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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권력자 아닌 인류 위한 학문…객관성 추구해야"

한중 '자치통감' 연구 권위자 권중달·장궈강 교수 대담
"역사가는 권력자 실패 부각하고 경종 울릴 의무 있어"
이야기 나누는 권중달·장궈강 교수
이야기 나누는 권중달·장궈강 교수(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권중달(오른쪽) 중앙대 교수와 장궈강 중국 칭화대 교수가 10월 29일 관악구 도서출판 삼화 사무실에서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중국 북송시대 사마광(司馬光, 1019∼1086)이 쓴 '자치통감'(資治通鑑)은 치도(治道)의 자료로 두루 통할 만한 거울을 뜻하는 역사서다. 전국시대에 속하는 주 위열왕(威烈王) 23년(기원전 403년)부터 송이 건국되기 전까지의 역사를 294권에 담았다.

국내에서 자치통감을 처음으로 완역한 권중달 중앙대 명예교수와 중국에서 자치통감 온라인 강의로 화제를 모은 장궈강(張國剛) 칭화대 교수가 지난달 29일 관악구 도서출판 삼화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국과 중국 자치통감 연구 권위자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대담한 자리였다.

첫 질문은 장 교수가 했다. 그는 방대한 역사서인 자치통감을 홀로 번역하면서 힘든 점과 인상 깊은 점이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권 교수는 답을 하면서 바로 역사학의 특징을 설명했다.

"역사라고 하는 것이 동서양 모두 종교 혹은 이념의 하부구조였어요. 중국에서도 역사를 기술할 때 황제를 중심에 뒀죠. 자치통감은 시대를 아우르는 통사여서 특정 왕조를 최고라고 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사마광은 정말로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역사가 무엇인지 생각한 것 같아요."(권중달)

권 교수는 "사마광은 황제에게 아부하지 않고, 오로지 사실(史實)이 무엇인가를 탐구했다"면서 "어떤 나라에 힘이 있는지, 돈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유명한 성리학자인 주희(朱熹, 1130∼1200)가 집필한 '통감강목'(通鑑綱目)과 비교하면 자치통감의 위대함이 더욱 두드러진다고 역설했다.

권 교수는 "주희가 통감강목을 쓸 때 남송은 정치적으로 굉장히 약했다"면서 "주희는 여진족이 세운 금에 대항하기 위해 혈통적 정통론을 고안했는데, 이는 역사가 아니라 철학이나 종교에 가까웠다"고 비판했다.

이어 "동아시아에서는 주희 이후 혈통적 정통론에 뿌리를 둔 사관이 생겨났고, 여전히 남아 문제가 되고 있다"며 "정치가 역사를 지배해서는 안 되며, 역사는 모든 것 위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 교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면서 "역사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하며, 황제나 왕조가 아니라 인류를 위해 써야 한다"고 답했다.

장 교수는 역사에서 중요한 가치 두 가지로 진(眞)과 용(用)을 꼽고는 자치통감이 중국에서 가장 객관적인 역사서라는 사실을 대부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 시대가 되고 개인의 중요성이 더 커졌지만, 이럴 때일수록 동양에서 중시한 공동체 관념을 의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과 중국, 한국과 일본이 각각 갈등을 겪고 있잖아요. 나라와 나라가 부딪치는 이유는 다들 어느 한쪽만을 내세우기 때문입니다. 전체를 보고 인류 공동체 이익을 우선시하는 관점이 조명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역사학의 최종 목적은 인류가 잘사는 데 있어요."(장궈강)

권 교수는 장 교수 발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최근 동아시아에서 이른바 '역사전쟁'이 벌어지는 데 대해 "내 역사를 강조하는 인식을 타파해야 한다"는 소신을 드러냈다. 그는 "역사는 특정 인물이나 계층, 국가가 아니라 모든 사람의 것이고, 역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라고 말했다.

'자치통감' 권위자 권중달·장궈강 교수
'자치통감' 권위자 권중달·장궈강 교수(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권중달(오른쪽) 중앙대 교수와 장궈강 중국 칭화대 교수가 10월 29일 관악구 도서출판 삼화 사무실에서 만났다.

하지만 장 교수가 역사를 논하면서 작은 개인을 닦는 일에서 시작해 큰 천하를 통치하는 일로 나아가야 한다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를 수차례 언급하자 권 교수는 "희망 사항이자 프로파간다일 뿐"이라며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권 교수는 "지도자들은 항상 수신을 말하지만, 본인은 실천하지 않고 백성에게만 강요했다"며 "실제로는 권력자들이 '나는 나쁜 짓을 해도 괜찮아'라고 생각하는 역사가 벌어지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장 교수는 "통치자와 오늘날 기업가는 일반인과 다르며, 도덕적이고 인륜적인 행위를 해야 한다"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통치자를 속박하고 견제할 제도가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예컨대 대통령이 있다면 권력을 잘 구속하는 제도가 있어야 착오를 범하지 않는다"며 "이러한 외부 시스템과 도덕적 수양이라는 지도자 내부 요소가 모두 갖춰졌을 때 좋은 정치가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권 교수는 "황제를 교육해서 좋은 정치를 만들겠다는 사고는 예전부터 있었고, 자치통감 또한 황제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며 "문제는 제도를 계속해서 고쳐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나라가 망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사가 흥망성쇠를 거듭한다는 사실, 그리고 역사학자는 위기의 시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두 사람이 견해를 같이했다.

장 교수는 "인간은 진화하면서도 주기적으로 실패했다는 점이 역사의 본질인지도 모르겠다"며 "자치통감에서 멸망한 왕조로부터 교훈을 얻기만 해도 실패 가능성이 작아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권 교수는 "역사는 원심력과 구심력이 끊임없는 긴장 관계를 이룬다"며 "혼란 혹은 분열의 시대는 나쁜 시대가 아니라 구심력이 약해진 시기라고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사학자는 권력을 쟁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역사의 실패를 부각하고 경종을 울리는 사람입니다. 결과가 안 좋을 때 계속 기록을 남기는 일이야말로 역사가가 해야 할 임무입니다. 이를 통해 실패하지 않으려면 역사를 보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권중달)

psh59@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1/03 08:38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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