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검색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배너
배너

[실시간뉴스]

최종업데이트YYYY-mm-dd hh:mm:ss
검색

시련으로 단련된 하모니…용인장애인합창단 감동의 버스킹

조현병·조울증 등 정신장애우와 자원봉사자로 구성

(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동구 밖 과수원 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용인장애인합창단의 아름다운 버스킹
용인장애인합창단의 아름다운 버스킹(용인=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 용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정신장애인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한마음합창단'이 22일 오후 용인 기흥구보건소 광장에서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했다. 남녀 단원들이 엄인준 테너의 지휘에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9.7.22

경기 용인시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22일 오후 1시 용인시 기흥구보건소 광장에서 아름다운 하모니가 퍼져 나왔다.

나무 데크가 깔린 광장 무대 위에는 버건디 드레스를 입은 여성 20명과 하얀색 재킷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남성 8명이 지휘를 맡은 엄인준 테너의 손끝을 따라가며 정성껏 소리를 냈다.

"아카시아 꽃 하얗게 핀 먼 옛날의 과수원 길, 과수원 길"을 끝으로 첫번째 노래가 끝나자 광장 앞에 모인 90여명의 관객이 일제히 손뼉을 치며 "와~~~"하는 함성을 질렀다.

이들이 환호를 보낸 합창단은 용인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 등록된 정신장애인과 자원봉사자로 구성된 '한마음합창단'이다.

한마음합창단은 2014년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주간 재활프로그램의 하나로 창단됐다.

조현병과 우울증 등을 앓는 정신장애우가 합창 공연을 통해 자존감을 높이고 주민과도 잘 소통하도록 돕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졌다.

일반인도 여러 명이 하나의 음을 만들어내는 합창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의 인지능력을 가진 정신장애인들이 음정을 맞추고 가사를 외워 부르는 일은 큰 도전이었다.

특히 조현병 환자의 경우 3∼4분가량의 노래 한 곡을 부르는 동안 혼자 중얼거리거나 다른 사람을 째려보는 경우가 있어 합창하기에는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음악 관계자들의 평가다.

그러나 한마음합창단원들은 매주 모여 음 하나하나 집중해서 연습하고 가사를 외우고 반복해서 하모니를 만들어나갔다.

노래 한 곡을 완성하는 데는 3개월에서 길게는 6개월이 걸렸다.

이런 노력 덕분에 한마음합창단은 창단 이듬해인 2015년 제4회 정신장애인 예술경연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2016년 같은 대회에서 은상을 받았다.

실력을 인정받으면서 보건의 날 행사나 프리허그 데이 기념행사 등에도 단골로 출연하는 등 창단 이후 지금까지 총 27회 공연을 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합창단 창단 때부터 지금까지 지휘를 맡은 엄인준 테너는 "일반 프로 합창단도 악보를 안 보고 여러 노래를 외워 부르는 게 어려운데 우리 한마음합창단은 엄청난 노력과 고통을 이겨내고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하고 있다"라면서 "정신장애인들의 아주 좋은 사례로 의료계에서 평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날 버스킹(길거리 공연)을 위해 한마음합창단원들은 2∼6월 매주 월요일 정신건강복지센터 대회의실에 모여 2시간씩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 파트를 하나의 하모니로 만드는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덕분에 이날 공연에서 '과수원 길', '사랑이여', '밀양아리랑', '동행', '보리밭'을 성공적으로 부른 데 이어 청중들의 열화같은 앙코르 요청에 '아빠의 청춘'까지 깔끔하게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엄인준 테너도 공연 중간에 지휘를 잠시 멈추고 이탈리아 가곡인 '오 솔레미오'를 선사했다.

5년간 합창단원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김 모(48) 씨는 "20년간 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데 노래를 하면 제가 아픈 것도 잊을 수 있고 저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겨 너무 좋다"라면서 "제가 합창을 하면서 받았던 좋은 기운을 저처럼 정신질환을 앓는 분들께 많이 알리고 싶다. 합창단에 많이 들어오셔서 같이 노래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한마음합창단의 30분 남짓 되는 공연을 끝까지 지켜본 관객들은 장애인 단원들에게 지지와 박수를 보냈다.

용인 수지에 사는 신 모(37) 씨는 "생전 처음으로 장애인 합창단의 공연을 봤는데, 한 음 한 음을 맞추기 위해 정성껏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고 엄청나게 크게 감동했다"라면서 "오늘 공연을 보고 정신장애인에게 가졌던 막연한 두려움과 편견을 깰 수 있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hedgehog@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9/07/22 15:15 송고

광고
댓글쓰기
배너
AD(광고)
광고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종합
정치
산업/경제
사회
전국
스포츠
연예ㆍ문화
세계
더보기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