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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 향토극단] 아동·청소년극 독보적 명성 쌓은 부산 '이야기'

송고시간2019-10-26 10:01

주로 교육가치 있는 연극에 집중…2010년 이후 장르 다양화 노력

남혜진 대표 "'연극은 곧 배우' 연기력 승부…가족극 많이 올릴 것"

'막심 그루갈이' 한 장면
'막심 그루갈이' 한 장면

[극단 이야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어린이들에게 감수성을 키워주는 데 연극만 한 것이 있을까요?"

극단 '이야기' 박현형 상임 연출자는 "쉬운 것 같지만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아동극"이라며 "내용에 교육적인 측면도 있어야 하지만 재미가 없으면 아이들은 물론 부모들이 금방 지루해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극단 이야기는 부산에서 어린이 연극의 싹을 틔우고 저변을 넓힌 극단으로 평가받는다.

연극이 가지는 감성의 힘, 표현의 기술을 교육에 접목시켜 교육적 효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내면과 사회적 감수성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부산 연극사에 있어 아동극과 어린이마당극 분야에서 극단 이야기의 위치는 독보적이라 할 만하다는 게 부산 문화계 평가다.

지난 21일 오후 부산 수영구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 주변에 있는 '소극장 6번 출구'를 찾았다.

극단 이야기의 10월 가을공연(제27회 정기공연) '이리오너라' 개막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2000년대 초반 극단 이야기 작품
2000년대 초반 극단 이야기 작품

왼쪽이 '황소가 된 게으름뱅이', 오른쪽이 '아이쿠 호랑이' 한 장편 [극단 이야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외부 간판도 없는 지하 소극장을 간신히 찾아 들어서자 무대 설치 작업이 한창이었다.

박 상임 연출자를 비롯해 이번 공연에서 주연 배역을 맡은 배우 이동희, 남혜진 극단 대표 등 극단 식구들이 무대 설치와 객석 정리 에 여념이 없었다.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다 달려들어서 합니다. 연습하랴 무대 작업 하랴 1인 3역이죠. 모든 소극단들의 일상입니다."

극단 대표 남 씨는 "힘들지만 극단을 여기까지 이어온 것만으로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동극과 청소년극을 많이 해왔기 때문일까. 듣는 이를 편하게 하는 미소와 따뜻한 그의 목소리에는 행복 바이러스가 가득했다.

극단 이야기는 1996년 '교육극단 이야기'이란 이름으로 출발했다.

남 대표와 현 박 상임 연출자는 창단 멤버다.

박 연출자는 "일본 만화 포켓 몬스터 열풍이 불던 시기였어요. 모든 어린이가 포켓 몬스터에 빠져있을 때였는데, 우리 것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교육사업의 하나로 극단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린이를 위한 교육사업으로 시작한 아동극과 마당극이 꽃을 피운 시기는 창단 5년째를 맞는 2000년부터다.

그해 어린이 마당놀이극 '아이쿠 호랑이'를 시작해 '깨비 깨비 참도깨비', '토끼야 놀자', '선녀와 나무꾼' 등 다수 작품이 히트를 쳤다.

당시 공연이 있는 날이면 극장 앞에는 부모 손을 잡고 선 어린이 관객 행렬이 길게 줄을 설 정도였다.

'둥개 둥개 이야기 둥개', '고추 먹고 맴맴'도 같은 해 무대에 올랐다.

전래동요 놀이 아동극 '고추먹고 맴맴'은 부산시 무대 지원작으로 선정돼 많은 어린이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였다.

'노다지' 한 장면
'노다지' 한 장면

[극단 이야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2001년 제작한 어린이 성교육 뮤지컬 '엄마 아빠 나 어떻게 태어났어?'는 지금도 어린이 성교육의 대표적인 모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어린이 교육이라는 주제 의식과 연출능력, 뛰어난 무대 실력이 알려지면서 극단 이야기는 2004년 문화관광부 농어촌공연 예술 확대사업 수행단체에 선정된다.

여기에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찾아가는 예술 공연'에 이어 부산시 '찾아가는 문화 활동' 수행 단체로 활동하면서 극단 존재감을 관객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켰다.

경남지역 낙도를 비롯해 10여개 소도시와 제주도까지 공연하러 다녔다.

사회복지시설 등 소외계층을 위한 공연도 많이 다녔다.

공연뿐만 아니라 교육 사업도 활발하게 전개했다.

방학 기간 어린이 연극 놀이 교실을 비롯해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책! 연극으로 만나요'는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날렸다.

2005∼2006년 한국문화의집협회가 주관해 진행한 '연극아 놀자!'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위험한 커브' 한 장면
'위험한 커브' 한 장면

[극단 이야기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 제작과 순회공연, 교육사업 등에서 2000년부터 20010년까지는 극단 이야기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온라인 영상 시대의 태풍을 비껴가지는 못했다.

아동극과 관련 교육사업은 2010년부터 수요가 점점 줄어들었다.

결국 아동극 중심 장르의 한계를 깨닫고 극단 이름을 '교육극단 이야기'에서 '극단 이야기'로 바꾸고 관객 계층을 아동, 청소년에서 전 연령층으로 넓혔다.

성인극 '홍도야 우지마라', '판타스틱스', '당금', '버지니아 그레이의 초상' 등은 이름을 바꾼 이후 작품이다.

'노다지', '방울토마토', '벗어야 산다', '막심 그루갈이', '위험한 커브' 등 최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배우 연기력이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극단 이야기는 그동안 작품 23편으로 225차례 공연을 했다.

가을 공연 '이리오너라'가 끝나면 제28회 정기공연이자 올해 마지막 작품 '착한 아이들'을 11월 26일부터 무대에 올린다.

예술지원 매칭펀드 사업으로 제작한 '착한 아이들'은 학교 폭력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극단 이야기' 식구들
'극단 이야기' 식구들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 가을 공연 '이리오너라' 준비 중에 무대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은 극단 이야기 멤버들. 왼쪽부터 배우 이동희, 배우 겸 상임 연출가 박현형, 극단대표 남혜진, 음향담당 박지용 씨. 2019.10.21 ljm703@yna.co.kr

남 대표는 "최근 연극을 보면 영상을 띄우거나 IT 기술을 접목한 화려한 무대를 꾸미는 추세가 강하지만 우리는 '연극은 곧 배우'라는 명제를 갖고 공연에 임한다"며 "시각화에 치중하다 보면 연극은 본질을 잃게 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는 향후 작품구상에 대해 "말로만 공정의 시대에 사는 젊은이들의 아픈 삶이나 따뜻한 가족극, 영웅의 삶이 아닌 소시민의 이야기를 무대에 많이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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