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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와 공공예술이 공존하는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

송고시간2019-08-11 07:01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조사…"다양한 사람과 문화 만나는 곳"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 공공예술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 공공예술

(부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 거리에 배와 관련된 조형물들이 있다. 깡깡이마을에서는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2019.8.6

(부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수십 년 전에는 '이카'(일본어로 오징어)가 바글바글했어요. 생선을 보면 어디서 잡았는지 금방 알았죠. 예전엔 이런 집에서 방을 쪼개 몇 가구가 살았어요. 부자도 많았는데, 이제는 거렁뱅이만 있어요."

집 앞에 간이의자를 놓고 앉은 할머니 정모 씨는 지난 6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올해 팔순이라는 그는 부산 영도로 시집와 계속 살았다고 했다.

김호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는 할머니 이야기를 듣더니 "지난번에는 안 하신 말씀"이라며 휴대전화로 녹음을 시작했다. 문서나 사진 못지않게 개인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구술사가 중요해진 시대에 말 한마디도 놓치지 않으려는 듯했다.

민속박물관은 해마다 광역지자체에서 두세 곳을 골라 민속조사를 한다. 항구도시 부산에서는 영도 북쪽 대평동 깡깡이마을과 거제로 향하는 대교가 있는 가덕도를 택했다. 가덕도는 내년에 조사할 예정이다.

이관호 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은 "영도는 부산에서도 다소 거친 지역이라고들 한다"며 "다양한 사람과 문화를 만날 수 있는 영도는 역사성과 문화성을 두루 갖춘 곳"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혼란을 겪은 시대상이 고스란히 남았다는 점에서 근현대사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며 "이전 조사보다 심층적인 결과를 도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조선소 가리키는 김호걸 학예연구사
조선소 가리키는 김호걸 학예연구사

(부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김호걸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가 6일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에서 조선소를 가리키며 설명하고 있다. 2019.8.6

깡깡이마을 조사는 올해에만 10차례 이뤄진다. 이날 조사는 7차. 김 연구사는 부산에 내려오면 열흘에서 보름 정도 머물다 서울로 올라간다고 했다.

김 연구사가 안내한 깡깡이마을에는 배를 뭍에 올려 고치는 조선소가 많았다. 그는 "현재 대평동 일대에 조선업체 12개가 있다"며 "주로 3천t 미만 선박 정기검사와 수리를 한다"고 설명했다.

'깡깡이'라는 마을 이름은 아주머니(아지매)들이 배의 녹슨 표면을 벗겨내는 망치질 소리에서 유래했다고 알려졌다. 대평동은 인구가 시나브로 줄어 남항동에 통합됐고, 2014년부터 도시재생 사업이 추진됐다. 예전에는 바람을 기다리는 포구라는 의미의 '대풍포'(待風浦)라고 불렸다.

반도 모양인 깡깡이마을은 분위기가 묘했다. 조선소 앞에 설치된 육중한 정문에는 모두 '사진 촬영 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거리에는 작업복을 입고 얼굴을 가린 사람이나 러시아 선원이 종종 지나갈 뿐, 인적이 드물었다.

김 연구사는 오래된 건물 앞에서 "과거에는 모두 가옥이었는데, 지금은 작업장으로 쓰거나 비었다"며 "피란민들이 집단을 이뤄 거주한 이북동네나 제주도 해녀가 모여 살던 제주골목은 구성원이 바뀌었으나, 지명은 남았다"고 말했다.

스산한 공기를 잊게 하는 것은 공공예술이었다. 카페와 마을박물관이 있는 깡깡이생활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작품 30여 개가 있다. 가장 유명한 그림은 독일 출신 작가가 아파트 벽면에 '깡깡이아지매'를 그린 '우리 모두의 어머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
우리 모두의 어머니

(부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부산 영도 깡깡이마을 아파트에 그린 깡깡이아지매. 독일 출신 작가가 2017년에 그렸으며, 작품 명칭은 '우리 모두의 어머니'. 2019.8.6

김 연구사는 영도 역사를 잘 아는 터줏대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렸다. 그중 한 명이 영도 최초 인쇄소인 선일종합인쇄사를 운영하는 강장수(77) 사장. 그는 대평동에서 통장만 30년 넘게 했다.

명함이나 홍보물을 주로 찍는 강 사장은 "예전에는 수산계통 사람들이 밀린 대금을 대략 6개월에 한 번씩 지불하고는 해서 경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유대관계로 장사를 하는데, 지금은 사정이 많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깡깡이마을박물관에서 해설사로도 활동하는 그는 자전거로 배달하러 다닌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가게 문을 잠그지 않는다. 그는 "훔쳐 갈 게 딱히 없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 연구사는 "영도는 농촌이 아니어서 알지 못하는 사람에게 말을 붙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럴 때마다 강 사장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귀띔한 뒤 "남은 조사를 잘 마무리해 의미 있는 보고서를 남기겠다"고 했다.

부산 영도 선일종합인쇄사
부산 영도 선일종합인쇄사

(부산=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부산 영도 선일종합인쇄사에서 6일 강장수(오른쪽) 사장이 이관호 국립민속박물관 민속연구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19.8.6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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