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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수형인 53억원대 형사보상금 "특혜" vs "정당한 보상"

송고시간2019-08-22 09:31

법정 최고액 책정 사례 김대중 전 대통령 비롯해 5·18 민주화운동 시민까지 다수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명예를 되찾은 제주4·3 생존 수형인들이 총 53억원대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제주 4·3 생존 수형인 무죄(PG)
제주 4·3 생존 수형인 무죄(PG)

[장현경 제작] 일러스트

제주4·3 당시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누명을 쓰고 징역 1년에서 최대 20년의 억울한 옥살이를 한 보상이다.

잃어버린 청춘과 70년간 '범죄자'라는 오명을 쓰고 살아야 했던 고통의 세월을 돈으로 완전히 보상받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액의 5배인 법정 최고액을 기준으로 보상금을 정한 법원의 결정이 4·3 생존 수형인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판결에 의해 형이 집행됐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소장이나 공판기록, 판결문 등 자료가 전무해 이들의 구금일수를 산정할 정확한 근거가 부족한 점도 형평성 문제가 거론되는 한 원인이 됐다.

이름과 당시 나이·형량·수감교도소 등이 기재돼 있는 수형인명부와 국가기록원 등을 통해 입수한 수형 관련 문서가 일부 남아 있어 해당 기록과 청구인들의 기억을 근거로 이들이 교도소에 구금된 근거를 유추할 뿐이었다.

만세 부르는 4·3 수형 피해자들
만세 부르는 4·3 수형 피해자들

(제주=연합뉴스) 4·3 당시 불법 군사재판으로 억울한 수형생활을 한 수형 피해자들이 제기한 군사재판 재심 청구 최종선고가 17일 내려졌다. 이날 오후 공소기각 판결로 사실상의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이 만세를 부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지법 형사2부(정봉기 부장판사)는 21일 불법 군사재판 재심을 통해 공소기각 판결을 받은 임창의(99·여)씨 등 제주4·3 생존 수형인 17명과 별세한 현창용(88)씨에게 총 53억 4천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형사보상 결정을 내렸다.

법원은 이들에 대한 보상금 지급기준을 법에서 정한 최고액으로 했다. 이에따라 구금일 1일당 보상금 지급기준은 2019년 일급 최저금액인 6만6천800원의 5배에 달하는 33만4천원으로 정해졌다.

형사보상금은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죄가 확정된 해의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금액 이상을 지급해야 하고 최대 5배까지 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4·3 사건의 역사적 의의와 형사보상법의 취지 등을 고려해 청구인들이 청구한 금액을 거의 그대로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즉, 형사소송 절차에 따라 무죄재판 등을 받은 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과 실질적 명예회복에 이바지하기 위함이라는 형사보상 및 명예회복에 관한 법률의 목적을 최대한 살리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김대중 前대통령이 입었던 수의
김대중 前대통령이 입었던 수의

(서울=연합뉴스)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0년 신군부에 의해 사형선고를 받고 옥중에 있을 때 입었던 수의.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렇다면 법정 최고액을 정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례적일까.

해마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서 시기에 따라 일급 최저금액은 다르지만, 형사보상금을 정함에 있어 법정 최고액을 정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다.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렀다가 36년만인 2013년 7월 재심을 통해 누명을 벗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문익환 목사의 경우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듬해인 2014년 1월 김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에게 1억9천887만원, 문 목사의 삼남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에게 2억606만원을 정부가 각각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이들의 구금 기간과 정신적 고통 등을 고려해 보상금액을 법에서 정한 최고액인 구금일 하루당 19만4천400원으로 정했다. 무죄확정 판결이 난 2013년 1일 최저임금 일급 3만8천880원의 5배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천23일, 문익환 목사는 1천60일 동안 각각 구금됐다.

또 1970년대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단 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재일동포 강종헌(65)씨는 법원으로부터 10억원대의 형사보상금 지급 결정을 받았다.

5·18 당시 시민 붙잡아가는 계엄군
5·18 당시 시민 붙잡아가는 계엄군

(광주=연합뉴스) 5·18 당시 시민 붙잡아가는 계엄군. [5·18기념재단 제공=연합뉴스]

2016년 6월 서울고법 형사5부는 강씨가 낸 형사보상 신청 사건에서 총 10억7천65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재판부는 "강씨는 1975년 12월 2일부터 1988년 12월 21일까지 4천769일간 구금당했다"며 무죄확정 판결을 받은 2015년 당시 최저임금 일급 4만4천640원의 5배에 달하는 1일 보상금 상한인 22만3천200원을 적용하도록 했다.

또 최근에는 5·18 민주화운동에 참여해 부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았다가 재심을 통해 무죄가 확정된 이병수(62)씨가 2천900만원의 형사보상금을 받게 됐다.

이씨는 1980년 5월 21일 전남 해남에서 시민들과 함께 비상계엄 해제와 김대중 석방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한 혐의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형이 확정되기 전까지 112일간 구금됐는데 광주지법 형사1부는 지난 1월 2018년 최저임금 일급액 6만240원의 5배인 약 30만원으로 보상액을 산정해 이씨가 과거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에서 지급받은 460여만원을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형사보상금을 최저임금법상 일급 최저임금액의 최대 5배까지 줄 수 있도록 법률이 개정돼 시행된 건 1992년부터다.

이전 1991년까지는 형사보상금의 상한을 1일 1만5천원으로 제한했다.

1991년 당시 일급 최저금액이 3만2천800원인 것을 고려하면 이에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액수였다.

피해자들이 억울하게 장기간 구금돼 생업에 종사하지 못한 것은 물론 변호사 선임비용, 본인과 가족들의 정신적 고통, 명예훼손 등 갖가지 피해에 비하면 보상금이 지나치게 적어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받았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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