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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대학가로 번진 홍콩시위…선뜻 한쪽 편 못드는 대학 속사정은?

송고시간2019-10-27 21:09

'최대 돈줄' 중국 유학생 눈치에 홍콩시위 마냥 옹호 어려워

홍콩 출신 미국 에머슨대 학생 프랜시스 후이
홍콩 출신 미국 에머슨대 학생 프랜시스 후이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1. 미국 보스턴에 사는 홍콩 출신 대학생 프랜시스 후이는 지난 몇 달 간 죄책감이 자꾸만 밀려왔다.

홍콩 시위가 격화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는데 자신만 안전한 곳에 있다고 느껴서다.

결국 얼마 전 시위 지지 집회라도 벌여야겠다 싶어 자신이 다니는 에머슨대학 캠퍼스 내에서 행동에 나섰다. 돌아온 것은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의 심한 욕설과 외설적인 몸짓이었다.

후이가 쓴 '나는 홍콩 사람이다. 중국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에는 "누구든 최고로 위대한 우리 중국에 반대하는 자는 얼마나 멀리 있든 상관없이 사형당해야 마땅하다"라는 같은 대학 학생의 위협적인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2.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데이비스)에 다니는 학생들은 홍콩을 지지하는 의회 법안에 대한 학생들의 연대 서명을 받고 있었다.

갑자기 한 무리의 학생들이 나타나 홍콩 깃발을 빼앗아 깃대를 부수더니 쓰레기통에 던졌다. 이들은 이어 대학 당국에 홍콩 출신 학생들의 집회 허가를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3. 동부 아이비리그 명문 브라운대학에서 최근 열린 학부모 초청 행사에서 한 학생과 동문이 수업 도중 홍콩 시위를 언급한 교수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이들은 교수가 중국 공산당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보였다고 지적하는 한편 그가 정치단체의 뒷돈을 받았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보스턴에서 홍콩 시위 지지 집회를 벌이는 후이
보스턴에서 홍콩 시위 지지 집회를 벌이는 후이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지난 6월 초 시작된 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21주째를 맞은 가운데, 홍콩 시위를 둘러싼 찬반 갈등이 이처럼 미국 대학가로 번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이와 관련한 홍콩 출신 학생들과 중국 본토 출신 학생 사이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앞서 지난 7월 호주와 뉴질랜드 대학 캠퍼스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과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이 물리적 충돌을 벌이기도 했다.

미국 대학가에서는 아직 홍콩 시위 관련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까지 비화한 사례가 신고된 바는 없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포스트잇 등이 붙은 이른바 '레넌 벽'이 훼손되고, 심지어는 홍콩 시위를 화제로 캠퍼스 안팎에서 나누는 사적 대화조차 어려워질 정도로 갈등은 점점 격화하는 양상이라고 NYT는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각 대학 당국은 이런 상황을 해결할 뾰족한 해법을 쉽사리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홍콩 출신 학생들은 홍콩 시위가 주창하는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저항권 등의 가치를 미국 대학이 지지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학 당국은 홍콩 시위를 지지할 표현의 자유를 보호하면서도 캠퍼스 내 유학생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하는 중국 유학생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속사정이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110만여명 중 중국 본토 출신은 3분의 1에 달한다. 미국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지난 2017-18학년도에 미국에 온 유학생 중 36만여명이 본토 출신인 데 반해 홍콩 출신은 7천여명에 그쳤다.

이들 유학생이 내는 등록금은 대학들이 무시할 수 없는 '자금줄'이기도 하다. 이들은 2014-15학년도 미국 경제에 기여한 금액은 총 300억달러(약 35조2천억원)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에 손잡고' 25일 홍콩 카오룽에서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손에 손잡고' 25일 홍콩 카오룽에서 시위를 벌이는 학생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런 현실에 부닥쳐 홍콩 시위를 보다 강력하게 지지해 달라는 홍콩 출신 학생들의 요구는 번번이 묵살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이는 중국 본토 출신 학생들의 위협을 받은 뒤 에머슨대 측에 이런 행위를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할 것을 요청했지만, 대학 당국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

그는 "대학이 정치적 입장을 취하지 않으려는 점은 이해한다"면서도 "위협을 가하고 증오 발언을 하는 학생들의 편을 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리 펠턴 에머슨대 총장은 대학 측이 후이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이 사안에 관련된 학생 모두에게 연락을 취했다고 밝혔다.

펠턴 총장은 하지만 대학 관리자들은 중국 학생들의 입장까지 고려하는 '글로벌 역량'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미국프로농구(NBA)가 이달 내내 홍콩 시위 지지 논란에 휘말려 중국 스폰서들의 후원도 대거 끊기고 중계도 중단되는 등의 피해를 본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s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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