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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저 푸른 초원 위에

송고시간2019-09-02 10:30

뉴질랜드
뉴질랜드

뉴질랜드의 푸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양떼. 연합DB

뉴질랜드 여행은 오클랜드에서 비행기로 퀸즈타운까지 이동한 후 자동차를 렌트하면서 시작됐다. 퀸즈타운 공항에서 도심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나도 모르게 함성이 터져 나왔다. 푸른 초원 위의 양떼들이 액자 속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었다. 가수 남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를 나도 모르게 흥얼거렸다.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 큰 땅에 500만 명의 인구가 살다 보니 푸른 들판만 보이다가 드문드문 집이 한 채씩 보였다. 바다처럼 넓은 풀밭에 취해 있는데 갑자기 차들이 멈춰 의아했다. 그런데 세상에! 구름 같은 양떼들이 이사라도 가는지 떼를 지어 도로를 무단횡단하는 중이었다.

퀸즈타운에는 '스카이 라인'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 청정한 와카티푸 호수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고, '루지'도 탈 수 있다. 루지는 봅슬레이를 개조해 만든 아동용 자동차와 비슷한데, 내리막길에서 스키와 같은 속도를 낸다.

평소의 나는 테마파크에서 놀이기구도 못 타지만 곤돌라를 타고 정상에 올라가 루지를 타고 짜릿한 속도감을 즐기며 내려왔다. 눈 덮인 만년 설산과 호수는 곤돌라를 타고 다시 올라가 천천히 눈에 담았다. 스카이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보태져 더 아름다운 그림을 완성하고 있었다.

반딧불이를 보기 위해 테아나우 마을의 동굴로 갔다.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가로지른 후 쪽배로 갈아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간 동굴의 고요함은 침 삼키는 소리마저 들릴 듯했다.

적막과 어둠 속에서 만난 반딧불이들은 숲이나 정원에서 '점'으로 느끼던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들이 내는 미세한 불빛이 불꽃 쇼처럼 화려했다. 어둠 속에서 느껴질 만한 공포는 우주를 항해하는 것 같은 신비스러움을 이기지 못했다.

로토루아의 온천수
로토루아의 온천수

땅에서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로토루아의 온천수. 연합DB

피오르드(빙식곡; 氷蝕谷)를 보기 위해 밀퍼드사운드로 이동해 크루즈에 올랐다. 약 1만2천 년 전 빙하에 의해 산들이 수직으로 깎여 만들어진 곳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노르웨이 피오르드와 함께 유명하다.

이곳 국립공원은 14개나 되는 좁은 만이 산과 폭포와 어우러져 절경을 이룬다. 빙하가 녹아 흐르다 절벽에서 굉음과 함께 폭포를 만들고, 돌고래와 물개 등이 헤엄을 친다. 굽이굽이 포개진 산도 한참 들어가면 바다가 보이고 끝없는 수평선이 보인다.

뉴질랜드 전통 부족인 마오리족 언어로 '구름을 뚫는 산'이란 뜻의 뉴질랜드 최고봉 마운트쿡은 여행객들이 빙하 위를 걷기 위해 찾는다. 나는 아쉽게도 여행 기간이 넉넉지 않아 헬기를 이용했다.

엄청난 날개 소리를 막기 위해 헬멧과 헤드폰을 쓰고 날아올라 만년설 위에 착륙했다. 태고 이래 처음 밟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순백의 땅에서 걸음마를 하듯 조심스레 발자국을 새겼다. 달이나 화성에 첫발을 내딛는 우주인의 마음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

북섬 한가운데 위치한 로토루아에서는 노천 온천을 즐기고 마오리 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마오리족 마을이 있는 테푸이아의 온천 지대에서는 여기저기서 땅과 물이 끓어올랐다. 뜨거운 수증기가 공기를 덥히면서 유황 냄새를 풍기는 습한 공기가 코를 자극했다.

간헐천은 한 시간에 한 번꼴로 하늘을 향해 수증기와 뜨거운 물을 뿜어댔다. 펄펄 끓는 물 주위로 자라나는 나무와 풀들의 생명력이 놀라울 뿐이었다. 온천수에 계란을 삶거나 지열로 조리한 음식을 파는 것도 신기했다.

잠시 쉬려고 바위에 앉으니 엉덩이가 금세 뜨끈해졌다. 갑자기 노곤함이 밀려오며 눕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더운 수증기가 흩어져 참을 만했다.

간헐천의 모습을 뒤로 하고 마오리족의 쇼를 관람하기 위해 공연장에 입장했다. 전통 복장과 악기로 신나게 춤을 췄지만 세계 어디서나 느껴지는 원주민들의 아픔이 마음을 어지럽혔다.

뉴질랜드는 사람들을 판타지의 세계로 이끈다. 그 이유는 높이 솟은 만년 설산과 흐르는 빙하, 티 없는 호수, 코발트색 바다가 천지를 창조하던 때의 풍경과 같기 때문이 아닐까.

[마이더스] 저 푸른 초원 위에 - 3

오현숙

- 배낭여행가 / 여행작가 / 약 50개국 방문

- 저서 <꿈만 꿀까, 지금 떠날까> 등

- insumam42@ 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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