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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문 밀다 때마침 나오던 남성 부상…과실치상 무죄

송고시간2019-09-01 07:03

1심 판사 벌금 30만원 선고…항소심은 "주의의무 없어 무죄"

남자 화장실
남자 화장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인천=연합뉴스) 손현규 기자 = 설 명절을 1주일 앞둔 지난해 2월 9일 A(55)씨는 인천시 중구 한 공중화장실을 찾았다. 막 점심을 먹고 양치를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화장실 출입문을 밀며 안쪽으로 들어서려는 순간 '쿵'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때마침 볼일을 보고 화장실에서 나오던 한 남성의 얼굴이 A씨가 민 출입문과 부딪혔기 때문이다.

이 화장실 출입문은 바깥에서 안으로 밀어서 여는 방식이었다. 화장실 안에서는 출입문을 잡아당겨야 해 문에 손잡이가 달려 있었지만 밀고 들어가야 하는 바깥에는 별도의 손잡이가 없었다.

화장실 안쪽 양옆은 벽으로도 막혀 있어 출입문이 갑자기 밀려 들어올 경우 피할 공간이 없어 사고가 일어나기 쉬운 구조였다.

눈 부위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한 피해 남성은 병원으로 옮겨졌다. 눈썹 주변이 화장실 출입문 모서리에 찍혀 찢어졌고, 봉합수술 후 1주일간 통원치료도 받았다.

이 피해 남성은 경찰에서 "화장실 안에서 밖으로 나가려고 출입문 손잡이를 잡아당기려는 순간 문 모서리에 부딪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화장실 출입문을 밀 때 안에서 나오는 이와 부딪히는 사고를 막아야 할 주의의무가 A씨에게 있었다며 그를 과실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1심을 맡은 판사도 지난해 10월 검찰 측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A씨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1심 판사는 "평소 A씨가 해당 화장실을 자주 이용해 출입문을 여는 방식이나 화장실 안쪽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며 "화장실 출입문을 밀 때 한 번에 끝까지 밀지 않도록 주의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A씨는 "화장실 밖에서는 안쪽이 전혀 보이지 않아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예견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며 "주의의무를 위반한 게 아니다"고 항소했다.

인천지법 형사항소3부(장성학 부장판사)는 A씨 주장을 받아들여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화장실 출입문은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는 재질이어서 피고인이 문을 밀고 들어갈 당시 내부 상황을 전혀 확인할 수 없었다"며 "피고인이 출입문을 세게 연 정황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 남성의 주장대로 그가 출입문 손잡이를 잡은 상황이었다면 손이 먼저 출입문에 부딪히거나 반사적으로 손을 이용해 (밀려 들어오는) 출입문을 막는 게 자연스럽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이 출입문을 한 번에 끝까지 밀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도 없다"며 "이례적으로 출입문을 세게 밀고 들어갔거나 화장실 내부를 미리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 한 피고인이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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