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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성모'가 기적을 내렸다…성당 장식한 목발과 묵주들

송고시간2019-09-30 12:00

폴란드 최대 성지 야스고나라 수도원…'검은 성모' 보러 연간 500만명 순례

"기적 행해 외세 침략 물리쳐" 믿어…성화의 유래·배경 '궁금증' 여전

폴란드 야스고나라 '검은 성모' 성화
폴란드 야스고나라 '검은 성모' 성화

(쳉스토호바<폴란드>=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폴란드 중부 도시인 쳉스토호바에는 폴란드 최대 순례지로 꼽히는 야스고나라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이 수도원 성당 중앙 제대 뒤로 매년 전 세계에서 500만명의 순례객을 불러모으는 '검은 성모(Black Madonna)' 성화가 있다. 2019.9.30 eddie@yna.co.kr

(쳉스토호바<폴란드>=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족히 수천개는 돼 보이는 묵주들이 철망으로 뒤덮인 성당 내부 벽면을 장식하고 있었다.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장애인용 목발부터 다리 교정기가 한가득 달렸다. 이 모두가 성당을 찾은 신자들이 성물로 내놓은 것이다.

무엇이 이들의 신심을 움직여 성물 봉헌을 끌어낸 것일까. 그 답은 지난 600여년간 폴란드와 국민, 가톨릭 신자를 지켜낸 기적을 행사한 것으로 전해지는 '검은 성모(Black Madonna)' 성화에 있다.

폴란드 중부 도시인 쳉스토호바에는 폴란드 최대 순례지로 꼽히는 야스고나라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이 수도원 성당 중앙 제대 뒤로 매년 전 세계에서 500만명의 순례객을 불러모으는 검은 성모가 걸려 있다.

22일 수도원 성당에 들어서자 검은 성모 성화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서 기도하려는 이들로 크게 붐볐다. 성당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두손을 곱게 모은 이들은 조용히 검은 성모에 열중한 모습이었다.

이 초상화는 동방 정교회에 전해지는 '호데게트리아(Hodegetria)' 성화상의 전통적인 구도를 띠었다. 호데게트리아는 '인도자'라는 뜻이다.

폴란드 야스고나라 수도원 성당 채운 목발들
폴란드 야스고나라 수도원 성당 채운 목발들

(쳉스토호바<폴란드>=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폴란드 중부 도시인 쳉스토호바에는 폴란드 최대 순례지로 꼽히는 야스고나라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이 수도원 성당 중앙 제대 뒤로 매년 전 세계에서 500만명의 순례객을 불러모으는 '검은 성모(Black Madonna)' 성화가 있다. 사진은 신자들이 봉헌한 목발과 장애인용 보조기구 전시물. 2019.9.30 eddie@yna.co.kr

성화 속 백합 문양 겉옷을 입은 성모는 오른손으로 구원의 원천인 아기 예수를 가리킨다. 성화를 바라보는 사람들이 자신이 아닌 예수에게 주목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성모의 왼손 품에 안긴 아기 예수는 왼손에 복음서를 들고 오른손은 앞으로 들어 마치 축복하는 듯한 자세다.

성화의 가장 큰 특징은 성모 오른쪽 뺨 위에 난 두 줄 상처다. 가톨릭계에서는 이를 폴란드가 겪어온 시련의 상징으로 본다.

과거 종교 개혁에 앞장선 얀 후스(Jan Hus)를 따르는 후스파 일당은 1430년 야스고나라 수도원을 습격해 성물들을 약탈했다. 이들은 성물을 잔뜩 실은 수레를 끌던 말이 움직이지 않자 성물을 땅바닥에 내동댕이쳤고, 그 중 한명이 칼로 초상화를 내리쳐 그림 속 성모 얼굴에 상처가 났다는 것이다.

이후 여러 화가가 상처를 지우려 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검은 성모 성화는 신자들의 기도를 받아 여러 기적을 행한 것으로 전한다.

구교와 신교 간 종교 갈등으로 벌어진 30년 전쟁 때인 1655년 스웨덴은 이 수도원을 침략했다. 위험에 처한 수도사와 주민들은 검은 성모 앞에서 기도를 올렸고, 수도원은 성화의 기적으로 함락의 위기에서 벗어난다.

"검은 성모님 기적을"…봉헌된 묵주들
"검은 성모님 기적을"…봉헌된 묵주들

(쳉스토호바<폴란드>=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폴란드 중부 도시인 쳉스토호바에는 폴란드 최대 순례지로 꼽히는 야스고나라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이 수도원 성당 중앙 제대 뒤로 매년 전 세계에서 500만명의 순례객을 불러모으는 '검은 성모(Black Madonna)' 성화가 있다. 사진은 신자들이 봉헌한 묵주. 2019.9.30 eddie@yna.co.kr

폴란드 국왕은 1656년 4월 검은 성모를 폴란드의 모후이자 수호자로 선포했다. 1717년에는 교황의 승인을 받아 성모 장엄 대관식이 치러졌고, 2017년은 대관 300주년 기념 미사가 거행됐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독일과 이탈리아가 야스나고라 수도원 점령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야스나고라 성 은수자회의 시몬 수사는 이날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여기를 점령하고자 했지만, 성모님이 내려다보고 있었던 덕분에 점령하지 못했다"며 검은 성모가 수도원을 지켜냈다는 점을 강조했다.

검은 성모 성화를 누가 그렸는지, 어떻게 야스나고라로 전해졌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성 루카 복음 사가가 나사렛 성가정에 있던 나무 식탁 위에 성화를 그렸다는 설이 있었으나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았다.

야스나고라 고문서에는 성녀 헬레나가 4세기 검은 성모를 예루살렘에서 발견해 유럽으로 가져왔고, 이후 헝가리, 우크라이나 등지를 거쳐 야스나고라 수도원에 온 것으로 기록된 것으로 전해진다.

폴란드 야스고나라 '검은 성모' 성화
폴란드 야스고나라 '검은 성모' 성화

(쳉스토호바<폴란드>=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 폴란드 중부 도시인 쳉스토호바에는 폴란드 최대 순례지로 꼽히는 야스고나라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다. 언덕배기에 위치한 이 수도원 성당 중앙 제대 뒤로 매년 전 세계에서 500만명의 순례객을 불러모으는 '검은 성모(Black Madonna)' 성화가 있다. 2019.9.30 eddie@yna.co.kr

검은 성모의 다른 한 가지 특징이라면 성모의 얼굴색이다. 성화 속 성모의 얼굴색은 그간 많이 본 성모의 그것과 달리 짙은 편이다.

성모 얼굴색이 짙은 이유를 두고는 여러 의견이 나온다. 원래 재료 자체가 검은색이었다는 주장부터 가톨릭이 세계 각지로 전파된 뒤 받아들여지는 과정에서 달라졌다는 의견도 있다. 성화가 봉헌된 뒤 초의 그을음에 의해 변했다는 주장도 있다.

검은 성모가 야스나고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몬세라트 수도원, 프랑스 리옹의 노트르담 대성당,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 과달루페 성당의 성모상에서도 검은 성모를 만난다.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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