로도 아주 힘들고 고통스럽고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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