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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구의원, 아들 다니는 학교에 제삼자 기부행위 의혹

송고시간2019-10-24 18:05

아들 학급에만 1천200만원 환기창 설치…의회 '기부영수증' 발급 못 받아

민 의원 "업체가 직접 기증할 것"…수사기관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

대구 한 학교에 설치된 환기창
대구 한 학교에 설치된 환기창

[B 업체 홈페이지 화면 캡처]

(대구=연합뉴스) 김선형 기자 = '갑질 논란'을 빚은 대구 서구의원이 의회 반대에도 민간업체를 동원해 아들이 다니는 학교에 무상기부 형식으로 1천만원이 넘는 환기창을 설치해줘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였다.

사태를 파악한 대구시교육위원회와 서구의회 등은 진상 조사에 들어갔다. 불법성이 드러날 경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방침이다.

24일 대구시교육청과 서구의회 등에 따르면 민부기(더불어민주당) 구의원은 지난 여름방학 기간 아들이 재학 중인 서구 A 초등학교 해당 학급에 공기 청정 기능을 갖춘 환기창 설치를 추진했다.

민 의원이 직접 학교에 소개한 B 설치업체는 지난 8월 30일 민 의원 아들이 속한 교실에만 환기창 3개 설치 공사를 마쳤다. 환기창은 지난달 7일부터 가동됐다.

B 업체가 최근 학교에 보낸 '산출 내역서'에는 1천200만원이라는 금액이 찍혔다.

대구 서구청·의회
대구 서구청·의회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제 발단은 일련의 과정이 사실은 민 의원이 동료 의원들 동의 없이 서구의회가 기부채납 받는 형식으로 꾸몄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다.

원칙대로면 B 업체가 서구의회에 '기부채납'을 합의하고 기부영수증을 받으면, 서구의회가 학교에 물품인 환기창을 전달하는 형태로 절차가 진행돼야 한다.

민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공직선거법 등 관계 법령 위반을 우려해 동의하지 않자 이러한 과정을 생략한 채 환기창 설치를 강행했다.

그는 또 지난달 17일 열린 서구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B 업체가 두 학교에 설치 및 기계에 대한 모든 비용은 기부채납을 진행하겠다고 했으나, 다른 의원들 반대에 진행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쏟아냈다.

서구의원들은 "지난 8월 26일 이미 민 의원에게 해당 환기창 설치 절차에 이의를 제기하며 기부영수증 처리에 동의해 줄 수 없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한 서구의원 "서구의회 역사상 특정업체를 통해 특정 대상에 기부를 한 적이 없다"며 "법 위반 우려가 있어 안된다고 했는데도 민 의원이 무시했으며, 이러한 사정에 기부영수증은 발급할 수 없다고 결론 지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미세먼지 저감장치를 설치할 거면 A 학교가 아닌 미세먼지에 더 많이 노출되는 학교를 교육청 차원에서 선정했어야 한다"라며 "설치업체도 B 업체로 특정할 게 아니라 공정한 입찰을 통해 정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B 업체 환기창이 미세먼지 농도 자료를 모아 정부 기관에 제출해야 하는 실정이라 보증되지 않은 기기를 학교에 설치한 격이란 지적도 있다.

A 학교장은 "민 의원이 갑자기 찾아와 업체 홍보 차원에서 서구의회를 통해 무상기부할 것이며 의회가 기부영수증 처리를 해줄 것이라고 했다"며 "자기가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공직선거법 제113조에 따르면 지방의회의원은 선거구 밖에 있더라도 그 선거구민과 연고가 있는 자나 기관·단체·시설에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민 의원 선거구는 서구 가 선거구(내당 1동, 내당2·3동, 내당 4동)이다. 선거구 지역 중 내당2·3동 학생 최소 50명 이상이 A 학교 다닌다고 행정복지센터는 밝혔다.

지방 의회 마크
지방 의회 마크

[촬영 조정호]

민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의회를 통해 기부채납을 진행하려고 했으나 의회가 협조해주지 않아 B 업체가 직접 학교에 기증하기로 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서구의회 기부영수증 처리 여부와는 별개로 민 의원은 공직선거법 제113조, B 업체는 '제삼자 기부행위'를 규정한 제115조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구 서부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아무 연관없는 B 업체가 애초부터 A 학교에 직접 기부하려고 했다면 학교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김영란법) 위반을 염려해 동의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수사기관 한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제113조 위반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라며 "제113조는 제3자를 통한 직접 기부 행위도 포섭하며, 관련 판례도 있다"고 밝혔다.

대구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선거구 학생들이 있는 학교에 기부행위를 하려고 한 의도부터 이해하기 어렵다"며 "문제가 불거진 만큼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B 업체는 "학교에 직접 기부하기로 한 것이냐"는 질문에 "할 말이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sunhy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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