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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어난 비정규직 87만명…"조사변경 탓"외 남은 최소 37만명은?

송고시간2019-10-29 16:27

정부 "기간제 근로자 추가 포착…과거 통계와 비교 불가"

전문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쓰려는 기업 수요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

(세종=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 정부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힘써온 가운데, 비정규직 규모가 1년 전보다 86만7천명 불어났다는 통계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하는 등 정규직화를 독려해온 점을 고려하면 의외의 결과다.

이에 화들짝 놀란 정부가 브리핑을 열고 조사 방식의 변화로 이번에 기간제 근로자 35만~50만명이 새롭게 포착됐기 때문에 과거 통계와 증감을 비교하는 게 불가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롭게 포착된 인원을 걷어내더라도 최소 37만명에 이르는 비정규직 증가폭은 여전히 압도적인 규모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노동시장의 틀을 바꾸기 위해 추진한 일련의 정책으로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커지면서 기업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채용을 늘리는 부작용이 통계로 드러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브리핑하는 김용범 기재부 차관
브리핑하는 김용범 기재부 차관

(서울=연합뉴스) 정하종 기자 =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 룸에서 열린 '2109년 8월 근로 형태별 부가조사 결과 동향 및 평가'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19.10.29 chc@yna.co.kr

통계 공표 직후 강신욱 통계청장과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연이어 브리핑을 열고, 이번 조사는 국제노동기구(ILO)가 25년 만에 개정한 종사상 지위분류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경제활동인구조사와 '병행 조사'를 함에 따라 기간제 근로자 약 35만∼50만명이 추가 포착됐다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때 근로자에게 '고용 예상 기간'에 대한 질문을 추가로 묻자 상당수의 응답이 '(기간이 정해진 바) 없다'에서 '있다'로 변경됐고, 계약 종료일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더라도 계약이 종료될 사건이 존재하면 '고정기간 근로자' 또는 '단기임시근로'로 포함돼 비정규직으로 잡혔다는 게 통계 당국의 설명이다.

따라서 올해 조사를 과거 통계의 증감과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그간 비정규직 규모에 대한 통계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통계청이 스스로 고백한 것이냐는 비아냥도 나왔다.

정부는 이번에 비정규직 규모가 급증한 것이 통계 조사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는 근거로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기간제 근로자 현황 조사',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간제 근로자 수, 고용 형태별 근로자 공시 등 다른 조사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급격한 증가가 발견되지 않은 점을 제시했다.

고용부의 '사업체 기간제근로자 현황 조사'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기간제 근로자는 179만1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9% 감소(-13만4천명)했으며, 임금근로자 중 기간제 비중도 12.1%로 1.1%포인트 하락했다.

고용보험에 가입된 기간제 근로자 수를 보더라도 전년 동월 대비 10.8%(16만6천명) 증가하긴 했으나 증가폭은 과거 추세를 유지하는 모습이었다.

고용형태별 공시 현황 자료(3월말 기준)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의 기간제 근로자 비중이 2017년 24.1%, 2018년 23.5%, 2019년 22.3%로 지속해서 감소했다.

정부의 이러한 설명에도 '전년 대비 늘어난 비정규직 86만7천명 가운데 이번에 추가 포착된 기간제 근로자(35만∼50만명)를 제외한 37만∼52만명으로 비교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여전히 압도적인 증가세'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올해 취업자 증가폭이 크게 늘면서 비정규직도 함께 늘었고, 노인 일자리 사업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특이 요인으로 튀는 통계"(김용범 기재부 차관)라는 언급도 했다.

비정규직(PG)
비정규직(PG)

[제작 이태호]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설명과 다른 견해를 내놓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업에서 정규직을 안 쓰고 비정규직을 쓰려는 수요가 많은 데 따른 불가피한 현상으로 보이며, 그런 점이 정부가 추진 중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보다 영향이 큰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기 하강 국면에서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노동시스템을 개혁하면 상대적으로 질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효과밖에 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통계청장을 지낸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16년째 하는 조사인데 시계열 비교가 불가능하다면 되는 것과 안되는 것을 구분해서 발표해야지, 통계청이 스스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훼손하고 있다"며 "계약 기간에 대해 추가 설문을 한 게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가르는 키(key) 질문은 아니다. 비정규직이 너무 많이 늘어나서 하는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경기가 안 좋은 가운데 구조조정을 하고, 최저임금을 많이 올려 고용이 안 늘어나니 노인 일자리를 10만여개 늘렸고, 청년층은 단시간 근로가 증가했는데, 이는 모두 비정규직으로 분류된다"며 "정책 효과로 비정규직이 늘어난 사실을 받아들이고, 정책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yjkim8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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