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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더스] 사람 40배 '무쇠 근육'… 10kg 드는 '입는 로봇'

송고시간2019-09-01 10:30

엑소수트
엑소수트

근력을 보조하는 로봇 '엑소수트'를 착용하고 걷는 모습. 하버드대 제공

공상과학영화에는 종종 옷처럼 입는 로봇이 나온다. 별다른 조작을 하지 않아도 중장비 같은 힘을 내고 자동차만큼 빨리 달릴 수 있다. 만약 이런 로봇이 실제로 나온다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은 행동의 자유를 얻고, 산업현장에선 능률과 안전이 증대될 수 있다.

최근 국내외 과학자들이 이와 같은 꿈의 로봇 실현에 한 발짝 다가갈 수 있는 원천기술을 잇달아 개발했다.

인공근육
인공근육

섬유형 인공근육으로 바벨을 들어 올리는 실험. 텍사스대 제공

◇대나무·비단 꼬아 만든 인공근육… 가볍고 저렴

최근 김선정 한양대 교수팀은 미국 텍사스대, 호주 울릉공대 등과 함께 개발한 섬유 형태의 인공근육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소개했다.

연구진은 탄소나노튜브(CNT)와 시중에서 판매하는 값싼 아크릴 섬유, 비단, 대나무 섬유 등을 꼬아 인공근육의 중심부를 만들었다. 제작비는 앞서 비싼 탄소나노튜브만 쓸 때보다 훨씬 저렴해졌다. 새 인공근육은 근력이 기존 인공근육의 9배에 달한다. 사람으로 치면 40명 몫이다.

끈 형태의 중심부에 온도나 전기, 화학물질 등 외부 자극에 의해 수축하거나 이완하는 외피를 입히면 인공근육이 완성된다. 어떤 외피를 쓰느냐에 따라 용도를 구분할 수도 있다. 가령 탄소나노튜브를 씌우면 전기에 반응하는 인공근육이 되고, 폴리우레탄을 입히면 열 변화에 민감한 인공근육이 완성된다. 혈당에 따라 자동으로 약물(인슐린)을 내는 장치로도 응용할 수 있다.

인공근육은 기계, 로봇, 바이오 등 최근 여러 분야에서 주목하는 연구 주제다. 동력을 내는 엔진이나 모터의 소형화가 한계에 부닥치면서, 유연한 데다 아주 작게 만들 수도 있는 인공근육이 대체수단으로 떠올랐다.

현재 가장 진보된 인공근육 기술은 섬유를 꼬아 만드는 방식인데 재료는 제각각이다.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워싱턴대 공동 연구진은 열 반응이 다른 두 종류의 고분자를 이용했다. 40도의 열을 가하면 두 고분자는 판이한 이완 차이로 더 강하게 꼬이면서 자기 무게의 650배를 들어 올릴 수 있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 독일 포츠담대 등이 참여한 유럽 연구진은 폴리비닐알코올(PVA) 섬유에 산화그래핀 조각을 섞어 꼰 인공근육을 개발했다. 산화그래핀이 탄성과 강도를 높여줘 사람의 50배 힘을 낸다.

다만 인공근육은 아직 사람 근육처럼 에너지 효율이 좋진 않다. 제일 앞서있는 섬유형 인공근육조차 투입 에너지 대비 6% 미만의 효율을 내고 있다. 상용화를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입기만 해도 최대 10kg의 힘을 더 낼 수 있는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 한국기계연구원 제공

◇입기만 하면 팔다리에 힘이 '번쩍'

파킨슨병이나 뇌졸중을 앓게 되면 걷는 데 정상인보다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무거운 장비를 든 군인이나 소방관도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외골격 로봇이 여럿 개발됐지만, 너무 무겁고 큰 데다 딱딱해서 자연스러운 동작이 어려웠다.

최근 이기욱 중앙대 교수와 코너 월시 하버드대 교수는 공동 연구로 옷처럼 입을 수 있는 '엑소수트'(Exosuit)를 개발했다.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여서 사고·재난 현장은 물론 건설·택배 등 일상 작업에서 쓰기에도 부담이 없다.

엑소수트는 조끼 형태 상의와 허벅지에 차는 벨트를 와이어로 이은 구조다. 조끼와 벨트는 모두 일반 천이다. 와이어 길이를 조정하는 구동기, 배터리를 합친 전체 무게는 약 5kg다.

핵심은 관성측정센서(IMU)다. 관절 각도와 가속도를 측정해, 와이어가 사용자 움직임에 맞춰 조절되도록 구동기에 신호를 보낸다. 다리 근육이 수축할 땐 같이 당겨주고, 이완할 땐 함께 밀어주는 식이다.

에너지 사용량 측정 결과, 걸을 때는 9.3%, 달릴 때는 4.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6kg의 짐을 덜어내고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아예 일반 옷과 구분되지 않는 로봇도 개발됐다. 박철훈 한국기계연구원 박사팀이 고안한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은 옷감형 유연 구동기를 내장해 물건을 들어 올릴 때 힘을 보조한다.

이 로봇은 무거운 금속 와이어 대신 가벼운 니켈·티타늄을 섞은 형상기억합금을 사용했다. 전류를 흘려 40도로 온도를 높이면 형상기억합금이 수축하는데, 0.5g짜리 한 가닥이 500g을 들어 올릴 수 있다.

형상기억합금 20가닥이 장착된 이 로봇을 입으면 최대 10kg의 힘을 더 낼 수 있다. 배터리와 제어기도 내장됐지만 무게도 조금 무거운 점퍼 수준인 1kg에 불과하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점퍼여서 일상복으로 입고 다닐 수도 있다.

연구팀은 앞으로 어깨·허리·다리 등 전신을 보조할 수 있는 의복형 로봇을 개발해 근로자뿐 아니라 노약자의 일상 보조기구로 사용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김영대 기자 Lonaf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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