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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남티롤서 "독일어 지명 인정해달라" 도로표지판 시위

송고시간2019-08-17 00:18

전통 복장을 한 이탈리아 남티롤의 독일어권 주민들. 뒤로는 도로 표지판에 붙인 항의 글이 선명하다. [ANSA 통신]

전통 복장을 한 이탈리아 남티롤의 독일어권 주민들. 뒤로는 도로 표지판에 붙인 항의 글이 선명하다. [ANSA 통신]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접경 지역에 있는 남티롤에서 독일어 지명을 공식 인정해달라는 항의성 글이 다수의 도로 표지판에 나붙었다고 이탈리아 현지 일간 라 레푸블리카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남티롤의 독일어권 한 단체는 "독일어 지명이 97년간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라는 취지의 글귀가 인쇄된 종이를 600여개의 도로 표지판에 붙였다.

이 단체는 왜 이런 방식의 항의를 한 것일까.

이탈리아어로 '알토 아디제'라고도 불리는 남티롤은 역사적인 이유로 이탈리아어권 주민과 독일어권 주민 사이에 정서·문화·언어적 갈등이 현존하는 지역이다.

원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일부였던 남티롤은 1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로 병합됐고, 당시 베니토 무솔리니가 이끌던 파시스트 정권은 독일어 지명 사용을 금지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이탈리아 정부가 역사적 배경을 고려해 이 지역을 자치주로 승인하면서 독일어 지명이 다시 쓰이게 됐으나 법적으로 공인받지는 못했다.

그러다 2012년 자치 정부가 독일어 지명을 공식화하고 이탈리아어 지명은 인정하지 않는 법령을 도입하면서 논란을 불렀다.

이는 결국 이탈리아에서 헌법소원을 통해 위헌 결정이 났고 오랜 줄다리기 끝에 올해 4월 최종적으로 폐지됐다.

이에 독일어권 주민들이 파시스트 정권에 의해 독일어 지명이 폐기된 1922년을 기준으로 97년간이나 자기네 언어로 된 지명이 공식적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설움을 상기시킨 것이다.

남티롤은 오랜 기간 오스트리아의 영향력 아래 있었기에 전체 주민 52만 명 가운데 75%가 독일어를 사용하고 이탈리아어를 사용하는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해당 단체 소속 한 주민은 "남티롤의 상황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싶다"며 "우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완전한 '이중언어'의 실천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오스트리아 정부는 작년 9월 독일어와 라틴어(이탈리아 돌로미티 산악 지역의 언어)를 사용하는 주민에게 오스트리아 국적을 허용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이탈리아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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