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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샌드박스·플랫폼'…4차산업혁명 시대의 '한글소외'

"바꿀 수 있는 용어도 안 바꿔…산업·국어전문가 모여 대체어 개발해야"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제작 조혜인] 일러스트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새로운 이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 '나를 위한 모빌리티', '샌드박스와 연계한 규제 개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새롭게 등장한 산업 분야에서 외국어를 남발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산업 육성도 중요하지만, 비전문가에게는 의미가 쉽게 와닿지 않는 외국 용어를 우리말로 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573돌 한글날인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산업 관련 업체들은 새로운 상품·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외국어를 빈번하게 사용해 이름을 붙이거나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한 공유 차량 업체는 홈페이지 소개란에 "새로운 이동의 기준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라고 적었다. 운전자라는 용어 대신 외국어인 '드라이버'를 쓰기도 했다. 또 다른 업체는 "나를 위한 모빌리티"라는 홍보 문구를 내세웠다.

기업 회원 전용 서비스를 소개하면서 "비용과 리소스를 절감하는 관리 시스템을 더한 기업용 이동 서비스"라고 설명한 경우도 있었다.

음식배달 업계에서는 '배달 노동자'나 '배달 기사' 대신 '라이더'(rider)라는 말이 이미 굳어졌다.

외국어가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이런 용어의 뜻이 와닿지 않는다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고 모(59) 씨는 "젊은이들이 보기에 외국어를 섞어 표현하면 세련돼 보일 수 있긴 해도 기성세대 중에는 무슨 말인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며 "안 그래도 신산업이라고 하면 낯선데, 더 거리감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광화문 세종대왕상
광화문 세종대왕상[연합뉴스 자료사진]

업계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신산업 관련 정책에서 외국어를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대대적으로 육성에 나선다며 자주 언급하는 산업 중에서도 드론, 바이오헬스, 스마트공장, 스마트시티, 스마트팜, 핀테크 등 외국어를 차용한 경우가 다수 있다.

정부 정책 발표에서도 IoT(사물인터넷), 빅데이터, VR(가상현실), 플랫폼 등 외국어는 물론이고 '규제 샌드박스'와 같이 외국어와 우리말을 결합한 새로운 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신산업에서 외국어를 차용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다수 신산업이 외국에서 탄생했고 한국이 후발주자인 경우가 많아서다. 어설프게 우리말로 바꿨다가 혼선을 줄 수 있는 만큼 외국어를 빌려 쓰는 게 낫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신산업 용어를 한글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으면 4차 산업이 발달할수록 외국어 차용은 심화할 수밖에 없고, 외국어가 친숙하지 않은 세대는 변화에 뒤처지게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분별하게 신산업 용어를 수입하다가 멀쩡히 쓰던 한글 용어까지 외국어로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건범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대체 불가능한 용어도 있지만 우리말로 바꿀 수 있는 용어도 바꾸지 않는 것은 문제"라며 "'모빌리티', '플랫폼' 등도 처음부터 '탈 것', '발판, 기반' 등으로 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체가 불분명한 말들이 늘어나면 신산업 발달로 삶에 변화가 생길 수 있는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닥쳐올 위험을 모르거나 기회를 잡지 못할 수 있다"며 "산업 전문가와 국어 전문가가 모여 대체어를 빠르게 개발해내고 정부와 언론이 대체어를 유통하는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porqu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0/09 06:5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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