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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 '포토 아크'

조엘 사토리, 400여 멸종 위기종의 표정 생생히 기록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지구 대홍수를 앞두고 노아는 배를 만들라는 하느님의 명령을 받는다. 그리고 지구의 모든 생물을 암수 한 쌍씩 방주(方舟·ark)에 실어 대홍수를 이겨냈다. 그에 힘입어 생명은 다시 이 땅에서 번성하게 된다. 성경의 '창세기' 편에 나오는 얘기다.

지구 역사에는 이처럼 숱한 절멸 위기가 있었다. 모든 생명이 사라질 뻔한 대절멸의 사건만도 다섯 차례. 그리고 오늘날 여섯 번째 대절멸이 임박했다. 지구상의 생명이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멸종해가고 있는 것. 노아의 방주를 다시 만들지 않으면 100년 안에 지구 생물 가운데 절반이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태국버들붕어(사진 = 사이언스북스 제공)
태국버들붕어(사진 = 사이언스북스 제공)

사진작가이자 보전 활동가인 조엘 사토리는 지난 2006년부터 지구의 멸종 위기종을 사진으로 기록하기 위해 기나긴 탐사 여행에 나섰다. 기록 목표는 대절멸의 위기에 맞서 오늘도 힘겹게 숨 쉬고 있는 동물 1만2천여 종. 벌거숭이두더지쥐를 시작으로 올해 9월 현재까지 9천500종을 촬영해냈다.

이들 사진은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8월까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멕시코 등 14개국에서 동시에 전시됐다. 내셔널 지오그레픽 특별전으로 진행된 전시회의 공식 명칭은 '포토 아크: 동물들을 위한 방주'였다. 노아가 동물 한 쌍씩을 방주에 실어 절멸의 홍수를 견뎌냈듯이, 사토리 작가는 프로젝트 이름처럼 이들 멸종 위기종을 사진이라는 방주에 태워 영원히 생존케 하려 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와 전시는 전 세계에서 뭉클한 감동을 자아내며 작가가 201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올해의 탐험가로 선정되는 데 기여했다. 서울의 경향아트힐에서 열린 전시에만 총 120만 명이 찾아오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이번에 출간된 '포토 아크: 사진으로 엮은 생명의 방주'는 프로젝트의 대표적 사진들을 한데 모은 사진집으로, 절망 상황에 부닥친 멸종 위기 동물들의 존엄과 우아함을 보여주는 초상 사진들이 한 장 한 장 생생하게 실려 있다. 쿠바홍학, 자바코뿔새, 붉은가슴도요, 세인트빈센트아마존앵무 등 이름조차 낯선 동물들을 차례로 만나보게 하는 것. 한결같이 배경이 없는 사진들이어서 동물의 생김새와 눈빛, 표정, 그리고 몸짓에 집중해 관찰할 수 있다.

얼룩꼬리감기원숭이(사진 = 사이언스북스 제공)
얼룩꼬리감기원숭이(사진 = 사이언스북스 제공)
북극여우 (사진 = 사이언스북스 제공)
북극여우 (사진 = 사이언스북스 제공)

모두 400여 종의 동물 사진이 실린 이 책은 '닮은꼴', '짝', '적', '호기심', '희망' 등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제1장 '닮은꼴'은 안경올빼미와 드브라자원숭이처럼 형태나 자세에서 유사성이 발견되는 동물의 사진을 나란히 배치해 아름다움과 웃음을 동시에 선사하고, 2장 '짝'은 콧수염원숭이, 표범카멜레온 등의 암수·형제·자매·부모·단짝 등의 개체 사진들로 다양한 방식의 동반자 관계를 멋스럽게 보여준다.

제3장 '적'은 난쟁이몽구스, 태국버들붕어, 긴꼬리검은찌르레기 등 차이를 보이는 동물들을 나란히 배치해 그 다양한 정체성을 느끼게 하며, 4장 '호기심'은 오리너구리, 뿔떠들썩오리, 할로윈잠자리처럼 신비한 매력을 지닌 동물들을 차례로 보여준다. 마지막 5장 '희망'에서는 검은발족제비, 미시시피악어, 그리즐리불곰 등 인간의 보전 활동 덕분에 간신히 멸종의 문턱에서 돌아선 종들을 만나볼 수 있다.

책은 단순히 동물의 사진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중간중간에 '포토 아크의 영웅', '촬영 뒷이야기' 등의 글을 실어 이들 동물이 카메라 앞에 서기까지의 과정과 더불어 멸종 위기종의 보전 활동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도 들려준다.

사토리 작가는 "내 삶이 다하는 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내가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낸 것에 흡족해하며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먼 훗날에도 이 사진들이 생물 종을 구하는 역할을 지속해갈 것이다. 나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사명은 없다"고 소망을 피력했다. 죽는 그 날까지 생명의 방주를 만드는 데 주력하겠다는 것이다.

해리슨 포드 국제보전협회 부회장도 책의 서문에서 "공룡 멸종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빨리 우리 행성에서 생물들이 사라져가고 있다"며 "우리는 동물들과 지구라는 한배를 타고 있다. 생물 다양성을 보존하는 일은 궁극적으로 우리 자신을 구하는 일이다. 우리 인간에게는 멸종의 궤도를 바꿀 능력이 있다"고 환기한다.

사이언스북스. 권기호 옮김. 400쪽. 3만원.

포토 아크
포토 아크

id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09/17 14:26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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