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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 대표 여성앵커 "여기자 향한 편견, 당당하게 맞서라"

송고시간2019-10-24 17:03

'프랑스 언론계 대모' 라보르드, 여기자협회 초청 간담회

"기자 세계, 여성에겐 '유리 천장' 아니라 '대나무 천장'"

프랑수아즈 라보르드
프랑수아즈 라보르드

[한국여기자협회 제공]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근 몇 년간 저희가 거둔 성과를 '대나무 천장'이라고 부릅니다. 대나무가 유연하게 휘는 속성을 가진 것처럼, 어느 정도 성취를 거뒀다고 느끼다가도 돌아보면 결국엔 제자리로 돌아오는 좌절감을 맛본 것 같네요."

프랑스를 대표하는 여성 앵커 프랑수아즈 라보르드(66)는 미디어업계 양성평등을 위한 투쟁 성과를 이렇게 자평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19 KPF 저널리즘 콘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그는 2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여기자협회 초청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1979년부터 2009년까지 30년간 현역 언론인으로 뛰었던 그는 2011년 여성언론인협회(PFDM)을 설립했다. PFDM은 여성이 최고 책임자인 기관을 대상으로 현재 약 70개 회원사를 두고 있다. 지난 3월엔 성희롱과 성차별적 행동을 방지하기 위한 헌장(charter)을 만들었고, 지금까지 방송사와 드라마제작사 등 12개 기업이 서명했다. 라보르드는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프랑스 고등방송위원회(CSA) 위원 시절에도 여성과 양성평등에 관해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 등 현지 여성 언론인들에겐 '대모' 같은 존재로 통한다.

PFDM은 TV와 라디오 등 미디어에서 여성의 출연 비중이 지나치게 낮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그에 따르면 프랑스 TV 출연자 중 여성의 비율은 절반에 미치지 못하고 오후 6~8시 프라임타임에선 29%에 불과하다.

여성은 TV에 출연해도 남성 출연자 옆에서 고개를 끄덕거리는 수동적 역할을 담당하거나, 가족·교육·패션 등 한정적 주제에서만 중요한 출연자로 나설 수 있었다.

프랑수아즈 라보르드
프랑수아즈 라보르드

[한국여기자협회 제공]

라보르드는 PFDM가 거둔 주요 성과 중 하나로 여기자가 종군기자로 파견 나갈 수 있게 된 것을 꼽았다.

그는 "점점 더 많은 여성이 자발적으로 종군기자로 취재를 나가겠다고 의지를 피력하면서 이뤄진 변화"라고 평가했다.

다만 "종군기자가 이제 더는 그렇게 명예로운 직업은 아니기 때문에 그렇게 된 측면도 있다"고 라보르드는 짚었다. 여성들의 요구로 조금씩 양성평등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남성이 기피하고 프리랜서가 많아지면서 '금녀의 영역'이 개방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는 여성에 대한 차별은 한번 깨버리면 끝인 유리와 달리 유연하면서도 단단한 대나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라보르드는 한국 여기자들에게 당당하게 맞설 것을 주문했다. 최근 여성 기자가 한 유튜브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성희롱당한 것과 비슷한 경험을 자신도 겪은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싸움은 길게 이어질 거다. 그런 말에 약해지지 말라"고 힘주어 말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비난이 있는 것 같아요. 남자들은 여기자가 특종을 얻으면 취재원과 부적절한 관계 덕분 아니냐는 질문으로 모욕감을 주려고 하는데, 이건 여성들이 위축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남자들이 이상한 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좋은 말만 듣는 실력 없는 기자와 상처를 견뎌내야 하지만 실력 있는 기자. 갈림길에 선다면 후자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nor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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