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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 of Town] 태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명품 사과의 꿈'

(청송=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사과 농사는 적절한 규모의 밭과 양질의 사과나무를 갖춘다면 억대의 연간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다. 청송으로 귀농해 모범적으로 사과 농사를 지어오던 김종철 씨의 밭은 늦여름에 찾아온 두 번의 태풍으로 풍비박산이 됐다.

빨갛게 익은 사과를 보며 활짝 웃는 귀농인 김종철 씨 [사진/성연재 기자]
빨갛게 익은 사과를 보며 활짝 웃는 귀농인 김종철 씨 [사진/성연재 기자]

◇ 귀농의 이유?…"삶의 여유를 위해"

명품 사과 산지로 유명한 경북 청송군 주왕산면으로 귀농한 김종철 씨는 운과 노력으로 귀농에 성공한 케이스다.

한 카드회사 대구지사에서 근무하던 김씨가 가족과 함께 귀농한 것은 지난 2011년. 경산이 고향인 김씨는 회사에 다니면서도 농촌 생활을 늘 동경해 왔다.

어릴 적 주변에서 포도 농사를 보며 자란 그는 귀농해서도 포도밭을 생각했지만, 경산 인근은 땅값이 너무 비쌌다. 그래서 조금 더 저렴한 곳을 찾던 중 청송군 주왕산면의 사과밭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원래는 사과 농사를 지을 마음이 없었다"고 했다. 그런데 주왕산면 내룡리의 한 노인이 힘에 부쳐 농사를 짓지 못하겠다며 사과밭 6천㎡를 내놓은 것이 계기가 됐다.

사과 농사도 괜찮아 보였던 김씨는 곧바로 밭을 구입했고 동시에 귀농했다. 운이 좋게도 수확기에 오른 13∼14년생 사과나무가 가득한 밭이었다.

오랜 시간 고민했던 일이기에 망설임이 없었고, 부인도 이런 김씨를 응원해 줬다.

어린 나무의 가지를 손질하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어린 나무의 가지를 손질하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농원 이름은 딸의 이름을 따 서연농원이라고 붙였다.

김씨는 현재 청송에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5학년, 6살짜리 등 모두 3명의 자녀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주위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친구들은 김씨를 걱정했다. 시골로 가서 실패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김씨는 "성공과 실패의 기준이 무엇일까요?. 연봉 1억이 성공의 기준이 될까요"라고 반문했다.

착실히 회사생활을 하던 김씨가 마음먹고 내려온 것은 농한기의 여유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그런 목표를 이뤘느냐는 질문에 조금은 겸연쩍은 웃음을 지으며 "아직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그렇지만 도시에서의 삶처럼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시골 생활의 여유는 누리며 살아가는 듯했다.

때로는 손으로 사과 상자를 직접 나르기도 한다. [사진/성연재 기자]
때로는 손으로 사과 상자를 직접 나르기도 한다. [사진/성연재 기자]

◇ 까다로운 사과밭 고르기

그렇다면 청송으로 귀농하면 모두 성공한 농부가 될 수 있을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일단 사과밭의 규모가 있어야 한다. 김씨가 지금 농사를 짓고는 밭의 면적은 총 2만1천㎡가량이다. 그중 1만1천㎡가량이 본인 소유의 농지이고 나머지는 빌려서 농사를 짓는다.

그러나 그 중 생산이 되는 것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절반은 실제 수확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유목(幼木)이 있는 밭이 있고, 고목(古木)이 있는 밭이 있다. 고목이 있는 밭은 '수종 개량'을 해야 한다. 쉬운 말로 사과나무를 뽑아내고 새로 심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김씨의 지난해 순수익은 6천만원에 육박한다. 씀씀이가 적은 시골 생활에서는 어쩌면 크게 부족함이 없는 수입이라고 할 수 있다.

