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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징용배상 판결 1년…상호명분 살릴 '윈윈 해법' 찾아야

송고시간2019-10-29 13:49

(서울=연합뉴스) 일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을 명령한 한국 대법원판결이 30일로 1주년을 맞는다. 이 판결은 역대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의 현재를 촉발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관계 회복을 위해선 꼭 해결해야 할 최대 쟁점으로 부각했다. 대법원은 당시 일본제철의 행위는 불법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과 직결된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이고 피해자들이 명백히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판시했다.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들의 배상 청구권이 소멸한 것은 아니라는 뜻도 밝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국 대법원판결이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며 경제보복을 강행해 관계가 악화일로로 들어서는 시발점이 됐다. 이 여파로 상호 혐오 감정과 함께 민간 교류까지 크게 위축되는 지경에 이르자 이대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양국에서 일었고, 지난 24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을 계기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회담하면서 기대감이 고조됐었다. 총리 회담은 겉으로는 기존 입장을 확인하는 모양새를 띠었으나 해결 노력에서 하나의 전환점이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체되긴 했지만 이러저러한 해법과 정상회담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긍정적인 분위기여서 그나마 다행이다.

한일 갈등의 최대 쟁점은 청구권협정에서 한국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까지 모두 소멸했느냐이다. 아베 정부는 당시 명확히 소멸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당시 양국 정부의 시급한 필요성에 의해 졸속으로 처리되며 각기 다른 해석의 여지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 일본 조야에서조차 소멸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수차례 있었다. 1991년 야나이 슌지 일본 외무성 조약국장이 참의원에서 "외교 보호권을 포기했다는 것이지 개인 청구권 그 자체를 국내법적인 의미로 소멸시킨 것은 아니다"라고 발언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러나 우경화의 길을 걷는 아베 정부의 입장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이 요지부동이라서 유감이다. 이 사안을 깔끔하게 합의 규정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양국의 해석 차이는 차이대로 두고 상호 명분은 살리면서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찾는 길이 더 현실적일 것이다. 우리 정부가 지난 6월 이른바 '1+1'(한일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 지급) 안을 제안하는 등 여러 해법이 거론돼 온 것도 이런 한계를 우회하면서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그간 여러 해결책이 제시됐지만, 아직 묘안은 안 보인다. 그중 "일본의 사과를 전제로 한국 측이 위자료를 지급한다"는 방안은 피해자의 법적 권리 확보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제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이 일단 위자료를 지급한 뒤 일본 기업에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방식도 법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고 일본 기업의 책임성도 담보되지 않을 한계가 있다. "일본 기업이 확정판결을 받은 이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면 한국 측이 이를 보전해주고, 아직 재판 중이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자에 대해선 한국 측이 책임진다"는 타협안도 있지만, 일본 기업이 위자료를 먼저 지급할지 불투명하고 한국 정부가 이를 보전해준다면 판결 취지에 어긋나는 문제가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경제협력 명목의 기금을 창설하고 일본 기업이 참가하는 방안을 일본 정부가 한국 측에 거론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도 나왔다. 한일 정부는 이를 부인했으나, 한국이 먼저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만 요구해 온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타협을 모색하는 쪽으로 기류 변화가 있다면 바람직하다. 현재로선 기왕의 아이디어를 종합하고 새 아이디어를 추가하며 절충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노력이 중요해 보인다. 더 나아가 연말까지 이어지는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일 정상이 마주 앉는다면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것이다. 한일 당국의 치열한 타결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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