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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액티브] 목숨도 위협하는 악취…"현장 체감 대책 절실"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김민호 전송화 주보배 인턴기자 = 정화조 등 밀폐된 공간에서 오물을 처리하는 이들은 악취 외에도 황화수소 중독이라는 위협에 늘 노출돼있다.

단백질을 포함한 오물이 부패할 때 발생하는 황화수소는 노출 시 단시간 내 실신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유독가스.

지난 10일 경북 영덕군의 한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오·폐수 처리장 청소를 하려던 외국인 노동자 4명이 사망한 사건의 원인도 급성 황화수소 중독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5년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질식 재해 95건을 분석한 결과 황화수소에 의한 사고가 27건으로 가장 높은 비중(28.4%)을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여름철에 발생한 질식사고 24건 중에서 58.3%에 이르는 14건이 황화수소 중독이었다.

2017년 7월 부산 서구의 지하 폐수 저류조에 청소와 수중 펌프 수리를 위해 들어갔던 작업자가 황화수소에 중독돼 사망했고, 같은 해 5월 경기도 여주의 돼지농장에선 분뇨에서 발생한 이 기체를 마시고 2명이 숨졌다.

2016년 작업자가 질식해 사망한 청주의 한 공장 정화조
2016년 작업자가 질식해 사망한 청주의 한 공장 정화조[연합뉴스 자료사진]

당국이 황화수소 중독 위험이 있는 밀폐 작업장의 안전 관리에 나서고는 있지만 인원 부족 등의 문제로 작업장 중심의 촘촘한 관리가 이뤄지지 못하다 보니 '사후약방문' 식의 대책에 그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 보도자료를 내고 황화수소 중독이 자주 일어나는 여름철을 '질식재해 예방 집중 감독기간'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유해가스 중독 위험이 있는 밀폐공간의 출입을 금지하거나 위험 표지판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환풍기, 유해 가스 측정기 등 안전 장비를 구비했는지 등을 중점 확인한다고 했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도 밀폐 공간에서 작업을 지시할 경우 유해가스의 발생 가능성과 조치에 대한 안전 교육·훈련을 시행하고 산소나 유해가스 농도의 측정 결과를 공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작업자에게 필요한 보호구나 재난 시 대처법 등을 고지한 게시물을 작업장 출입구에 부착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장에서 이러한 당국의 지침과 관리가 피부로 와닿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달 초 영덕 오징어 가공업체에서 일어난 질식사고도 당국의 집중 감독이나 예방 규정이 사고를 막는 데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다는 방증으로 보인다.

부산의 정화조 청소 노동자 김권상(61)씨는 연합뉴스 통화에서 "구청 대행업체에 소속돼 일하는데 구청에서도 회사서도 위기상황 인지나 대처에 대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공기 측정 장비를 지급받거나 밀폐공간임을 알리는 고지를 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김씨는 "조금이라도 오래 머물면 머리가 띵하니까 지하에서 밖으로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식으로 작업을 하며 위험을 피할 뿐"이라고 전했다.

동행 취재한 정화조 청소 현장에서는 유해 가스 측정기와 같은 안전 장비는 물론이고, 근로자가 5m 깊이의 정화조 내부에 진입할 때도 구명밧줄 등의 보호구를 착용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현장에서 만난 이모씨는 "입사 직후 받은 교육 이외에는 따로 안전·보건에 관련된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과 관계자는 "250만개에 달하는 사업장을 일일이 감독하기에는 감독관이 300명뿐인 현실"이라며 "사업장 하나를 125년에 한 번씩 점검하는 꼴"이라고 한계를 털어놨다.

또 "특히 관리·감독이 고정 사업장을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출장 식으로 업무가 이뤄지는 정화조, 오·폐수 처리장 등은 현장 점검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가스 질식사고 (PG)
가스 질식사고 (PG)[연합뉴스 자료사진]

전국금속노조 박세민 노동안전실장은 "유해물질 관리에 대한 법이나 제도는 있지만 감독 인력 부족으로 누출이나 폭발 사고가 나야 감독을 나가는 '사후약방문' 식의 처방이 내려진다는 것이 문제"라며 "사고 전 감독이 상시 이뤄져야 하고 문제가 발견됐을 때 사용자 입장보다는 노동자의 건강권을 우선시해 엄격한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6년 한국산업보건학회지에 실린 '2005∼2015년 밀폐공간 질식재해 요인 분석 논문'은 밀폐공간 작업 시 사전 허가서 없이는 작업장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가서에 유해가스 농도 측정 결과, 환기 여부, 작업자 정보, 안전장비 비치 여부, 교육 실시 여부 등을 기재하고 모든 사항이 충족됐을 때만 출입을 허가하는 엄격한 관리를 주문했다.

가천대 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강성규 교수는 "황화수소 등으로 인한 질식사고는 정부가 관리를 시작한 2005년께부터 조금씩 나아지는 경향을 보이긴 하나 포스겐(phosgene·무색이며 자극성 냄새가 있는 유독한 질식성 기체) 등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감독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sm@yna.co.kr, nowhere@yna.co.kr, sending@yna.co.kr, jootreasure@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9/29 06: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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