홍로는 저장성이 좋지 않아 작은 상처에도 쉽게 물러진다. [사진/성연재 기자]
홍로는 저장성이 좋지 않아 작은 상처에도 쉽게 물러진다. [사진/성연재 기자]

또 하나 관건은 사과나무의 연령이다. 무작정 밭을 사들여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당장 이듬해부터 수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씨가 제대로 정착하는 데 성공한 것은 무엇보다 제대로 된 사과밭을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의 경우 대부분 수령 20년 이상 된 고목이 있는 밭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고목이 되면 사과 맛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실을 모르는 귀농인들은 무턱대고 사과나무가 가득 심어진 농지를 사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큰코다치는 경우가 있다.

사과나무가 식재된 농지를 살 때는 나무 수령이 최소 5∼6년 된 곳이 가장 좋다. 그러나 이런 땅은 만나기가 쉽지 않은 데다 농사 지식이 많지 않은 도시인들은 이런 내용을 알기도 어렵다.

김씨가 사는 주왕산면의 경우 요즘 사과나무 농지는 평당 10만원 안팎이다.

납품하러 가는 길은 신이 난다. [사진/성연재 기자]
납품하러 가는 길은 신이 난다. [사진/성연재 기자]

◇ 지역 선택도 중요

청송은 명품 사과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다. 많은 사과 산지가 있지만, 청송 만큼 명성을 떨치고 있는 곳을 찾기 힘들다.

최근에는 청송과 함께 문경 등지의 사과도 호평을 받고 있다.

과거에는 '대구 능금'이 한창 주가를 올렸지만,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사과 생산 지역은 점차 북쪽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사과의 맛은 위도보다는 큰 기온 차가 좌우한다. 상대적으로 여름에 서늘한 강원도의 경우 사과 농사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청송만큼 큰 기온 차를 보이는 곳은 많지 않다.

청송 가운데서도 특히 일교차가 가장 큰 곳으로 알려진 곳은 주왕산이 있는 주왕산 면의 얼음골 주변이다. 얼음골은 아이스 클라이밍 국제대회가 열릴 만큼 한겨울에는 맹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곳이다.

이처럼 겨울의 혹독한 추위와 한여름의 무더위가 맛난 사과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특성을 가진 곳을 찾는 것이 어쩌면 모든 농사에 첫걸음일지도 모른다. 김씨는 제대로 된 선택을 한 셈이다.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이정희 영농지원팀장과 대화하는 김종철 씨[사진/성연재 기자]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이정희 영농지원팀장과 대화하는 김종철 씨[사진/성연재 기자]

◇ 사과의 종류도 중요

사과의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특히 사과 가운데 가장 유명한 부사의 경우에도 미시마 부사, 미얀마 부사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조생종 사과의 경우 홍로 등이 유명한데 추석 이전에 내는 사과가 이런 것들이다. 추석 전에 내야 하므로 농부의 손길이 바쁘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홍로의 경우 저장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팔지 못하면 낭패를 보기 쉽다.

반면 10월 말부터 수확하는 부사의 경우 저장성이 좋아 저온 창고에 가득 쌓아놓고 사과가 떨어지는 봄부터 여름까지 좋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역시 저온 창고를 마련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저온 창고 건축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든다. 김씨는 3천만원가량 들여 50㎡ 규모의 저온 창고를 마련했다. 농사도 자본이 있으면 편리하게 시작할 수 있고 자본이 없으면 몸으로 대신해야 한다.

유독 농민들이 울상을 많이 짓는 해도 있다. 특히 올해는 홍로 18kg짜리 한 상자에 5천원도 채 받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지난해에는 홍로 가격이 좋아 특상품의 경우 18kg짜리 한 상자에 20만원을 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기억을 떠올리며 많은 기대를 했던 농민들은 올해 낭패를 봤다.

◇ 기계가 필수인 사과 농사

지게차를 이용해 납품하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지게차를 이용해 납품하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150㎡ 규모의 창고 겸 작업실에는 롤러 컨베이어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그야말로 '공장형 농업'이 이뤄지는 현장이다.

