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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화해위 권고 민간인희생자 위령사업 10년…"꾸준히 진행 중"

송고시간2019-10-26 06:00

제주4·3, 노근리사건 등 지역마다 유해발굴조사·위령사업

특별법 제정·개정 답보…사업 지연·논란도

희생자 위패 찾는 제주4·3 유족
희생자 위패 찾는 제주4·3 유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종합=연합뉴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가 6·25 한국전쟁을 전후한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에 대해 정부와 지자체에 권고한 위령사업이 결실을 보고 있다.

진실화해위는 지역별로 무고한 민간인 피해를 확인하고 2010년 6월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사업을 권고하며 4년 6개월에 걸친 조사활동을 마무리했다.

대표적 사건은 한국전쟁 당시 좌익운동 관련자 수천 명을 대량학살한 보도연맹사건으로, 2009년 11월 조사 결과 발표에 외국 언론도 큰 관심을 가졌다.

전쟁을 전후해 전국적으로 민간인이 적법 절차 없이 군경에 희생된 사실과 인민군 등 적대 세력이 저지른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며 권고한 위령사업은 지역별로 꾸준하게 추진되고 있다.

◇ 제주4·3, 여순 및 노근리 등 유해매장조사·위령제 시행

진실화해위가 위령사업을 권고한 이후 약 10년이 지난 지금 지역마다 민간인 희생자 유해매장 현황조사, 위령제 개최, 위령탑 건립사업 등을 진행 중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전에 발생해 전후까지 3만여명이 희생된 제주 4·3과 관련해 제주에서는 4·3평화공원 조성사업과 4·3유적지 보존 및 유해발굴 사업 등이 이뤄지고 있다.

제주시 명림로 일대 39만5천㎡ 터에 추념 및 기념 시설물을 만드는 4·3평화공원 조성사업은 2001년 1단계 공사를 시작해 평화교육센터와 어린이체험관 조성 등 3단계에 접어들었다.

또 4·3 희생자 유해발굴과 유적지 정비사업은 한때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다. 그동안 13곳에서 유해 405기, 유류품 2천357점을 발굴했다.

전남 여수시는 지난 19일 제71주년 여순사건 희생자 합동 추념식에 맞춰 처음으로 여수 전역에 1분간 묵념사이렌을 울렸다.

여순사건 희생자 넋을 위로하고,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대한 시민 공감대를 확산하기 위해 묵념사이렌을 행사에 도입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4월 '여수·순천 10·19 사건 등 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개정해 피해자 조사, 위령탑 조성, 유적지 정비 등을 지원사업에 추가했다.

여수시의회도 같은 해 3월 '한국전쟁 전후 지역민 희생자 위령 사업 지원 조례'를 제정해 여순사건 희생자 추모·위령 사업 지원을 위한 시책을 추진하도록 했다.

1950년 7월 충북 영동군 노근리에서 경부선 철도를 따라 이동하는 피란민 대열에 미군이 공중 공격을 해 2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노근리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근리 평화공원은 2011년 준공됐다.

국비 191억원을 투입한 공원에는 평화기념관과 교육관, 위령탑, 조각품, 묘역을 조성했다.

합동위령제는 사건이 발생한 7월 25일을 전후해 열다가 2017년부터 호국보훈의 달인 6월 초에 연다.

노근리 사건 유족은 언론·문화계 인사 등과 함께 2010년 노근리국제평화재단을 설립해 평화운동을 펼치고 있다.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 발간 기자회견
진실화해위, 종합보고서 발간 기자회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위원장 이영조·왼쪽에서 2번째)가 2010년 12월 5년간의 공식 활동을 마치고 활동 성과를 담은 종합보고서를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 대구10월항쟁, 고양 금정굴 등 위령탑 건립·합동추모제

대구에선 1946년 미군정 시절 발생한 10월 항쟁과 한국전쟁을 전후한 피해자 추모 위령탑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달성군 가창면 용계리 일원에 진실화해위 진실규명 등으로 확인한 민간인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탑을 건립한다.

대구시는 8억6천만원으로 용계체육공원 인근 1천160여㎡ 터에 높이 5m, 길이 8∼10m 규모로 만들어 내년 6월께 준공할 예정이다.

대구시의회는 2016년 7월 '대구시 10월 항쟁 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지난 6월에는 한국전쟁 당시 남한지역 최대 민간인 학살 현장 가운데 하나인 경북 경산시 폐코발트광산에서 경산코발트광산유족회 주관한 합동 위령제가 열렸다.

2000년 이후 폐광산에서 수습된 500구 이상의 유해는 대전에 조성 중인 추모관으로 옮겨질 예정이다.

