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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In] '지게차가 굴러다닐 정도'…서부산권 연약지반 침하 심화

신항 배후단지·명지신도시 등 곳곳에 지반 침하…피해 눈덩이
"지반조성 부실" vs "연약 지반 고려 안 한 시공"…책임소재 불분명
지반 안전관리체계 걸음마 수준…전문가들 "통합 기준 마련돼야"

(부산=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 부산 신항 배후단지와 명지국제신도시 등 지반조성공사 후 신도시나 공단이 들어선 지역 곳곳이 지반침하 현상을 겪고 있다.

업체들은 지반침하 현상에 대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고 시민들은 혹시나 모를 대형 사고에 늘 불안하다.

전문가들은 매립지 등 연약지반에서 잔류 침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피해로까지 이어지는 이유는 지반 조성부터 건축물 시공까지 전반적인 과정에서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고, 사업 전반에 성과 우선주의가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움푹 꺼진 신항 배후단지 물류창고
움푹 꺼진 신항 배후단지 물류창고[손형주 기자]

◇ 1m 이상 꺼진 물류창고·오피스텔 공사 중 도로 폭삭

부산신항 웅동 배후단지 한 물류창고.

축구장 2개 크기 물류 창고 내부가 테두리만 남겨 두고 1m 이상 움푹 내려앉아 있었다.

육안으로도 심각한 경사에 바닥 곳곳은 금이 가 있고 창고에 쌓아둔 물건은 기울어진 지반에 쓰러지지 않게 단단하게 고정돼 있었다.

배후단지 중에서도 물류 창고 등이 모여 있는 1구역의 피해가 극심했다.

1∼2차 입주기업 28곳이 모여 있는 이곳은 수년 전부터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했다.

4∼5곳 업체가 심각한 피해를 보았으며 나머지도 대부분 피해를 호소했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시동을 끈 지게차가 굴러다닐 정도로 지반이 기운 곳도 있어 사고도 난 적 있다"며 "쌓아둔 물건이 쏟아지기도 하는데 100억원 이상 투자한 업체들이 지반침하로 좋은 화물을 받지 못하는 등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5년 전부터 피해가 시작됐지만,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지난해 언론 보도 이후부터다.

부산신항과 더불어 부산·진해 자유무역 구의 5대 개발 지역 가운데 하나인 명지국제신도시. 이곳 역시 곳곳에서 지반 침하로 피해를 보고 있다.

2017년 10월 완공한 부산지검 서부지청 신청사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청사에서는 지난해 두 차례 침하가 발생했다.

지난 4월 내려앉은 명지국제신도시 도로. 현재까지도 복구공사 중이다.
지난 4월 내려앉은 명지국제신도시 도로. 현재까지도 복구공사 중이다.[손형주 기자]

건물 안전에는 문제가 없어 화단으로 틈을 메꿔둔 상태다.

명지국제신도시 한 오피스텔 신축공사장 앞 도로는 지난 4월 폭 15m가량이 폭삭 내려앉았다.

원인을 분석하고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신도시 핵심 교차로 중 한 도로가 6개월째 통제돼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구청은 용역 결과를 토대로 시공사인 삼정 측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다.

이렇게 연약지반 침하 피해는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조성된 지 20년이 지난 녹산·신호 공단도 조성 초기부터 지반침하 피해가 발생했다.

연약지반 침하 문제는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항상 따라다니는 문제지만 여전히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부산 강서구 부산지법 서부지청 건물. 지반 침하가 발생한 곳에 화단이 설치됐다.
부산 강서구 부산지법 서부지청 건물. 지반 침하가 발생한 곳에 화단이 설치됐다.[손형주 기자]

◇ 반복되는 연약지반 침하…근본적인 대책 없나

신항 배후단지 지반 침하 원인 연구용역을 맡은 부산대 임종철 명예교수는 부산항만공사에서 열린 최종보고회에서 물류 업체들이 입주한 단지는 최대 150㎝, 단지 내 도로 부분은 최대 146㎝ 침하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설계상 허용 잔류침하량(단지 10㎝, 공원 및 녹지 30㎝)을 최대 10배 이상 초과한 것이다.

침하 원인에 대해 임 교수는 시공 계획과 실제 시공 과정의 품질평가 방법 차이, 입주업체들의 설계하중을 초과한 중량물 적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추정했다.

임 교수는 "잔류침하를 여러 가지 기법으로 예측을 하는데 기법에 따라 예상치가 천차만별"이라며 "어떤 기법은 잔류침하량을 10㎝(허용치) 이상으로 예측하고 어떤 기법은 10㎝ 이내로 예측하는데 당연히 시공사에서는 이해관계에 따라 잔류침하량을 계산하고 구조물 착공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잔류침하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며 "기준이 없기 때문에 책임을 가리기도 힘들어 틀렸다고 할 수도 없는 문제"라고 말했다.

지반조성공사 후 지반에 대한 안정성을 검증하기도 전에 건물을 착공하는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신항 웅동배후단지도 2013년 지반조성공사가 된 직후 입주 기업 건물이 착공됐다.

한 입주기업 관계자는 "지반 상황 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착공되기 때문에 예상보다 큰 지반침하에 지어진 건물 자체가 위협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반 침하로 피해가 발생하면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힘들다.

명지국제신도시 곳곳의 지반 침하도 애초에 지반조성공사가 잘못됐다는 의견과 시공사가 건물 건축 과정에서 연약지반을 고려하지 않고 공사를 한 시공사의 책임이 크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결국 명지국제신도시 부지 지반 전반에 대한 연구용역이 진행 중이다.

정성교 동아대학교 토목공학과(연약지반연구실) 교수는 "우리나라가 경험은 많지만, 아직 설계에 대한 기술이 전반적으로 미약하고 성과 위주의 국민성 때문에 설계부터 사후 검사까지 지반침하에 대비하는 전반적인 과정에 대한 체계적인 기준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handbrother@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1/03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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