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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기행] 청송 달기약수 닭백숙

(청송=연합뉴스) 성연재 기자 = 가을산행철이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경북 청송의 주왕산이다. 들머리인 대전사(大典寺) 앞쪽 여섯 봉우리가 단풍 위로 우뚝 솟은 모습은 절경이다.

주왕산 산행을 마치고 꼭 찾는 메뉴가 바로 청송군 청송읍 부곡리에서 샘솟는 달기약수로 한 닭백숙이다.

닭백숙과 닭떡갈비 상차림 [사진/성연재 기자]
닭백숙과 닭떡갈비 상차림 [사진/성연재 기자]

청송 달기약수는 톡 하고 쏘는 맛이 강해 한번 맛을 본 사람은 절대 잊을 수가 없다. 예로부터 위장병과 신경통, 빈혈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왔다.

달기약수터는 매일 물을 뜨러 오는 사람들로 붐빈다. 때를 잘못 맞추면 수십m 줄을 선 물통만을 구경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일대에서 모두 이곳으로 약수를 구하러 오기 때문이다.

일대에는 상탕, 중탕, 천탕 등 10여개의 약수터가 있다.

이중 원탕 앞에는 40년간 닭백숙을 내온 서울여관식당이 있다.

이번 음식기행을 위해서 읍내의 해성식당과 원탕 앞의 서울여관식당 등 두 곳을 찾아봤는데 둘 다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

서울여관식당의 닭백숙 [사진/성연재 기자]
서울여관식당의 닭백숙 [사진/성연재 기자]

먼저 서울여관식당으로 들어갔더니 안주인이 밖에서 고구마 줄거리를 다듬고 있고 그 아들이 손님을 맞는다.

이름에 왜 여관이란 단어가 들어있는지 물어보니 예전에는 여관업도 함께 했다고 한다. 여행문화가 발달하지 못한 예전에는 주왕산을 찾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숙박과 식사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양해를 구하고 주방에 들어가 봤는데 깔끔하게 정리가 돼 있다. 오랜 기간 가업을 이어온 식당은 주방에도 노하우가 전수되기 마련인가 보다.

해성은 26년간 달기약수터 앞에서 식당을 해 왔으나 주차공간이 협소하다는 점 등의 이유로 지난해 청송읍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한다.

해성식당의 닭백숙 [사진/성연재 기자]
해성식당의 닭백숙 [사진/성연재 기자]

◇ 달기약수가 부드러운 맛 내

달기약수 닭백숙은 특별한 양념이나 향신료가 들어가 있지 않고 토종닭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가 있다. 철분 함량이 많은 탄산 약수가 닭의 잡내를 없애고 고기 맛을 부드럽게 한다.

달기약수로 밥을 지어본 사람들은 잘 아는 사실이지만, 밥이 차지고 반지르르 윤이 난다. 닭백숙도 약수 덕분에 고소하고 담백하고 부드럽기 짝이 없다.

여기에 청송에서 난 대추와 인삼, 당귀, 천궁, 강황, 오가피 등 다양한 한약재가 들어가 있어 먹으면 건강해지는 느낌이 절로 든다.

함께 내놓은 밥 역시 약수로 지었기 때문에 윤기가 났다. 여기에 걸쭉한 진국이 우러난 죽이 함께 서빙된다.

서울여관식당과 해성식당 모두 죽과 닭백숙이 따로 서빙됐다.

곁들여 나오는 반찬들은 곰취와 취나물, 산도라지 등 지역에서 나오는 산나물이 주재료로 쓰인다.

해성식당의 경우 특히 울릉도 취나물이 맛났다. 부드럽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었고, 입에 넣기가 무섭게 살살 녹았다.

나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해성식당을 추천하고, 원탕 근처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사람에게는 서울여관식당이 나을 듯싶다. 또 시간이 없고 복잡한 주차공간에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다면 넓은 주차장을 가진 해성이 좋다.

서울여관식당의 닭떡갈비 [사진/성연재 기자]
서울여관식당의 닭떡갈비 [사진/성연재 기자]

◇ 빼놓을 수 없는 닭떡갈비

닭백숙과 덤으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빼놓을 수 없는 메뉴는 바로 빨간색의 매콤한 닭떡갈비다.

닭떡갈비는 닭을 다져서 대체로 모양을 동그랗게 만든 형태로 서빙되는데, 예전에는 닭불고기라고 했으나 요즘에는 닭 떡갈비라 부른다. 떡갈비와 비슷하면서도 고소한 구운 닭고기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닭떡갈비는 원래 닭백숙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재료로 했으나, 최근에는 닭 날개 부분 등을 따로 추려서 빼놓는다 한다. 이 부산물들을 매콤한 숯불에 구운 것이 닭떡갈비다.

해성식당의 닭떡갈비 [사진/성연재 기자]
해성식당의 닭떡갈비 [사진/성연재 기자]

한 가지 다른 것은 해성의 경우 닭떡갈비가 별다른 양념이 없이 나왔지만, 서울여관식당의 경우 불고기 위에 다진 마늘 양념이 얹혀 나왔다.

해성의 경우 동그란 모양을 하고 있었지만 서울여관식당의 닭떡갈비는 그릇 모양 때문인지 약간 각진 모습으로 나왔다.

서울여관식당의 닭떡갈비를 먹고 난 뒤 한참 동안 마늘 냄새가 났다.

마늘을 좋아하는 사람은 서울여관식당으로, 아닌 사람은 읍내의 해성으로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청송 달기약수 원탕 [사진/성연재 기자]
청송 달기약수 원탕 [사진/성연재 기자]

마지막으로 한 가지, 달기약수를 방문하시는 분은 반드시 물통을 준비해 가길 바란다.

오랜만에 달기약수를 찾은 것이 반가워 약수를 받아 가려 했더니 물통이 없다.

원탕 앞에 즐비한 물통 집 문을 두드렸더니 20ℓ들이 빈 통 하나에 7천원을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닭백숙을 잘 먹고도 기분이 찜찜했다.

차에서 찾은 2ℓ짜리 생수통에 약수를 담아와 소심한 복수를 했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polpori@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0/16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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