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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10월에 태풍이라니…" 해남 김 양식 어민 망연자실

송고시간2019-10-0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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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김양식 시설…시기상 김 종묘가 없어 1년간 양식 손 놔야
망연자실한 김 양식장 어민
망연자실한 김 양식장 어민(해남=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휩쓸고 간 3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화산면 송평항 앞바다에서 이용환(55) 송평어촌계장이 김 양식장 피해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2019.10.3 iny@yna.co.kr

(해남=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10월에 태풍이 올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제18호 태풍 '미탁'이 지나간 3일 전남 해남군 화산면 송평항에서 만난 이용환(55) 송평어촌계장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전날 오후 9시 40분께 해남에 상륙한 태풍에 이씨는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송평항 앞바다에서 김 양식으로 삶을 꾸려가고 있는 이씨와 같은 마을 18가구 주민들은 거센 파도가 부둣가를 덮칠 때마다 양식 시설이 무사하길 바라며 마음을 졸였다.

파도가 다소 잔잔해진 뒤 양식장을 둘러보기 위해 소형 양식장 배에 오른 이씨를 따라나섰다.

이씨의 양식장까지 가는 바닷길 곳곳에는 태풍이 할퀴고 간 처참한 흔적이 그대로 드러났다.

부표에 매달려 바닷물에 약간 있게 잠겨있어야 할 김 양식 시설은 휘어지고 서로 뒤엉켜 아예 사용할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전날까지만 해도 가로 100m 길이로 오와 열을 맞춰 가지런히 정렬돼 있었던 시설은 순식간에 무질서한 쓰레기더미처럼 변해있었다.

태풍에 망가진 해남 김 양식 시설
태풍에 망가진 해남 김 양식 시설(해남=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휩쓸고 간 3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화산면 송평항 앞바다에서 김 양식시설이 망가져 있다. 2019.10.3 iny@yna.co.kr

처참히 망가진 양식 시설 사이를 지나는 이씨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이씨는 입을 굳게 다물고 묵묵히 배를 몰면서도 망가진 양식 시설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게 20여분을 달려 도착한 이씨의 양식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파도와 바람에 휩쓸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양식장을 한참 바라보던 이씨는 되레 마을 주민들 걱정부터 했다.

김 양식을 하는 마을 18가구 대부분이 같은 피해를 봤고, 이 가운데 6가구는 시설 전체를 못 쓰게 되는 심각한 피해를 봤다고 이씨는 전했다.

시설이 망가진 것보다 더 큰 문제는 시기상 김 종묘(씨앗)를 더는 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벼농사에서 씨를 뿌리는 것처럼 김 양식도 종묘를 바다에 설치해야 하는데 9월이 지나면 김 종묘는 더는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김 종묘는 10월 이전에 바다에 들어가야 해 직전 태풍인 '타파'가 지나가자마자 가지고 있는 종묘를 모두 설치한 터였다.

결국 김 양식 어민들은 시설을 복구하더라도 종묘가 다시 나올 때까지 양식을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올해 김 농사를 사실상 접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씨는 "지난달 28일 태풍 '타파'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부랴부랴 종묘를 다 썼다"며 "이제는 김 양식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김 양식시설 복구하는 어민들
김 양식시설 복구하는 어민들(해남=연합뉴스) 천정인 기자 = 제18호 태풍 '미탁'이 한반도를 휩쓸고 간 3일 오전 전남 해남군 화산면 송평항 앞바다에서 어민들이 망가진 김 양식장 시설을 수리하고 있다. 2019.10.3 iny@yna.co.kr

설상가상 한 번 망가진 양식 시설은 다시 사용할 수 없어 철거하는 데 추가 비용까지 들여야 한다.

하지만 재해 보험에 든 어가는 손에 꼽을 정도여서 지자체의 도움만을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전남도와 해남군 등은 태풍 피해를 본 농어촌의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할 예정이다.

iny@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0/03 15:15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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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 국민재난안전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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