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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어찌해야 하나"…골머리 앓는 나토

송고시간2019-10-24 21:33

냉전시기 공산권 남하 저지 위해 결성

주요 회원국 터키, S-400 도입·합동순찰 등 親러시아 행보 가속

터키 축출 목소리도…지정학적 위치 고려 동맹 유지에 무게

시리아 국경을 넘는 친(親) 터키 시리아국가군(SNA) 병사들
시리아 국경을 넘는 친(親) 터키 시리아국가군(SNA) 병사들

[AFP=연합뉴스

(이스탄불=연합뉴스) 김승욱 특파원 = 올해로 창설 70주년을 맞은 세계 최대의 군사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주요 회원국인 터키의 친(親) 러시아 행보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나토는 냉전 시절 소련과 동맹국이 형성한 바르샤바조약기구에 맞서 서방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출범한 군사동맹이다.

터키는 나토 동맹국 중에서도 냉전 기간 최전선에서 공산권 국가와 대치한 주요 회원국이다.

특히, 흑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차지한 터키는 소련 흑해 함대의 길목을 틀어막고 소련의 남하를 저지해왔다.

지금도 터키는 미국을 제외하면 회원국 중 가장 큰 규모의 병력을 유지 중이며, 터키 남동부 인지를리크 공군기지에는 미국의 핵무기 50여기가 배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터키는 미국과 유럽국가들을 멀리하고 급속도로 러시아와 가까워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 도입이다.

과거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다가 소련 붕괴 이후 나토에 가입한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동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소련제 무기를 제외하면 나토 회원국은 러시아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소련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결성된 나토의 설립 이념에 반할 뿐 아니라, 러시아 무기를 사용할 경우 다른 나토 회원국 군대와 공동작전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옌스 스톨텐베르크(좌) 나토 사무총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옌스 스톨텐베르크(좌) 나토 사무총장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AFP=연합뉴스]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 공격 역시 나토의 의사에 반하는 행위였다.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은 개전 이틀째인 11일(현지시간) 이스탄불로 날아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고 "시리아 북부 작전에서 자제력을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지만, 터키는 오히려 "나토가 터키의 정당한 우려를 이해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지난 22일 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쿠르드족 공격을 중단하기로 한 데 이어 터키군과 러시아군의 시리아 북동부 안전지대 내 합동순찰에 합의했다.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나토 회원국이 러시아와 손을 잡고 공동 임무를 수행하기로 한 것이다.

터키의 '일탈'이 정도를 더해가자 나토에서 터키를 축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미 외교협회(CFR)의 외교·안보 전문가인 맥스 부트는 "터키의 시리아 북동부 침공은 나토가 지향하는 가치를 무시하는 것으로 이제는 나토와 터키 관계를 재고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프랑스·독일·영국·이탈리아 등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은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이후 터키에 대한 신규 무기 수출을 중단하는 등 제재에 착수했다.

그러나 AFP 통신은 유럽의 무기 수출 중단 조치가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은 "에르도안은 유럽의 무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라며 터키가 러시아에서 무기를 도입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유럽 국가들이 진지하게 터키에 압력을 가할 생각이라면 유럽인에게 "터키에서 휴가를 보내지 말라"고 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AFP는 전했다.

에르도안, 흑해 소치서 푸틴과 회동
에르도안, 흑해 소치서 푸틴과 회동

(소치 EPA=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한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왼쪽)이 22일(현지시간) 흑해 연안 휴양 도시인 소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bulls@yna.co.kr

설령 다른 모든 나토 회원국이 터키를 축출하려 해도 터키가 스스로 탈퇴 의사를 밝히지 않는 한 회원국 지위를 박탈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나토의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미국 싱크탱크인 대서양위원회의 호르헤 베니테스 선임연구원은 "나토의 모든 의사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지기 때문에 터키는 자국에 대한 나토 차원의 비판이나 제재를 모두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터키가 아무리 '미운 짓'을 하더라도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할 때 동맹의 울타리 안에 두는 것이 낫다는 현실론도 만만치 않다.

영국 런던의 싱크탱크인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엘리자베스 브라우 선임연구원은 "터키를 러시아와 협력하는 잠재적 적국으로 돌리는 것보다는 비록 명목상이라도 동맹국으로 두는 것이 낫다"고 평가했다.

미 하원 군사위원회와 중앙정보국(CIA)에서 근무한 피터 프라이 박사도 24일 미국 의회전문매체 더힐 기고를 통해 "미국은 터키가 위험한 적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며 "소중한 동맹을 나토 안에 묶어두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국경도시 탈 아브야드
터키군의 공격을 받은 시리아 국경도시 탈 아브야드

[AFP=연합뉴스]

kind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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