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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일본은 적반하장식 주장 접고 진지한 협의에 응해야

(서울=연합뉴스) 일본이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의 이유로 대북 제재 위반을 언급하지만 오히려 일본의 여러 위반 사례가 유엔에 확인돼 지적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내용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2010년부터 올해까지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에 담겨 있어 일본 주장의 허술함을 뒷받침한다. 특히 민수용은 물론 군사용이 우려돼 수출이 통제되는 '이중 용도' 제품이 북한으로 넘어간 사례가 드러났다. 예컨대 2015년 2월 7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미사일 시험 사진에 실린 군함의 레이더가 일본 업체 제품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 발견된 북한 무인기들에서 일제 엔진과 카메라, 배터리 등이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업체가 유엔 결의에서 금지된 고급 승용차, 담배, 술 등 이른바 '사치품' 다량을 북한에 불법 수출했다. 반면 한국의 명확한 문제 사례는 찾기 어렵다고 한다. 유엔 보고서만 봐도 일본의 주장이 적반하장 식 억지라는 점이 드러난다.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의 근거로 내세운 것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른 '한국과의 신뢰 관계'와 '수출 관리를 둘러싼 부적절한 사안 발생' 등이었다.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부적절한 사안'을 언급하면서 한국이 대북 제재를 제대로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한국이 대북 제재를 지킨다고는 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아베 총리의 측근도 군사용으로 전환이 가능한 물품이 북한으로 흘러 들어갈 우려가 있다며 한국을 의심했다. 그러나 이번 유엔 보고서를 보면 일본의 주장이 근거가 없고 오히려 일본 업체들이 유엔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북한에 군수품과 사치품을 팔아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인다. 아베 정부는 특히 대북 제재 이행 문제에 더 치중해왔는데 처음부터 논리가 박약한 근거로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일본에 국제기구 조사를 제안하며 한국의 잘못이 발견되면 사과하고 시정하겠지만 우리의 잘못이 없다면 일본 정부는 사과하고 수출 규제도 즉각 철회하라고 정면 대응했다. 이런 자신감은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보복 조치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일본 내부에서도 나온다. 대표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한국 반도체 생산에 지장이 생기면 반도체를 사용하는 일본 등의 가전제품 제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일 양국은 외교 관계가 악화해도 경제 측면에서는 양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고 했다. 러시아가 한국에 불화수소 공급을 제안한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 정부에 수입선 다변화 대안이 없지 않다는 것이다. 아베 정부는 내부의 합리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미국은 중간 역할을 하겠다고 공언하지는 않지만 한일 갈등이 한미일 공조에 도움이 안 된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일본은 다음 달 22일 쯤 한국을 안보상 우호 국가인 '백색 국가'에서 제외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1천100개 품목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일 교역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악재가 될 수 있다. 일본은 한일 과장급 실무회의에서 드러냈듯 트집 잡기와 감정적 대응에서 벗어나 책임 있는 자세로 외교적 협의에 호응하길 바란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19/07/14 11:22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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