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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4년] ① 청산 안된 과거의 그늘…기로에 선 한일관계

작년 大法 강제징용 배상 판결 계기 한일 '65년 체제' 도마 위에
日 보복조치로 정부간 외교갈등 경제전쟁으로 비화…민간교류도 급랭
"판결 이행케하고 通商보복 별도대응" vs "전략적 큰그림 생각해야"
오사카 G20서 만난 한-일정상
오사카 G20서 만난 한-일정상[AP=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월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올해로 74주년을 맞는 광복절은 3·1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특별하지만, 작금의 한반도 상황은 국민들 심경을 복잡하게 만든다.

광복 이후 한일관계가 생활 속에 녹아들며 잊혀가던 일제 강점의 기억이 1965년 수교 이래 최악의 관계 속에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한일관계에서는 청산되지 않은 과거사의 그늘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광복 74년] ① 청산 안된 과거의 그늘…기로에 선 한일관계 - 2

문재인 정부 출범(2017년 5월) 후 외교부 주도의 검증 작업을 거쳐 한일 위안부 합의가 사실상 무력화하면서 재부상한 역사 갈등은 작년 10월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계기로 폭발했다.

역사 문제에 따른 정부간 외교 갈등이 일본의 일방적인 경제 보복성 조치로 인해 한일 '경제전쟁'으로 비화했고, 과거 한일관계 악화 때 '저지선' 역할을 했던 양국간의 민간 교류와 인적 왕래까지도 정부간 갈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급변하는 동북아 안보 지형 속에서도 꾸준히 명맥을 이어온 한일, 한미일 대북공조마저 위기다.

광복 70주년이자 일본의 패전 70주년, 한일국교정상화 50주년이었던 2015년 과거사 문제에서 양국은 새 이정표를 만들 기회가 있었지만, 문제를 '미봉'하는데 그치면서 어설프게 덮어둔 갈등이 4년 만에 터져 나오면서 한일관계는 더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무엇보다 작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그 판결을 둘러싸고 불거진 한일간 공방은 과거사 갈등의 '본질'을 건드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양국이 자기 편한대로 해석하기로 하고 미봉했던 식민지 지배의 불법성 논란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셈이다.

대법원 판결이 일제의 강제징용을 '불법적 식민지배'가 잉태한 '불법 행위'로 간주하자 한일병합조약이 합법이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은 판결이 한일청구권 협정에 배치되는 '국제법 위반'이라며 반발했고, 결국 일방적 경제 보복이라며 넘어선 안 될 '선'까지 넘었다.

당분간 한일관계에서 '복원력'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간 외교갈등을 중화시켜온 의원외교 채널은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최근 방일한 한국 국회의원과 만나기로 했던 자민당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의 '노 쇼' 사건이 이를 방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민간 교류 역시 상대국에 대한 혐오감정 속에 삐걱대고 있다.

아베 정권의 역사 인식에 대한 반작용으로 한국 내에서 반일감정이 거세진 것만큼이나 일본내 반한(反韓) 감정이 고조되며 정부간 갈등이 양국 국민간 갈등으로 이어지는 상황은 더 심각한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논리와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일본의 대한국 경제보복 조치에 대해 일본 국민 과반이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일본 내 여론조사 결과는 일본 내 양심세력의 퇴조와 보수화 경향 속에 아베정권 뿐 아니라 일본 일반인들까지 한국에 깊은 불신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보복조치를 '가해국의 적반하장'으로 규정했지만, 침략과 식민지배의 역사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 일본 사회에서 문 대통령 말에 공감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많은 상황이다.

이런 국민감정은 양국 정부 중 어느 쪽도 상대국에 대한 강경기조를 푸는 선택을 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는 당장 이달 안에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 연장 문제에서 중요한 결단을 내야 한다. 그 결정의 방향은 향후 한일관계에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향후 한일관계 정상화 방안과 관련해서는 대법원 판결 내용에 입각한 원칙적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상대국의 협조 없인 판결 내용을 그대로 이행하기 어려운 현실과 한국의 외교·안보 차원 이해관계를 고려한 정치적 해결에 무게를 실은 목소리가 교차하고 있다.

김창록 경북대 교수는 13일 "일본의 통상(通商)분야 공격과 과거 청산은 그 성격과 대응 양식에서 별개 사안"이라며 "통상 문제는 통상 문제로서 강한 대응을 해야 하고, 대법원 판결은 판결 집행(일본 기업의 배상 이행)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김 교수는 "대법원 판결의 핵심은 한일 간에 '식민지배 책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고 선언한 것"이라며 "식민지 지배 책임을 묻는 문제는 자료를 쌓고 법리를 가다듬어가며 우리가 찬찬히 풀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한일관계가 '진공' 상태에서 존재하지 않고, 동북아 국제관계의 맥락 속에 위치하는 만큼 동북아 각국과의 이해관계를 관리하면서 평화 프로세스를 끌고 가는 전략적 큰 그림 속에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법원 판결로 제기된 피해자 배상 문제는 우리 정부가 보훈 정책 차원에서 국내적으로 해결한 뒤 대일 '도덕적 우위'에 서서 문제를 풀어 가거나, 국제사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1998년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을 발표한 김대중(金大中·1924∼2009)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1937∼2000) 총리의 사례와 같은 양국 정상의 정치적 결단에 입각한 갈등 봉합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홍구 전 총리 등 국내 정·관계, 종교계, 학계 등의 원로들이 참여하는 동아시아평화회의가 12일 발표한 특별성명에서 "한국과 일본은 김대중·오부치의 공동선언 정신과 해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한일파트너십 선언을 통해 오부치 당시 총리는 식민지 지배에 대해 "통절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의 사죄"를 표명함으로써 한일 외교 사상 처음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공식 합의 문서로 명확히 했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화해와 선린우호협력에 입각한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해 서로 노력하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라며 화답했다.

하지만 올해 3·1절 기념사에서 철저한 친일청산을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과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전후체제 청산'을 정치인생 최대 목표로 삼는 아베 총리 사이에 '건너기 어려운 강'이 존재하는 상황이어서 정상외교를 통한 급반전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울러 한국 정부가 역사 수정주의적인 아베 정권에 강하게 맞서더라도 보통의 일본 국민을 향한 공공외교마저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사에 대한 해결 노력과 동시에 한일관계를 중시하고, 미래 지향적 관계를 구축하길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일관되게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한일관계 위기를 넘어 동아시아 평화로'
'한일관계 위기를 넘어 동아시아 평화로'지난 12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동아시아평화회의 주최로 열린 '한일관계의 위기를 넘어 동아시아평화로 : 레이와(令和) 시대·도쿄올림픽을 적대 아닌 평화로'라는 주제의 8·15 74주년 특별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여는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자료사진]

jhcho@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8/14 07:00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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