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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100년] ② 현대 건축 아이콘과의 만남…크레펠트

(크레펠트[독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독일 서부 라인강변에 있는 크레펠트는 '벨벳과 실크의 도시'로 불린다. 얼마 전까지도 독일 넥타이와 섬유산업의 중심지였다.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지은 공장 건물 [사진/임동근 기자]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지은 공장 건물 [사진/임동근 기자]

바우하우스의 마지막 교장(1930∼1933)이었던 루트비히 미스 반 데어 로에(1886∼1969)는 이곳에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담은 기념비적인 건축물을 남겼다.

독일에서 출생해 어릴 때부터 건축 현장에서 일했던 미스 반 데어 로에는 15세에 제도사가 됐고 20세부터 건축가로서의 재능을 발휘했다.

그는 1927년 슈튜트가르트 바이센호프 주거단지를 건축했고, 1929년에는 스페인 만국박람회에서 혁신적인 디자인의 바르셀로나 파빌리온을 선보였다.

1950년대 미국 뉴욕에 들어서 '현대 사무실 건물의 교본'으로 평가받는 시그램빌딩도 그의 작품이다.

강철과 유리를 사용해 단순하면서도 우아하게 짓는 것이 특징이다.

미스 반 데어 로에 비즈니스 파크 [사진/임동근 기자]
미스 반 데어 로에 비즈니스 파크 [사진/임동근 기자]

◇ 미래를 준비하는 바우하우스 공장

크레펠트 서쪽에는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유일하게 공장으로 지은 건물이 있다.

1931년 건축된 이 실크직조공장은 제2차 세계대전 때 파괴됐고 1970년대에 사무실 건물로 사용되기도 했다. 1999년 역사적인 건물로 지정돼 보존되면서 미스 반 데어 로에 스타일로 복원됐다.

2009년 이곳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물과 그 이전의 건물을 비교하며 돌아볼 수 있는 '미스 반 데어 로에 파크'가 됐다.

공원으로 들어서면 커다란 굴뚝이 달린 붉은색 벽돌 건물 뒤편으로 ㄷ자 모양의 흰색 건물이 나타난다. 왼편은 4층, 나머지 ㄱ자 부분은 3층이다.

철골로 뼈대를 제작해 지은 건물은 원래 ㄱ자로 왼편이 2층, 나머지 부분은 1층이었다. 필요에 따라 직육면체 구조물을 덧붙이거나 쌓아 올리는 바우하우스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건물 전면을 가득 채운 유리창, 적갈색 벽돌로 치장한 계단과 계단 바닥의 측면을 살짝 높인 구조도 볼거리다.

이 건물 옆으로는 철골 구조의 창고가 있다. 일반적인 바우하우스 건물과 달리 지붕이 뾰족한데 내부에서 보면 지붕의 한쪽 경사면을 불투명 유리로 채웠다.

햇빛이 들어와 작업하기 좋은 밝기를 제공해주고 실내온도를 적당하게 유지하기 위한 설계다.

현재 쓸모를 다한 공장은 비어 있다. 미스 반 데어 로에 비즈니스 파크의 야니나 씨는 "현재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지은 건물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사무실, 식당, 공연장, 운동 공간 등을 갖춘 복합공간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우스 에스터 [사진/임동근 기자]
하우스 에스터 [사진/임동근 기자]

◇ 하우스 랑게와 하우스 에스터

크레펠트 북쪽에는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지역 실크직조업자의 의뢰로 1928∼1930년 지은 중상류층 2층 주택인 하우스 랑게(Haus Lange)와 하우스 에스터(Haus Esters)가 나란히 서 있다. 이름 그대로 랑게 씨와 에스터 씨의 집이다.

외관을 보면 서로 다른 직육면체 블록 3개를 옆으로 붙여놓은 듯한 모습이다. 지붕은 평평하고 외벽은 어두운 붉은 벽돌을 쌓아 만들었다. 지금은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지만 당시 이런 형태의 집은 그야말로 파격이었다.

하우스 랑게 맞은편에는 1930년대의 전형적인 가옥이 서 있어 비교해 볼 수 있다. 뾰족한 지붕에 화려한 장식, 작은 창문 등 미스 반 데어 로에가 설계한 집과는 완전히 다르다.

아돌프 히틀러는 지붕이 평평한 바우하우스 스타일의 건물이 독일답지 않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실내로 들어서면 정면과 오른쪽에 나 있는 커다란 창을 통해 주변 풍광이 시원스럽게 들어온다. 이렇게 큰 창문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튼튼한 철골로 집을 지었기 때문이다.

하우스 랑게 내부 [사진/임동근 기자]
하우스 랑게 내부 [사진/임동근 기자]

창문은 180도로 펴지는 경첩을 달아 활짝 열 수 있도록 했다. 미스 반 데어 로에는 건물 외관에 더 많은 유리를 사용하고 싶어했지만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의뢰인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건물 뒤편의 발코니나 테라스에 서면 초록빛 풍경이 시원스럽게 펼쳐진다. 1층 뒷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가 이어지고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정원이다.

정원에는 잔디밭과 커다란 나무가 식재돼 있어 초록빛 싱그러운 공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날씨 좋은 날 샌드위치만 들고나오면 바로 피크닉인 셈이다.

집의 안팎이 구분되지 않고 건물과 자연이 소통하는 집을 짓고 싶어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생각이 담긴 듯한 모습이다. 이 건물들은 '현대 건축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하우스 랑게는 1955년, 하우스 에스터는 1981년 크레펠트 시에 기증됐고 현재 현대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내년 1월 26일까지 이곳에서는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아 '삶을 위한 대안'(Alternatives for Living)을 주제로 전시회가 개최된다.

크레펠트 파빌리온 [사진/임동근 기자]
크레펠트 파빌리온 [사진/임동근 기자]

◇ 크레펠트에서 만나는 바우하우스 100년

하우스 랑게에서 동쪽으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카이저공원 잔디밭에는 들어가 볼 수 있는 조형물인 '크레펠트 파빌리온'이 들어서 있다.

독일 현대 조각가 토마스 쉬테가 나무로 제작한 것으로,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팔각정을 연상케 한다. 나무로 만든 팔각의 벽면 위로 철판을 씌운 팔각지붕을 얹었는데 지름이 15m에 이른다.

크레펠트 파빌리온에서는 현재 '바우하우스와 실크산업'을 주제로 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내부는 7개 칸으로 나뉘어 있는데 칸마다 바우하우스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을 볼 수 있다. 오디오 가이드를 쓸 수 있지만 아쉽게도 독어만 제공된다.

발터 그로피우스, 하네스 마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등 바우하우스 교장들을 비롯해 당시 마이스터와 학생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고, 그들이 만든 다양한 실험적인 작품과 건축물을 살펴볼 수 있다. 이 전시는 10월 말까지 진행된다.

크레펠트 파빌리온 앞으로는 평화로운 풍광의 작은 호수가 펼쳐져 관람 후 편안하게 휴식하며 감상할 수 있다.

도심에 있는 카이저 빌헬름 박물관에서는 칸딘스키, 클레, 파이닝거, 요제프 알버스, 프리츠 빈터 등 바우하우스 마이스터와 학생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를 내년 4월까지 연다.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9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10/13 08:01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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