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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제보] "휴일 종교행사 차량으로 동네가 주차장"…상생 방안 없나

전문가 "평일엔 종교시설 주차장을 주민에게 제공" "셔틀버스 운행" 조언

[이 기사는 시민 정순길씨가 보내주신 제보를 토대로 연합뉴스가 취재해 작성했습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인도가 교인들만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잖아요. 왜 여기를 주차장으로 쓰는 건지 원…"

지난달 13일 오후 추석을 맞아 아내와 함께 서울의 한 고궁에 나들이 간 정순길(60·서울 종로구)씨는 즐거움 대신 씁쓸함만 안고 돌아왔다. 고궁 주변의 인도를 점령한 차 때문이다.

30m가량 일렬로 늘어선 차량의 대부분은 앞 유리에 '○○○(사찰 이름) 방문차량입니다'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고궁 근처의 한 사찰에 예불하러 온 신도들이 세운 것이다. 인도는 차량 십여대와 명절 나들이객이 뒤엉키면서 혼잡을 빚었다.

서울 한 고궁 근처의 사찰 앞 인도에 주차된 차량
서울 한 고궁 근처의 사찰 앞 인도에 주차된 차량 [제보자 정순길씨 제공]

정씨는 "평소에 서너명이 나란히 다녀도 넉넉했던 인도가 사람 한명도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차로 가득 찼다"며 "종교 활동도 좋지만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불편함을 감수하는 정도가 아니라 보행자의 안전이 달린 문제"라며 "주차하기 위해 인도에 진입하는 차와 행인이 부딪힐 뻔한 아찔한 순간도 몇 차례 목격했다"고 전했다. 정씨는 이 같은 내용을 사찰 측에 항의했다.

사찰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게 돼) 당황스럽다"면서도 "행사 전에 미리 관할 구청과 경찰서 등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부처님오신날과 더불어 신도가 가장 많이 몰리는 날이 설날과 추석으로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상경하며 이날에만 2천∼3천명이 찾았다. 주차량도 평소보다 많이 늘었다"고 말했다.

이어 "신도 중 상당수가 대중교통 이용이 힘든 노약자이기 때문에 마냥 차를 두고 오라고 하기는 힘들다"며 "관할 구청에도 행사가 진행되는 2∼3시간 정도만 (인도에 차를 대는 것에 대해) 양해를 구했다"고 해명했다.

관할 종로구청의 주차관리과 관계자는 "사찰에서 협조 요청 공문을 보내온 것은 맞다"면서도 "그렇다고 주차 단속을 완화한다거나 불법 주차를 눈감아 준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협조 공문이 들어와도) 단속은 평소와 똑같이 하되 항의 민원이 들어올 경우, 시민들에게 상황에 관해 설명을 해주는 정도"라고 덧붙였다.

경찰 관계자도 "어떤 상황에서도 인도에 차를 대놓는 것은 과태료 부과 대상"이라며 "종교 시설이라고 해서 불법 주차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경찰청은 2009년부터 일요일과 공휴일 특정 시간만 서울 시내 고궁과 박물관, 공원 등을 비롯해 교회·사찰의 주변 도로 중 1개 차로를 주차 공간으로 쓸 수 있도록 했지만 인도 주차는 허용하지 않았다.

이 사찰뿐 아니라 주말이나 공휴일 등에 종교 시설을 찾은 신도와 지역 주민이 주차 문제로 갈등을 빚는 일은 자주 발생한다. 인터넷 커뮤니티 보배드림 아이디 '****성낸다'는 지난달 "매주 일요일이면 교회를 찾은 신도들이 대놓은 차량으로 아파트 주변이 교통지옥으로 변한다"며 "민원을 넣어도 그때뿐이다. 몇 달째 주말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집 주변에 대형 종교 시설이 있다고 밝힌 인터넷 커뮤니티 '인스티즈' 이용자인 A씨도 "주말에 교회 신도가 아파트 단지 주변에까지 차를 대놓는다"며 "오히려 입주민이 주차 공간이 없어서 공용 주차장을 이용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종교 시설과 지역 주민 간의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용훈 교통문화운동본부 대표는 "신도 중 상당수는 지역 주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순히 두 집단의 대립 구도로 보고 갈등을 부추기는 것보다 절충안을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가령 주택가에서 주차장 이용이 많은 시간대인 평일 저녁에는 종교 시설 주차장을 지역 주민에게 개방하고, 반대로 주말에는 주택가 주차장을 신도들과 공유하는 방법이 있다"며 "두 집단이 주차장 수요 시간이 겹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제안했다.

종교 시설을 세울 때 더 많은 주차 공간을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 주차장 설치 및 관리조례에 따르면 종교 시설을 지으려면 시설 면적 100㎡당 차 1대를 세울 수 있는 부설 주차장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 박 대표는 "주차 공간 의무 기준과 실제 종교 시설 주차장 현실을 비교해 보면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기준을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에 주차 공간 확장은 현실적 한계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병호 교통안전공단 박사는 "도심 종교 시설의 경우 무작정 주차 공간을 늘리기에 현실적인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지속가능한 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자문하는 한 전문가는 "상당수 신도가 이용하는 종교 시설이라면 셔틀버스 운행을 의무화하는 가이드라인을 지자체가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로 서울의 한 대형교회에서 휴일 셔틀버스 운영을 도입하면서 주차 갈등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 사례도 있다"고 조언했다.

shlamaz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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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0/19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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