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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CRPS' 무방비] ③ 꾀병 취급해 병 키우고…보상없이 고통만

송고시간2019-09-25 06:30

전문가 "의무대·군병원서 통증 가볍게 여겨 조기치료 안 돼"

피해자들 "국가 보상 못 받거나 받아도 치료비 턱없이 부족"

군 병원
군 병원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권선미 기자 =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정도의 통증을 수반하는 희소 질환인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환자 중에는 군복무 중 병을 얻은 이가 많다.

환자들은 제때 적절한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한 것을 원인으로 꼽는다. 골절 등 부상을 입은 뒤 의무대에서 방치되거나 군 병원에서 제대로 된 검사와 치료를 받지 못해 CRPS로 악화한다.

온라인에는 군복무 중 CRPS가 발병했다며 전역이나 보상 문제 등을 문의하는 글을 쉽게 볼 수 있다.

A씨는 2015년 4월 9일 군대에서 훈련 중 왼쪽 발목을 다쳐 CRPS 환자가 됐다. 민간 병원에서 왼쪽 발목 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군인이라 통원치료가 불가능해 깁스를 하고 의무대에 입실했다.

3주가 지나도록 통증이 계속돼 군 병원을 찾았지만 외래 인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진료를 받지 못하고 부대로 복귀하기 일쑤였다. 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호소하자 군 병원에서는 "깁스를 오래 해 통풍에 걸린 것 같다"고 진단했다.

A씨는 병가를 내 민간 병원에 갔다가 CRPS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다행히 초기 상태라 어떻게 치료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단서와 진료기록을 확인한 국군수도병원 군의관은 "3개월 관찰기관을 거쳐야만 의병제대 여부를 가리는 의무조사에 들어갈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현역 군인 시절 온라인에 이같은 내용으로 CRPS에 따른 전역을 문의했다.

군대에서 CRPS를 얻은 이들은 주로 소속 부대나 의무대, 군 병원에 고통을 호소해도 꾀병 취급을 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CRPS 통증이 만성화한다고 지적한다.

A씨도 "지속되는 통증 때문에 병원에 가고 싶다고 했지만 '훈련 중이라 배차가 안 되니 군 병원에 가서 깁스를 풀라'며 내가 꾀병을 부린다는 식으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했다.

[연합뉴스TV 제공]

[연합뉴스TV 제공]

홍인표(25) 씨, 육진훤(25)·진솔(24) 형제 등 언론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사례도 많다.

홍씨는 2015년 9월 자대배치 후 받은 유격 훈련에서 왼쪽 무릎을 다친 뒤 CRPS 환자가 됐다. 통증이 심해 국군수도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군의관은 단순 염좌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겨 마약성 진통제만 주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육씨 형제 어머니 유선미 씨도 "아프면 치료를 해야 하는데 군의관들이 수개월간 꾀병으로 몰았다"고 말했다.

김덕경 삼성서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는 25일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통증과 관련된 의료 분쟁을 분석한 결과, 특히 젊은 남자들 중 군대에서 CRPS가 발병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았다"며 "CRPS는 증상이 발생한 후 3∼6개월 이내로 통증이 만성화하기 전 치료를 받아야 예후가 좋다"고 했다.

김 교수는 "CRPS는 드물게 발생하는 병인데 군대는 CRPS 원인이 될 수 있는 외상에 노출되기 쉬운 환경"이라며 "그에 더해 통증을 호소해도 사소하게 취급하거나 꾀병으로 여겨 조기에 치료가 안 돼 환자가 계속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병원에 CRPS 진단 장비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닌데도 제때 치료받지 못하는 이가 많은 것은 문제로 지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군수도병원 마취통증의학과에서 CRPS를 관련 기준에 근거해 진료하고 있다"며 "CRPS를 진단할 수 있는 뼈 엑스레이·스캔 검사 장비, 전신체열촬영 장비를 보유하고 있고 땀 분비 검사 장비가 없어 위탁 검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뒤늦게 민간 병원에서 CRPS 진단을 받고 평생 고통을 떠안게 됐지만 치료비 보상도 못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홍인표 씨는 2년간 소송 끝에 지난해 7월 법원에서 국가유공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을 받았다. 이에 따라 그는 국가보훈처에서 공상군경 7급(국소부위에 신경계통의 기능장애로 취업상 가벼운 제한을 받는 자)으로 인정돼 월 40여만원을 받지만,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백현민 군피해·상해자모임 대표는 "CRPS 환자들은 보통 공상군경 7급으로 인정되는데, 이 보상비로는 치료비도 되지 않는다"며 "육씨 형제처럼 병원에서 CRPS 확진 판정을 받았어도 보훈보상대상자나 국가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유선미 씨는 "두 형제가 통증 때문에 자살 시도를 하고 '죽여달라'고 해 온 가족이 치료에 매달렸는데 평생 모아둔 4억8천만원으로도 2년을 버틸 수 없었다"며 "한 달에 두 형제 치료비가 수백만원에서 1천만원 정도 들지만 국가 보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국가보훈처는 내달 초 마취통증의학과·재활의학과·정형외과 의사와 변호사 등 전문위원으로 구성된 CRPS 심사기준 전문위원회를 열어 의학계 소견 등을 반영해 관련 시행규칙 개정을 논의할 계획이다.

fortu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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