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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독립의 '산파' 손봉숙 17년 만에 재방문

송고시간2019-08-12 07:00

독립투표 20주년 행사 참석…"정말 정말 잘 살길"

"한국, 한발 앞서간 독립국으로서 작은 나라 돕길"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동티모르가 인도네시아에서 독립해 새내기 민주공화국으로 태어나는 과정의 '산증인'이자 '산파'로 꼽히는 손봉숙(75)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이 17년 만에 동티모르를 재방문한다.

손 이사장은 12일 연합뉴스와 단독 인터뷰를 통해 오는 30일 동티모르 수도 딜리에서 열리는 '독립투표 20주년 기념식'에 한국을 대표해 참석한다고 밝혔다.

동티모르 독립 '산증인' 손봉숙 17년 만에 재방문
동티모르 독립 '산증인' 손봉숙 17년 만에 재방문

[서울=연합뉴스]

동티모르는 452년 동안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은 후 1975년 독립했지만, 열흘 만에 인도네시아가 강제 점령했다.

이후 1999년 8월 유엔 관리하에 주민투표를 거쳐 독립을 가결했고, 제헌 국회의원 선거를 거쳐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을 선포했다.

손 이사장은 주민투표 당시 유엔이 임명한 세 명의 선거관리 위원 중 한 명이다.

1999년 동티모르 독립투표 당시 선관위원을 맡은 손봉숙 이사장
1999년 동티모르 독립투표 당시 선관위원을 맡은 손봉숙 이사장

[손봉숙 이사장 제공]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중앙선관위원인 손 이사장은 1999년 5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선거 관련 학술대회에 참가했다가 그의 '용감한' 발표에 감명받은 유엔 선거국 관리 추천으로 동티모르에 가게 됐다.

손 이사장은 "처음에는 팩스를 받고 어리둥절했다. 아시아 사람이고 여성이라는 점이 작용한 것 같다"며 "동티모르 치안이 위험했지만, 특히 여성 인권이 유린당하는 것을 알고 지나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외교부도 모르게 유엔 선관위원으로 임명됐기에 혼자 싱가포르, 발리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딜리에 도착했다.

시외버스 정류장 같았던 딜리공항과 밤에 자려고 누우면 간간이 들리던 총소리를 손 이사장은 지금도 기억한다.

손 이사장은 매일 헬기를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유권자등록 등 선거 준비가 공정하게 되고 있는지 감독하고 애로를 들었다.

그는 "선관위원이라서 중립을 지켜야 하기에 차마 밖으로 표현은 못 했지만, 동티모르가 독립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열망에 가득 찼었다"고 말했다.

동티모르의 독립은 투표율 98.6%에 78.5%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손 이사장은 "동티모르인들의 독립 의지는 엄청났다. 투표율이 100%에 육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며 "투표 결과지에 서명해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회상했다.

1999년 동티모르 주민투표 당일 길게 늘어선 줄
1999년 동티모르 주민투표 당일 길게 늘어선 줄

[손봉숙 이사장 제공]

손 이사장은 2001년 유엔 선거국이 동티모르 제헌 국회의원 선관위원을 맡아달라고 제안하자 다시 동티모르에서 4개월을 보냈다.

손 이사장은 독립투표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선관위원장을 맡아 88명의 동티모르 제헌 국회의원에게 일일이 서명한 당선증을 수여했다.

2001년 동티모르 제헌 국회의원 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손봉숙 이사장
2001년 동티모르 제헌 국회의원 선거관리위원장이었던 손봉숙 이사장

[손봉숙 이사장 제공]

그리고서 2002년 5월 20일 동티모르민주공화국 선포식에 대한민국 특사단으로 참여해 독립국의 '탄생 순간'을 만끽했다.

손 이사장은 "한 편의 휴먼드라마를 본 것과 같다. 독립에 대한 그들의 열망에 많이 울고 웃었다"며 "일제에 압박받고 독립운동하고 나라를 건설한 그 모든 과정이 한국과 다르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손봉숙 이사장과 남편 안청시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손봉숙 이사장과 남편 안청시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

[서울=연합뉴스]

이후 '빈손으로는 다시 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미루다 보니 17년이 훌쩍 지나버렸다는 손 이사장.

그는 "독립된 나라에 사는 동티모르 사람들이 지금 행복한지가 궁금하다"며 "정말 정말 잘 살길 바라는 마음이다. 고생에 대한 보상을 받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동티모르 청년들이 한국에서 일하는 게 꿈이라고 하는데, (한국인들이) 악질 고용주가 되지 말고 잘 살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며 "한발 앞서간 독립국으로서 작은 나라를 돕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동티모르 독립투표 선관위원 시절 매일 남편인 안청시 전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에게 보냈던 이메일을 묶어 2002년 펴낸 책 '동티모르의 탄생'이 영어로 번역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손 이사장은 "직접 현장을 누비며 기록한 동티모르 건국과정이 생생하게 담겨있다. 동티모르 내부에도 이만한 자료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책을 출판해 모은 3천 달러를 초대 대통령인 사나나 구스마오의 아내가 운영하는 여성운동 재단에 기부한 바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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