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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화' 공감한 한일 총리, 시작이 반이다

송고시간2019-10-24 16:12

(서울=연합뉴스) 나루히토 일왕 즉위 행사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21분간 회담하고 사태의 조기 해결을 희망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 이번 회담은 지난해 10월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고위급 회동이라는 점에서 양국 관계 복원의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양국 외교부의 발표를 보면 이 총리는 한국이 국가 간의 약속을 어기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입장과 관련, 1965년 한일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을 존중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고 아베 총리는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해결책을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현안 해결을 위한 일본 쪽의 전향적 자세는 일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서로에게 중요한 이웃인 양국 관계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고 대화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결국 이번 회담은 이 총리가 말한 대로 관계 회복을 향한 대화의 분위기를 조성한 데에 의미를 둬야 할 것 같다.

일본 정부가 지난 7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고 우리 정부는 지소미아(GSOMIA·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로 맞대응하면서 양국 갈등은 외교와 통상을 넘어 안보 분야로까지 확산하면서 골이 더욱더 깊어졌다. 과거사, 영토 문제 등으로 두 나라 사이는 국교 수립 이후 바람 잘 날이 드물었지만,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 관계가 이렇게까지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것은 매우 비정상이다.

일본 정부는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징용 배상 문제는 해결이 끝난 사안이라고 못 박은 상태에서 한국 대법원의 판결과 이를 근거로 한 일본기업 재산 압류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이미 제시한 1+1(한일 기업의 자발적 참여로 위자료 지급) 방안을 포함해 기존 제안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신축적인 자세를 보이지만 이번 총리 회담에서 보듯 일본 정부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있다. 따라서 수출규제, 지소미아 종료 문제 등이 단시일 내 원상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타협의 물꼬를 트지 못한 채 다음 달 하순 지소미아 효력상실을 맞고, 연내 한국 내 일본기업 압류 자산에 대한 현금화가 이뤄질 경우 양국 관계는 돌이키기 어려운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크다.

이미 양국의 내상은 깊다. 일본은 가해자로서 과거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한국 대법원의 판결을 빌미로 치졸한 무역 보복에 나섰으나 한국에 대한 수출 감소와 한국인 관광객의 급감으로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대일 무역의 불투명성과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미국의 불만,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의 일본의 비협조 가능성 등으로 부담이 적지 않다. 정부 간 갈등이 양국 국민의 적대 감정 심화로 이어질 경우 문제 해결은 더욱 요원해진다. 따라서 가능하다면 연내 문제를 털고 넘어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실무선에서 협상에 진척이 없다면 정상이 나서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협상이 결실을 보려면 일방적 주장만 되풀이해선 곤란하다. 이 총리 방일로 대화의 계기를 잡은 만큼 우리 정부도 국가의 자존과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일본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겠지만, 우익적 역사관에 매몰돼 한국에 굽히고 들어오라는 식의 고압적 자세를 바꾸지 않는 아베 총리의 인식 전환이 관건이다. 마침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태국에서 아세안+3(한·중·일) 정상회의, 다음 달 중순에는 칠레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12월 하순에는 중국에서 한·중·일 정상회의가 각각 예정돼 있다. 이런 외교무대에서 양국 정상이 허심탄회하게 대화해 문제 해결의 접점을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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