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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이후 관상감 관원 80%, 혈연 네트워크 얽혀"

송고시간2019-10-27 12:22

나영훈 한중연 교수 '운관선생안' 등 자료 분석

보물로 지정된 '관상감 천문대'
보물로 지정된 '관상감 천문대'

[문화재청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 후기 관상감(觀象監) 관원 10명 중 8명은 부친,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외할아버지 등 4조 이내에 관상감 출신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 학계에 따르면 조선시대사를 전공한 나영훈 한국학중앙연구원 학술연구교수는 한중연이 펴내는 계간 학술지 '한국학' 최신호에 관상감 관원 명단인 '운관선생안'(雲觀先生案)을 분석한 논문을 실었다.

관상감은 천문, 지리, 역학(曆學), 기후 관측 관련 업무를 맡은 관아로, 잡과를 전공한 중인 계층이 주로 근무했다.

나 교수는 운관선생안을 바탕으로 중인 관련 자료인 '잡과방목'(雜科榜目)과 가계를 모아놓은 '성원록'(姓源錄)을 참고해 관상감 관원인 운관 혈연관계를 살폈다. 분석 대상은 운관선생안에 실린 인원 649명 중 18∼19세기 인물 441명이다.

18세기 이후 관상감 관원을 본관별로 보면 전주이씨가 46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주김씨가 18명으로 뒤를 이었다. 직산최씨, 함양박씨, 양성이씨, 순흥안씨 등은 각각 16명을 배출했다.

나 교수는 "운관이 나온 성관(姓貫, 본관)은 86개인데, 그중 13개 성관이 관직 47.5%를 차지했다"며 "소수 성관에서 많은 음양과 관원이 나왔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4조 이내 가계를 들여다봤을 때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고 나 교수는 지적했다.

예컨대 경주김씨 운관 18명 중 16명은 김대령계였는데, 김대령 이후 6세에 걸쳐 종5품 관상감 판관 이상을 배출했다. 순흥안씨 안효남계도 8세를 이어 관상감 판관 이상을 했다. 함양박씨 박유겸계는 3대 11명이 관상감 관원이 됐다.

나 교수는 "18세기 이후 관상감 관원 중 352명, 즉 79.8%가 혈연 도움으로 관상감 주요 직책에 제수될 수 있었다"며 "유사한 시기에 몇 대에 걸쳐 해당 과목 인원을 배출한 가문이 존재한다는 것은 대를 잇는 세전(世傳) 현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관상감 진출자 부친 전공을 조사하면 67.8%에 달하는 인원이 음양과를 공유한다는 사실과 관상감 유력 본관이 서로 통혼을 맺은 점에서도 결속 관계가 나타난다고 덧붙였다.

나 교수는 운관들이 이처럼 강한 혈연 네트워크를 유지한 이유를 업무 특수성에서 찾았다. 관상감이 하는 일은 기술과 지식을 전승하고 전문지식 체계를 구성해야 했기에 소수 가문이 관직을 독점했다는 것이다.

그는 "역법은 매우 정밀한 계산이 필요한 만큼 다년간 수행한 전문가가 필요했고, 이에 따라 믿을 만한 사람을 뽑아야 했다"며 "관상감 내의 오랜 숙련자들로 구성된 30여명의 삼역관(三曆官)들이 집단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관상감의 가문 결속 사례는 전문직 중인이 이해관계로 묶인 폐쇄적 집단의 모습을 보였다고 할 수도 있으나, 지식인을 양성하며 조선사회의 중요한 한 축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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