1949년 국군 2개 소대 병력이 주민 86명을 죽인 경북 문경 산북면 석달마을에서는 지난 24일 '문경석달 양민학살 피학살자 유족회'가 제70주기 희생자 위령제와 추모식을 봉행했다.

15세 미만 아이 26명이 포함된 희생자 추모제와 위령제는 1993년부터 현재까지 이어진다.

최소 153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한 경기도 고양시 '금정굴 사건' 위령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고양시의회는 지난해 8월 '고양시 6·25전쟁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 등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2011년 전국에서 처음 발의한 조례안은 보수단체와 보수정당 반발로 상임위에서 번번이 부결되는 등 진통을 겪다가 7년 만에 제정됐다.

유족 요구로 금정굴 현장인 일산서구 탄현동에 조성 중인 평화공원을 완공하면 세종시에 있는 유해를 이전할 예정이다.

고양시는 금정굴을 포함한 사유지를 매입해 시민녹지공원으로 조성하려고 한다.

부산시는 2017년 '민간인 희생자 위령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민간인 희생자 부산유족회가 여는 합동추모제 행사비로 해마다 400만원을 지원한다.

전북 전주시는 지난 8월 한국전쟁 때 전주교도소 등에서 희생된 민간인 유해발굴에 착수했다.

희생자 유해 매장지로 추정되는 황방산에서 개토제를 한 시와 전주대박물관은 다음 달까지 황방산과 산정동 소리재개 일대에서 시굴 및 발굴조사를 하고 유해 신원을 밝혀 세종시 추모의 집에 안치할 예정이다.

민간인 희생자 유족의 슬픔
민간인 희생자 유족의 슬픔

2010년 12월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 백범기념관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 주최로 열린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고유제 및 전국합동추모제에서 눈물을 흘리는 유족. [연합뉴스 자료사진]

◇ 유족 배상·보상 특별법 답보, 사업 지연 그리고 논란

각 지자체가 추모를 위한 조례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진상규명과 희생자 유족에 대한 배상·보상을 담은 특별법 개정 및 제정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1월 제주4·3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제주4·3의 아픔을 치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제주4·3특별법에는 위령사업이나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에 대한 규정만 있고 희생자·유족에 대한 피해배상 방안이 없다.

이 때문에 특별법 개정으로 실질적인 배상·보상을 하고 진상규명에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입법·사법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주에서는 한국전쟁 발발 직후 예비검속령으로 경찰에 연행·구금됐다가 행방불명된 삼면 원혼 희생자에 대한 국가의 공식사과, 명예회복, 위령사업 지원 등 진실화해위 권고 시행을 요구하는 유족회 목소리가 나왔다.

18, 19대 국회에서 추진한 여순사건 관련 특별법 제정은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고, 20대 국회에서 주승용 국회부의장과 정인화, 이용주 의원 등이 다시 발의했으나 계류 중이다.

대전에서는 1950년 6월에서 이듬해 1월까지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 학살당한 뒤 동구 산내 골령골에 암매장된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산내평화공원을 조성 중이지만 사업추진이 늦어졌다.

진실화해위가 2010년 집단 학살을 공식 인정해 당초 2020년 완공할 것으로 봤으나 기획재정부와 사업비 협의 등 추가 절차로 2023년에야 조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전시 동구는 공원조성비 295억원에 건축비 100억원 이상이 더 들어갈 것으로 보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

한편 인천상륙작전 당시 미군 폭격 피해를 본 월미도 원주민들이 인천시로부터 연간 300만원 이내의 지원금을 받게 되자 관련 조례를 놓고 여야 간 공방 등 논란이 벌어졌다.

인천시의회가 지난달 6일 '인천시 과거사 피해주민 귀향 지원을 위한 생활 안정 지원 조례안'을 가결 처리하면서 월미도 주민도 생활안정 지원금을 받게 됐다.

이 조례를 두고 자유한국당은 지난 3월 '인천상륙작전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면 북한 정권에 보상을 청구해야 한다'는 대변인 논평을 냈고, 민주당은 '인도적 차원에서 월미도 피해주민에게 최소한 생활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반박했다. (박창수 강종구 고성식 김소연 노승혁 심규석 이재현 장영은 형민우 홍인철 황봉규 홍창진 기자)

경산 폐코발트광산서 유해 수습
경산 폐코발트광산서 유해 수습

한국전쟁 당시 대구·경북지역 국민보도연맹 등 수천명이 국군에 의해 집단희생된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산시 폐코발트광산에서 2009년 유해를 수습하는 모습. [진실화해위원회 제공]

realis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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