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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소 머치" 열정과 끼 가득한 만학도들의 '영어잔치'

송고시간2019-10-29 17:45

학력인정 평생학교 일성여중고 영어말하기대회 열려

만학도의 영어연극 도전기
만학도의 영어연극 도전기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제18회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만학도들이 콩쥐팥쥐를 주제로 영어연극을 펼치고 있다. 2019.10.29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나이스 콩쥐, 돈 워리(착한 콩쥐야, 걱정하지 말렴).", "디어 토드, 땡큐 소 머치(두꺼비야, 고마워)."

억양도, 발음도 살짝 어색했지만, 또렷한 영어 대사가 무대를 가득 채웠다.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제18회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영어말하기대회' 본선 무대에서 김영옥(70)씨 등 5명으로 구성된 팀이 선보인 영어 연극 '콩쥐 팥쥐'다.

일성여중고는 제때 학업을 마치지 못한 여성 만학도들이 중·고교 과정을 공부하는 2년제 학력인정 평생학교다. 하지만 이날 학생들이 무대에서 쏟아낸 끼는 여느 중·고교생과 다를 바 없었다.

본선 출전자 중 최고령인 팥쥐 역 김영옥씨가 콩쥐의 꽃신이 자기 것이 된다는 꿈에 부풀어 브루노 마스의 히트곡 '업타운 펑크'(Uptown Funk)에 맞춰 '막춤'을 추는 장면에서는 폭소와 박수가 쏟아졌다.

상기된 얼굴로 무대에서 내려온 김씨는 "시대를 잘못 타고나서 공부를 못 했었는데, 나이를 먹고도 이렇게 영어를 공부해 사람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는 곳을 찾아 정말 다행이다. 영어를 말하려니 너무 어렵고, 떨리지만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그는 "손주를 유치원에 보내고 나니 나도 같이 공부하고 싶었다"고 했다. 곧바로 4년제 성인대상 학력인정 초등학교인 양원초에 들어가 공부를 마친 뒤 올해 초 일성여중 1학년에 진학했다고 한다.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제18회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만학도들이 응원을 펼치고 있다. 2019.10.29 jin90@yna.co.kr

이날 5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만학도들은 저마다 사연을 품고 무대에 올랐다. 연극부터 합창, 연설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45팀이 예선에 참여해 중학교 8팀과 고등학교 7팀만이 본선에 오를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연신 웃음이 터지는 무대 사이에 사뭇 진지한 주제를 다룬 출연자도 있었다.

지구온난화에 대해 경각심을 갖자는 주제의 '6도 상승'(6-Degree Rise)이라는 5분 연설을 선보인 일성여중 1학년 조정원(69)씨는 "평소 관심을 두던 문제를 영어로 말해볼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어려운 단어가 많이 등장해 한달 반 동안 매일같이 연습했다고 한다. 입학 전에는 스스로 EBS 방송을 보며 영어를 공부했다는 조씨는 "혼자 공부하면 내용을 금세 잊어버리기 일쑤였는데, 이제 학교에서 공부해서 더 잘 되고 재미있다"고 했다.

일성여고에서는 어린 축에 드는 2학년 윤경희(54) 씨도 무대에 올라 '에코백 만들기' 과정을 영어로 풀어냈다.

윤씨는 "두 달 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막힐 때는 학교 선생님들이 열심히 가르쳐 주셔서 잘 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수능을 2주일여 앞뒀다는 윤씨는 "이미 백석대 관광학부와 숭의여대 패션디자인학과 등에 수시로 합격해 '대입 부담'은 없었다"며 웃었다.

일성여중고 이선재 교장은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오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극복해냈다"며 만학도들의 도전을 격려했다.

만학도들의 뜨거운 열정
만학도들의 뜨거운 열정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일성여자중고등학교 '제18회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 만학도들이 영어연극을 펼치고 있다. 2019.10.29 jin90@yna.co.kr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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