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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듦과 죽음에 대한 로마인의 지혜를 살피다

송고시간2019-09-25 10:12

피터 존스의 '메멘토 모리'가 들려주는 짧고 굵은 삶 이야기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당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왔으면 가야 하듯이, 태어났으면 죽을 수밖에 없다.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스토아주의자이자 '명상록'의 저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황제의 고백을 들어보자.

"삶이란 얼마나 하찮은가. 어제는 한 방울의 정액이었고, 오늘은 시신 아니면 재다. 그러니 너는 이 덧없는 순간들을 자연이 너에게 의도한 대로 쓴 다음 흔쾌히 쉬러 가라. 때가 된 올리브 열매는 자신을 잉태한 대지를 축복하고 자신에게 생명을 준 나무에 감사하며 땅으로 떨어진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두상(頭像) 조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두상(頭像) 조각

마르쿠스 황제가 통치하던 시대에 로마인들의 삶은 짧고 고단했다. 신생아의 3분의 1이 출생 한 달 안에, 절반은 5살 전에 질병, 영양 결핍, 열악한 위생으로 사망했다.

아동기를 벗어나도 위기는 계속됐다. 전체 인구의 50%가 20살 이전에, 약 80%는 50살도 안 돼 생명을 잃었다. 65세 이상 인구가 18세 미만보다 더 많고 전체 인구의 20%가 넘는 오늘날과는 크게 대비된다.

그만큼 죽음은 삶과 함께하는 일상이었다. 로마 시대 사람들이 죽음과 질병, 노년에 대해 부단히 사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뉴캐슬대학의 교수를 지낸 피터 존스 박사는 저서 '메멘토 모리'에 고대의 나이 듦과 죽음에 관한 사료를 풍부하게 담았다.

특히 로마제국의 대표적 지성인이자 네로 황제의 조언자였던 세네카는 노년과 죽음을 주제로 많은 저작을 남겼다. 이와 함께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키케로, 역사가였던 플루타르코스, 로마 문화에 큰 영향을 미친 철학자 호메로스, 플라톤, 히포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그리스인들의 생각도 이번 책에서 들어볼 수 있다. 이들의 삶과 철학을 통해 노년과 죽음에 대한 고뇌는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예컨대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누구나 절망적 상실감을 견뎌내기 힘든 것 같다. 평상시에는 "어린 자식이 죽더라도 상실감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하물며 갓난아기라면 한탄조차 삼켜야 한다"고 가르친 키케로도 정작 사랑하는 딸이 출산 도중에 사망하자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집을 떠나 은거한 키케로는 성소를 지어 딸을 신격화하겠다고 나서기까지 했다. 이에 스토아학파 철학자들이 너무 과하다며 비판하자 키케로는 친구에게 편지를 보내 자신의 심정을 간절히 하소연한다. "사람들이 내게 무엇을 바라는지, 어째서 그리도 비판적인지 도무지 모르겠네. 나는 슬퍼하면 안 되나? 내가 슬픔에 겨워 어쩔 줄 모른다고? 하지만 그러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나?"

정치가 카토는 노년이란 신들이 주는 귀중한 선물이라며 나이 듦을 찬탄했다. 노년기를 풍부한 경험과 지혜의 시기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플리니우스는 노인이 되고 경험을 쌓아도 지혜가 저절로 생기진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특히 유베날리스는 "인간의 가장 허황한 소망 중 하나가 장수"라며 노년기의 정신과 육체의 쇠락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사후세계에 관해서도 고대 그리스와 로마에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했다. 에피쿠로스 철학자 루크레티우스는 인간이 원자에서 와서 원자로 돌아갈 뿐이라고 믿었고, 호메로스는 서사시에서 '영혼'은 실체가 아니라 죽은 이의 허상이라고 봤다.

사후에 영혼이 새로운 삶을 누린다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오르페우스 숭배 집단에서였다. 이 집단에 속한 철학자 피타고라스는 영혼이 인간이나 동물로 환생한다고 믿으며 엄격한 채식 생활을 했다.

한편, 고대 이집트 여신 이시스나 고대 페르시아 태양신 미트라의 비밀종교는 입회자들에게 죽은 후 천국에 입성할 수 있다고 약속했는데,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기독교의 사후세계로 이어졌다.

저자는 "고대인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았고, 그들의 시선은 늘 확고하고 흔들림이 없었다"며 "오늘날 우리를 겁에 질리게 만드는 노년과 죽음에 관한 모든 문제들은 사실 이미 2천 년 전 그들이 다뤘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묻는다. '과연 현대인은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볼 능력이 있는가'라고. 물론 이는 '메멘토 모리'하라는 얘기다.

교유서가. 홍정인 옮김. 272쪽. 1만6천500원.

메멘토 모리
메멘토 모리

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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