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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구해라" 부모 성화에 테니스 그만둘 뻔했던 크리스티 안

송고시간2019-09-02 09:12

3년 전 예선 결승에서 만났던 메르턴스와 3일 US오픈 16강전

기뻐하는 크리스티 안
기뻐하는 크리스티 안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동찬 기자 = "부모님이 2017년까지만 도와주신다고 했는데 그때까지도 성적이 나지 않아서 은퇴할 뻔했어요."

미국 뉴욕에서 진행 중인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US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5천700만달러)에서 여자 단식 16강까지 오른 교포 선수 크리스티 안(141위·미국)은 미국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 출신이다.

부모가 모두 한국 사람인 안은 2014년 스탠퍼드대에서 과학기술 사회학(Science, Technology and Society) 학사학위를 받았다.

안혜림이라는 한국 이름이 있는 그는 어릴 때부터 테니스에 두각을 나타냈다.

1992년 미국 뉴저지에서 태어난 안은 6살 때 테니스를 시작했고 16세 때인 2008년에 미국테니스협회(USTA)가 주최한 내셔널 챔피언십 18세부를 제패했다.

2008년에는 US오픈 예선을 3연승으로 통과해 본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그의 성공적인 테니스 인생은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가 다시 US오픈 본선에 뛴 것은 11년 만인 올해가 돼서였다.

안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인터넷 홈페이지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 "16세 때 US오픈 본선 1회전에서 졌지만 '내년에 또 나올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다"며 "17세에 벌써 '번 아웃' 증상이 와서 예선 와일드카드를 받고도 나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안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안

[AP=연합뉴스]

16살 때 US오픈 본선 데뷔전을 치른 뒤 27살이 된 올해에 다시 본선에 나온 안은 예상 밖의 3연승을 거두며 16강까지 진출했다.

1회전에서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러시아), 3회전에서는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등 메이저 대회 우승자들을 연파했다.

안은 "사실 그사이에 20살이 되고, 21살, 22살이 되면서 'US오픈에 다시 못 나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학교를 졸업하고 부모님은 내가 테니스보다 직장을 구해 생활하기를 바라셨다"고 소개했다.

그는 "내가 프로 선수로 도전해보겠다고 말씀드렸지만 부모님은 탐탁해 하지 않으셨다"며 "이후로는 항상 '언제 그만둘 거냐. 언제 직장을 구할 거냐'고 물어보셨다"고 덧붙였다.

안은 "부모님도 사실 지인분들에게 '딸이 테니스 선수인데 세계 랭킹 900위대야'라고 소개하기에 썩 자랑스럽지 않으셨을 것"이라며 "또 대학교 졸업장이 아깝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고 힘들었던 때를 떠올렸다.

2017년 코리아오픈에 출전 당시의 크리스티 안.
2017년 코리아오픈에 출전 당시의 크리스티 안.

[코리아오픈 조직위 제공=연합뉴스]

결국 그는 "2016년에 아버지가 '네가 테니스를 언제 그만둬야 할 지 현명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믿는다'며 2017년까지 경제적 지원을 약속하셨다"며 "대학교 졸업장은 내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동시에 내가 테니스를 왜 해야 하는지 묻게 만드는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였다"고 말했다.

WTA 투어 대회보다 등급이 낮은 국제테니스연맹(ITF)을 주 무대로 삼고 있던 안은 "약속한 2017년에도 세계 랭킹은 230위대였고 호주에서 출전한 총상금 2만5천달러 서킷 대회에서도 2주 연속 탈락했다"며 "그때 테니스를 그만둘 결심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제 2017년 말까지는 휴가'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경기를 했더니 갑자기 성적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2017년 4월 WTA 투어 대회 16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총상금 6만달러 ITF 대회 우승, 다시 투어 대회 8강 등의 결과물을 냈다.

그해 9월에는 서울에서 열린 WTA 투어 코리아오픈 16강에도 들었다.

세계 랭킹 200위대를 돌파한 그는 20대 후반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많은 일이 일어났다"고 스스로 놀라워했다.

은퇴할 마음을 바꿔먹은 안은 2017년 말에는 세계 랭킹 106위까지 올랐고 올해 US오픈 16강으로 상금 28만달러(3억3천만원)를 확보했다.

엘리서 메르턴스
엘리서 메르턴스

[EPA=연합뉴스]

그의 3일(한국시간) 16강 상대는 엘리서 메르턴스(26위·벨기에)다.

안과 메르턴스는 2016년 US오픈 예선 결승에서 만나 메르턴스가 2-0(6-1 6-4)으로 이겼다.

당시 세계 랭킹 137위였던 메르턴스는 안을 꺾고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본선 티켓을 가져갔고, 이후 세계 랭킹 12위까지 오른 선수가 됐다.

반대로 안은 당시 패배로 다시 한번 US오픈 본선행에 실패하고 은퇴를 고민해야 했다.

안은 올해 7월 말 WTA 투어 대회 16강전에서 메르턴스를 한 번 만나 2-0(6-3 6-3)으로 설욕한 바 있다.

email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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