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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僧'의 수행일기…'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20여차례 안거 수행 원제스님…게임 게시글·SNS 인기몰이
"나에게서 벗어나 전체로 살아갈 때 인연이 오고 즐거워"
원제스님
원제스님[촬영 양정우]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그림 그리는 스님, 노래하는 스님, 강연하는 스님, 자수하는 스님, 역경(譯經)하는 스님 등 우리는 많은 일을 수행의 한 방편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스님들을 적지 않게 봐 왔다.

29일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그를 통해 이제는 '게임하는 스님'을 그 목록에 올려둬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임을 포함한 정보기술(IT)이 세상의 중심이 된 요즘, 오히려 이런 목록 추가가 늦은 건 아닐까.

2006년 출가한 원제스님은 그간 '안거(安居)'만 이십여 번을 낳은 수행승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뜬금없이 게임을 좋아한다고도 말했다. 스님하면 수행과 공부가 기본인데 무슨 게임이냐는 식의 눈치를 짐작한 듯 게임 얘기를 먼저 잔뜩 풀어놨다.

"게임한다고 말하는 스님은 제가 처음 아닐까요."

그는 '문명(civilization)'이라는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데 게임에서 최고 레벨 단계에 5번 차례나 올랐다고 했다. 행자시절 게임에 푹 빠졌던 얘기도 늘어놨다.

"제가 게임을 좋아해요. '문명(civilization)' 게임이요. 제가 게임 게시판에 여러 도시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담은 탐방기를 정성스럽게 써서 올렸는데요, 카페 회원들 반응이 폭발적이었습니다."

게임에서 비롯된 원제스님 글쓰기는 게시판에서 큰 인기였다. 2011년부터는 그가 틈틈이 블로그와 페이스북에 써서 올리는 수행기로 관심이 이어졌다.

그는 글을 쓸 때 먼저 진정성을 떠올린다고 했다.

"솔직하게 글을 써요. 그러면 사람들이 읽어줍니다. 진정성은 제가 사람을 대하는 방식입니다."

올 연초에 그는 이제 책 한권을 낼 정도 수준이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보통 글은 안거와 안거 사이, 1년에 약 6개월가량을 집중해서 쓰는데 이전에는 책을 낸다는 자체가 자신에게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당시에는 수행과 공부가 중요했어요. 이게 안정화하지 않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책을 낼 수 없었습니다. 용납이 되지 않았던 것이죠. 그런데 올해 연초에는 이제는 시작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불광출판사)는 제목의 첫 저서에는 그간 수행과정과 깨달음이 담겼다. 13년간의 수행일기다.

'게임僧'의 수행일기…'질문이 멈춰지면 스스로 답이 된다' - 2

책을 펴니 눈에 띄는 구절이 나온다.

"수행하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삶이 있습니다. 하나는 답을 구하는 삶이고, 다른 하나는 의심하는 삶입니다. 답을 구하려는 삶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찾아 나서고 축적합니다. 의심하는 삶은 축적된 것들을 돌이켜보고, 의심하는 것을 비워갑니다. 두 삶은 다른 결과를 만들어냅니다. 답이란 결코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멈춤으로써 드러나는 것입니다. 구함이 멈춤으로써, 그 모든 것들이 답으로 드러나는 것입니다"(본문 137쪽)

출가하기 전 원제스님은 98학번, 00학번으로 대학을 두 번이나 다녔던 학생이었다. 오로지 최고 명문대를 바라보며 준비한 대학 입시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이는 방황과 번민으로 이어졌다. 자해할 만큼 마음의 고통이 컸다.

두 번째 대학에서는 종교학과에 입학했는데 존재조차 몰랐던 학과 공부에 재미를 느꼈다. 대학에 다니면서 '20대는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를 하나로 정리해보자는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찾은 것인 두 글자 '진리(眞理)'였다고 그는 기억했다.

진리대로 살고 싶다고 생각하다 보니 불교를 만나는 인연으로 이어졌다.

그에게 불교가 왜 진리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초기 경전을 보는데 부처가 아니라 '이 사람 진짜로 얘기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진짜라는 말은 진실이 느껴졌다는 거예요. 이 사람은 진심을 말하는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원제스님은 2012년 9월부터 약 2년간 전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다. 중국을 시작으로 동남아시아, 인도, 네팔을 거쳐 유럽, 아프리카, 남미, 북미를 찍고서 돌아왔다. 적은 돈을 들고 떠난 여행이기에 여행 동안 대부분을 어렵게 보냈다고 했다.

그에게 그 소감 혹은 보람을 묻자 "힘들었다. 다시 이런 거 안 하겠다"고 웃었다.

하지만 세계일주를 다녀온 뒤로 삶의 순간순간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내가 왜 이렇게 변했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그는 털어놨다.

수행승으로서 도반(道伴)들의 고민 상담을 종종 받는다는 그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그는 "개인으로만 살지 말고, 전체로 살라"는 말을 자주 들려준다고 했다.

"저는 원래 원제지만 원제 노릇을 한다고 생각해요. 노릇을 해야 인연 처마다 다를 수 있고, 즐거울 수 있죠. 나를 확립하는 게 아니라 나에게서 벗어나 전체로서 살 때 인연이 들어오고, 그러면 즐겁습니다."

원제스님
원제스님[촬영 양정우]

eddi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0/29 17:3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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