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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의 화해"…국악 판타지 '붉은 선비'

송고시간2019-10-23 16:09

평창올림픽 스타 '인면조' 만든 임충일 미술감독 합류

함경도 산천굿 우리 무대로…"北에서도 공연되길"

국립국악원 '붉은 선비'
국립국악원 '붉은 선비'

[국립국악원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맑은 샘물을 마시지 말라. 머루와 다래를 따 먹지 말라. 악수가 쏟아져도 피하지 말라. 천년고목이 타고 있어도 그 불을 끄지 말라."

붉은 선비가 집에 돌아가는 길에 들은 네 가지 금기(禁忌)다. 그러나 금기는 모두 깨졌다. 천년고목의 불을 끄는 순간 젊은 여인이 나와 재주를 넘고는 대망신(大亡神)이 되어 선비를 잡아먹으려 했다. 이유는 이렇다. 그는 죄를 짓고 쫓겨난 천상의 선녀인데, 맑은 물과 머루 다래를 먹고 승천하려던 것을 붉은 선비가 방해했다는 것이다. 선비는 살아 돌아갈 수 있을까.

국립국악원이 국악판타지(뮤지컬) '붉은 선비'를 오는 19~23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 올린다.

외부 배우를 캐스팅하지 않고 국립국악원 소속 정악단, 민속악단, 무용단, 창작악단 4개 악단이 모두 참여해 2년의 제작과정을 거친 국립국악원 올해 최대 기대작이다.

작품은 함경남도 함흥 지방의 굿거리인 '산천굿'을 소재로 한다. 팔도 명산대천에 기도해 죽은 자의 넋을 기리는 것이다. 지금은 볼 수 없는 함경도의 굿과 신화가 공연물로 제작돼 국내 무대에 오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작품은 '자연과 인간'이라는 주제 의식을 뻔하지 않게 풀어낸다. 극 중 붉은 선비와 그의 아내인 영산각시는 이무기, 즉 대망신과 대립한다. 이들은 각각 인간과 자연을 상징한다.

영산각시의 지혜로 붉은 선비는 목숨을 건진다. 이는 이기적인 인간이 금기를 지키지 못해놓고도 벌 받지 않았고, 자연은 인간에게 패배했다는 뜻이다. 산천굿은 바로 이 대목에서 빛을 발한다. 자연의 원한을 해원(解怨)해주는 것이다.

대본을 쓴 강보람 작가는 23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산천굿에는 자연과 인간의 화해가 담겨 있었다. 이 이야기를 현재로 가져오면 요즘의 지구 온난화와 이상 기후 등 환경문제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붉은 선비'는 쟁쟁한 제작진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강 작가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작가다.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였던 '인면조'를 제작한 임충일은 미술감독으로 합류했다. 또 영화 '올드보이', '건축학개론', 애니메이션 '마당을 나온 암탉' 음악을 만들었던 이지수가 음악감독으로 활약한다. 총연출은 뮤지컬 '김종욱 찾기'를 연출했던 이종석이 맡았다.

임충일 미술감독은 배경을 웅장하게, 인간을 자그마하게 표현했다. 자연 앞에 놓인 인간의 초라함을 드러내는 극적인 연출이다. 대망신을 상징하는 산불은 인간 세상의 추함을 드러내는 요소로, 4D 형태의 입체적 효과를 적용해 압도적인 힘을 표현했다.

정통 국악 공연에 익숙하던 국악인들은 색다른 시도에 설렌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부수석 이주리는 "이 작품이 잘 돼서 (산천굿 설화의 원형이 있는) 북한에서도 공연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종석 연출은 "저 역시 한국인임에도 국악에 익숙지 않은 사람이었다. 제 눈과 마음이 국악에 가까워진다면, 제 눈을 통해 이 작품을 볼 관객들도 그럴 수 있을 거라 믿어본다"며 "우리 작품이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유배'되지 않고 현실로 깊숙이 들어갈 길을 열겠다"고 약속했다.

국립국악원 '붉은 선비'
국립국악원 '붉은 선비'

[국립국악원 제공]

"자연과 인간의 화해"…국악 판타지 '붉은 선비' - 3

cla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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