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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의거 110년 만에 되찾은 안중근 의사의 총

송고시간2019-10-29 09:51

신간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M1900로 당시 상황 밝혀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09년 10월 26일, 중국 하얼빈 하늘에 일곱 발의 총성이 격렬히 울렸다. 저격 시간은 단 6초. 찰나와 같은 짧은 순간에 역사가 바뀌었다.

초대 조선통감 이토 히로부미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안중근 의사는 7m 앞에서 정조준해 세 발을 명중시켰다. 나머지 네 발은 수행자인 하얼빈 주재 일본 총영사, 수행비서 등 네 명을 향해 차례로 발사해 이들을 쓰러뜨렸다.

안 의사의 의거 110주년을 맞아 지난 26일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기념관에서 기념식이 거행됐다. 이날 KBS 1TV는 특집 다큐멘터리 '미스터리 추적 안중근의 총'을 방영했고, 관련서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도 때맞춰 출간됐다. 하루 전인 25일엔 광주광역시 중외공원의 안 의사 동상 앞에서 숭모비 제막식이 열렸다.

우리는 안 의사와 의거를 얼마나 제대로 알며 추모하고 있는가. 의거 110주년이 됐건만 유해는 여전히 고국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한다. 서울 효창공원의 삼의사(이봉창·윤봉길·백정기) 묘소 옆에 여태껏 가묘로 남아 있을 뿐이다.

의거에서 사용한 총기인 M1900도 근래까지 행방과 정체가 묘연했다. 서울 남산의 안중근의사기념관에는 안 의사와 전혀 상관이 없었던 브라우닝 하이파워 총기가 전시돼오다 최근 M1900의 플라스틱 복제품으로 대체됐다. 중국 하얼빈의 안중근기념관, 한국의 독립기념관 역시 실물은 고사하고 동일 기종의 복제품도 없었다. 안 의사 관련 영화나 드라마, 다큐멘터리에서도 M1900은 등장하지 않았다.

안중근 의사
안중근 의사

M1900 권총
M1900 권총

도서출판 추수밭 제공

이토 히로부미
이토 히로부미

의거 110주년을 맞아 출간된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은 잃어버린 M1900을 찾아내는 과정을 통해 안 의사를 새롭게 재조명한 책이다. 안 의사가 사용했던 M1900을 탐구하며 이토 히로부미 저격의 비밀을 풀어내는 한편, 의사를 둘러싼 여러 인물의 정황과 그 역사도 함께 파헤쳤다.

저자인 역사집필가 이성주 씨는 안 의사의 총 복각 프로젝트를 위해 '우라웍스'라는 회사를 설립했다. 그리고 하얼빈 의거 장면을 재현하는 한편, 총을 복각해 전쟁기념관과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6일 방영된 KBS 1TV의 '미스터리 추적 안중근의 총'은 바로 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함께 담아낸 것이었다.

존 브라우닝이 만든 M1900은 역사상 최초의 자동권총이었다고 한다. 당시에 주로 쓰였던 리볼버(육혈포)에 비해 파괴력은 다소 약하지만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손쉽게 여러 표적을 향해 잇달아 저격할 수 있었다. 리볼버보다 반동 역시 작아 한 손으로도 정확히 표적을 조준해 손쉽게 사격할 수 있었다.

장전할 수 있는 탄알은 모두 8발. 안 의사가 6초라는 짧은 시간에 7m 지근거리에서 이토 히로부미 등을 차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비결이었다. 다른 권총은 격발 간격이 리볼버보다 훨씬 더 길어 안 의사가 이를 사용했더라면 거사 도중에 체포됐을 가능성이 크다. 안 의사는 목표 인물을 정확히 명중시킨 뒤 아직 1발이 남아 있던 총을 보란 듯 내던지고서 "꼬레아 우라(대한 만세)!"를 우렁차게 외쳤다. 회사 명칭 '우라웍스'도 여기서 따왔다.

저자는 "한국사에서 꼭 찾아야 할 무기가 세 점 있다"면서 안 의사의 M1900과 함께 태조 이성계의 '어궁(御弓)',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쌍룡검(雙龍劍)'을 꼽았다.

이중 특히 안타까운 것은 서울 광화문에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의 갑옷과 칼이란다. 장군이 입고 있는 갑옷은 조선식이 아닌 중국식이고, 손에 들려 있는 칼 또한 장군이 실제 사용했던 조선식 쌍룡검이 아니라 일본도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게다가 왼손이 아닌 오른손에 칼이 쥐어져 있어 더 안타깝다는 것. 저자는 "오른손에 칼을 든 것은 명백한 패장(敗將)의 항복을 의미한다"고 덧붙인다.

이와 관련, '왜색 시비'가 일었던 국회의사당 내 충무공 이순신 장군상은 근래 칼과 갑옷이 교체된 가운데 다시 세워졌다. 광화문 동상과 달리 이곳 동상은 칼을 왼손에 쥐고 있다.

저자는 "M1900 실총을 내달 중으로 미국에서 들여오는 절차를 현재 밟고 있다"며 "예정대로 진행될 경우 3개월여의 복각 과정을 거친 뒤 내년 봄에 실총은 전쟁기념관에, 복각품은 안중근의사기념관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로써 2018년 4월 시작된 우라웍스의 총 복각 프로젝트가 2년 만에 완료된다.

추수밭. 312쪽. 1만6천원.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안중근, 사라진 총의 비밀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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