그는 초기에는 손수 사과박스를 나르다 '이러다가 골병들겠다 싶다'는 위기감을 느껴 롤러 컨베이어를 갖췄다. 한쪽에서 포장된 사과 박스가 롤러 위를 굴러 반대편으로 쉽게 건너가게 돼 있다.

김씨는 개별적으로 들어온 주문에 맞춰 사과를 상자에 담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상자가 포장되자 사과가 가득 든 수십 개의 상자를 지게차를 이용해 1.5t 봉고 트럭에 단번에 실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몸에 무리가 많이 간다는 것이다.

리프트로 높은 곳의 사과를 따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리프트로 높은 곳의 사과를 따는 모습 [사진/성연재 기자]

그는 중고 지게차를 1천만원에 샀다. 그가 운용 중인 장비는 이것만 있는 게 아니다.

엔진이 달려 움직이면서 농약을 칠 수 있는 SS(Speed Spray)기는 2천500만원이 들었다. 더운 여름날에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농약을 칠 수 있는 SS기는 4천만원이 넘는다.

높은 곳에 있는 사과를 수확할 때 쓰는 리프트기도 1천여만원이 들었고, 트랙터도 1천700만원을 주고 샀다. 그는 기계가 없다면 농사를 짓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각종 장비와 기계를 모두 합하면 1억원 가까운 비용이 든 셈이다.

◇ 주류가 되고 싶은 귀농인

사과를 담다 말고 김씨는 서둘러 면 소재지에 있는 주왕산 119 지역대로 향했다. 김씨는 주왕산 119 지역대 소속 30명의 민간인 의용 소방대 가운데 한명이다. 오늘은 교육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김씨는 정규 교육을 받고 난 뒤 소방서 직원으로부터 화재경보기 활용법을 따로 교육받았다.

이처럼 김씨가 열심히 지역 활동을 하는 까닭은 남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주류가 되지 못하는 귀농자의 처지를 조금이라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하다.

김씨는 "농촌은 그곳이 고향인 사람들도 귀농하게 되면 텃세를 겪게 된다"며 "외지에서 온 사람들의 경우 텃세는 더욱 심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김씨는 되도록 마을 일에 열심히 하려고 애쓴다.

김씨가 맡은 또 한 가지 직책은 '얼음골 권역 활성화센터' 사무국장이다.

얼음골 권역 활성화센터 활성화가 그의 지상목표 가운데 하나다.[사진/성연재 기자]
얼음골 권역 활성화센터 활성화가 그의 지상목표 가운데 하나다.[사진/성연재 기자]

얼음골 권역 활성화센터는 청송군에서 운영 중인 6개 권역 활성화센터 가운데 하나로, 그는 최근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사과를 활용한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로는 사과를 활용한 농축액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러나 농축액 개발은 기술적인 부분과 허가 부분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만만치가 않다. 센터에 지원된 예산 5천만원가량을 활용해 제품을 개발해야 하는데 농민들에게는 이런 부분이 익숙하지 않다.

김씨는 잘 지어진 건물을 바라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조금만 어떻게 하면 잘 될 것 같은데 실질적인 방안을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 자연재해 앞 속수무책

태풍으로 떨어진 사과를 줍는 김종철 씨 [사진/김현태 기자]
태풍으로 떨어진 사과를 줍는 김종철 씨 [사진/김현태 기자]

모든 취재를 끝내고 사무실로 돌아왔더니 태풍 소식이 전해졌다. 17호 태풍이 마을을 강타했다는 것이다.

걱정돼 전화했더니 김씨 소유의 밭 사과 중 40%가량이 낙과(落果)했다고 한다.

그 이후 18호 태풍이 다시 동해안을 강타했다. 엄청난 피해를 본 울진과 영덕과 맞붙어 있는 청송도 어느 정도 피해를 본 듯했다.

게다가 올해는 늦여름에 유독 비가 잦기도 했다. 절대 만만하지 않은 것이 농업이라는 생각이 다시 든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1/11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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